2010년 4월 13일 화요일

통일뉴스의 딜레마

통일뉴스의 딜레마

 

내가 통일뉴스를 처음 안 것은 00년 6.15 선언 직후이다. 범민련 남측본부 사무처장이던 나는 6.15 선언 이후 확대된 공간에서 최대한 공개적이고 적극적으로 사회활동을 하고자 했다. 이 과정에서 통일뉴스와 만났다. 6.15 선언이 나왔어도 범민련의 운신의 폭은 작았다. 통일운동의 중심이 정부와 제도권으로 옮겨간 조건에서 범민련의 활동공간은 역으로 빠르게 줄어들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통일뉴스는 범민련이 했던 기자회견 등 사소한 통일행사들을 보도해 주었다.

 

03년 범민련 사무처장을 두 번째 구속된 이후 나는 통일뉴스에 ‘통일운동사’를 연재하기 시작했다. 감옥에서는 책을 보는 것이외에는 달리 할 일이 없다. 과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나온 글이 지면에 실리고 그렇게 활자화된 기사가 다시 내게 전달되는 과정은 남다른 즐거움이었다. 아마도 이 시기 통일뉴스가 내게 준 배려와 관심은 오랫동안 기억될 것이다.

 

08년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통일뉴스는 구조적인 딜레마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00년 이후 10년 동안 통일뉴스는 통일부.외교부 등을 드나들며 제도권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통일뉴스가 보유한 정보의 양과 질은 통일운동 단체의 수준을 훨씬 뛰어 넘는다. 단 그것을 가공.포장하는데 미숙하여 통일뉴스가 쌓아 올린 성과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통일운동 단체들은 통일뉴스가 어려운 과정을 거쳐 쌓아올린 정보를 활용하기보다는 자신들 수준에서 나온 정보에 자족하는 경우가 많다. 나 또한 통일운동 일선에 몸담은 바 있지만 통일운동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장감과 정보이다. 통일운동 단체들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 중의 하나는 통일뉴스.민족21 등이 축적한 현장감과 정보를 자기 것으로 소화하는 것이다. 동일한 맥락에서 통일운동이 해야할 가장 중요한 일의 하나는 제도권에 성공적으로 안착한 통일운동의 거점들(통일뉴스, 민족21, 겨레하나 등)을 잘 지키는 것이다. 그런데 통일운동단체들은 통일운동의 성과물을 잘 소화하고 지키려 하기보다는 여전히 골방에서 회의나 하고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소모적인 사업을 남발하고 있다.

 

더욱 심각한 것은 논조이다. 98~00년 이후 통일공간이 빠르게 열리면서 원칙과 기조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던 자주통일운동은 보다 정치한 논리와 대국적인 안목이 필요한 시점으로 발전하고 있다. 통일운동단체들은 이러한 시대의 추이를 반영해 자주통일노선을 시대에 맞게 재구성하고 이를 주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통일뉴스의 상당수 독자들은 한호석류의 소설같은 이야기나 보며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하고 있다. 통일뉴스의 최대 딜레마는 통일뉴스가 제도권에 진입하며 축적했던 정보와 그에 수반한 통일기조와 통일뉴스의 최대 고객인 전통 통일운동 진영의 요구가 상호 맞지 않고 있는 점이다. 후자는 점차 비이성적인 괴물집단으로 변해가고 있다. 개중의 상당수는 이미 위험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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