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31일 월요일
15) 2000년대 신자원민족주의
15) 2000년대 이후 新자원민족주의
70년대를 경계로 세계경제를 45~70년대 초반 포디즘 시기와 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로 나눌 수 있다. 앞서 밝혔듯이 신자유주의는 금융의 팽창과 자산버블에 기초한 가수요에 의해 성장했다. 한편 미국 등 글로벌 금융자본의 팽창은 중국.인도 등 신흥개도국의 제조업과 SOC에 투자되어 자원 가격의 불러왔다. 아래에서는 이 과정을 자원민족주의의 관점을 포함해 검토해 보겠다.
60년대 후반기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면서 70년대 중동을 중심으로 자원민족주의가 발흥한다. 73년 4차 중동전과 79년 이란 혁명을 배경으로 중동 산유국들은 한꺼번에 원유가를 인상하였다. 원유값은 73년 배럴당 3달러이던 것이 74년에는 11달러 수준으로, 2차 오일쇼크 당시에는 80년 11.24 42.25달러(이를 현재 가격으로 환산하면 90달러 수준)로 폭등하여 고점에 이른다.
과거 식민지 침탈의 주요 목적이 식민지 자원의 약탈에 있었기 때문에 식민지 국가들은 정치적 자주권을 찾음과 동시에 자원에 대한 통제권을 확보하려 노력했다. 이 시기 자원민족주의가 정치적 자주권을 뒷받침하는 경제적 수단의 확보를 목표로 했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정치적인 성격이 강했다.
80년대 이후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가 형성되기 시작했다. 80년대 복잡했던 세계질서는 90년대 초반 냉전이 붕괴되면서 미국의 일극질서가 확연히 모습을 드러냈다. 소련과 동유럽은 사회주의를 포기했고 사회주의와 계획경제를 선호했던 제 3세계는 차례차례 미국 주도의 경제질서에 편입되었다. 미국은 91년 1차 걸프전에서 이라크를 초토화시켜 중동 원유에 대한 통제력을 확고히 했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80년~2000년까지 미국 주도의 에너지 질서를 확립하여 여기에 편입된 나라들에게 원유.식량.원자재 등을 저렴한 가격에 안정적으로 공급했다.(미국 주도의 에너지 질서를 거부했던 나라들 중 하나가 북한으로 사회주의권 붕괴로 에너지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북한은 심각한 경제난에 직면하게 된다)
이 과정을 구체적인 숫치를 통해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주요 자원의 실질 가격(=국제 자원가격지수/글로벌 소비자물가지수)은 80년을 100으로 했을 때 07년 원유는 60.9, 곡물은 37.6, 금속은 92.6”(“글로벌 자원위기의 의미와 영향”, 경제연구실, LG경제연구원 08.5.14)이었고 80.11.24 42.25달러로 최고점에 이르렀던 유가는 80년대 중반 이후 2000년대까지 10~20달러 수준에 머물렀다.(유가가 하락한데는 서방 선진국을 중심으로 서비스 산업 및 첨단 산업으로의 산업구조 재편도 중요한 영향을 미쳤다. 70년대 연평균 석유 수요: 5.3% 성장, 80~90년대 0.8% 성장, 2000년대엔 2.8% 성장, “한겨레 21”, 06.5.18)
90년대 금융과 IT 산업을 중심으로 발전하던 세계경제는 2000년대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개도국이 산업화에 뛰어 들면서 새로운 양상을 띄기 시작했다. “개도국이 투자를 중심으로 고성장하면서 투자에 필요한 에너지와 각종 자원의 수요가 크게 늘고,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곡물에 대한 소비수요도 빠르게 늘었다. 이 과정에서 자원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개도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증가가 자원가격 상승의 부정적인 효과를 대부분 상쇄해 주었다” 90년대 세계경제성장률이 2.9%인 반면 2000년대는 4.1%로 1.2%나 상승하고 03~07년의 성장률은 4.5%에 달한다. 미국 등 서방금융자본은 신흥 개도국에서 새로운 투자처를 발견했고 한국 등 수출 주도형 국가는 신흥 개도국의 발전 과정에서 새로운 수입수요를 찾았던 것이다.
신흥개도국의 산업화에 따른 자원 수요 급증과 함께 신자원민족주의가 성장하기 시작한다. 신자원민족주의는 중남미.중동.아프리카.러시아 등 자원공급국과 중국 등 자원수입국으로 나눌 수 있다.
공급국 중 러시아.베네주엘라.이란 등은 원유 수출을 통해 확보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미국 주도의 세계질서에 도전하고 있고, 중국은 미국의 에너지 봉쇄망을 피해 사활적인 에너지 확보 과정에서 미국 주도의 에너지 질서에 파열구를 내고 있다.
전 세계 원유 소비의 10%를 차지하는 중국의 경우 “석유수급을 안보적 차원에서 접근하려는 정부로부터 막대한 재정지원과 외교적 지원을 받은 국영석유기업들이 해외유전 개발 프로젝트에서 낮은 수익성을 감수하거나 시장가격보다 터무니 없이 높은 가격으로 유전을 인수하는 등 해외 유전개발에 전념”(밑줄 필자, “고유가 시대의 신자원민족주의”, 이광우, 2008.1.23, LG경제연구원)하고 있다. 또 “중국의 경우 해외 유전개발에 참여하면서 부채탕감, 원조자금 제공, 복지 인프라 구축 등의 조건을 제시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기술 전수와 인프라 제공 등을 약속하면서 아프리카와 남미로 해외 유전개발 확대를 시도하고 있다”(위 LG경제연구원, 08.1.23) 이에 따라 중국의 에너지 도입선을 따라 탈미친중 정서가 확산되고 있다.
자원 수급 균형의 괴리, 신자원 민족주의의 성장에 따라 원유.곡물.원자재 가격 인상을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중동 두바이산 원유 가격의 경우 03년 이전에는 월 평균 0.9%씩 성장하다가 04년 이후에는 월 평균 3%씩 성장”(“신자원민족주의의 확산과 한국의 자원안보 현황”, 현대경제연구원, 08.7.21)하고 2008년 7월4일에는 140.7불로 최고점에 이른다. “상품가격지수의 경우, 92~2002년 연평균 전년 대비증가율은 -0.3%인데 반해 2003년 이후에는 연평균 28.5%에 이른다.(위 현대경제연구원 보고서에서)
그렇다면 위와 같은 급격한 자원 가격 상승이 한국경제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첫째. 80~90년대 한국의 고도성장은 미국 주도의 에너지 질서를 배경으로 한 것이다. 신 자원민족주의의 등장은 미국 주도의 에너지 질서에 편승하여 성장했던 한국의 위상 변화를 강제할 것이다. 신자원민족주의를 선도하는 나라들이 대체로 한국의 기존 동맹국과 배치되는 점에서 특별한 주의를 요한다.
둘째. 식량자급 문제가 제기될 것이다. 80~2000년 미국 주도의 자원 질서하에서 한국은 곡물 수입에 큰 문제가 없었다. 그러나 향후에는 달러가 있어도 곡물을 살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으므로 한국의 농업정책의 변화가 필요하다.
셋째. 에너지 효율성의 제고와 산업구조의 재편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 에너지원단위(1차 에너지총량:TOE/국내총생산:1000US 달러)가 80년 0.34에서 05년 0.34로 변화가 없는 반면 위 기간 미국은 0.35에서 0.21, 일본은 0.12에서 0.11로, OECD 평균은 0.28에서 0.20으로 떨어진다. 위 숫치는 80년대 이후 한국경제가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한편 한국의 에너지 사용 분포를 보면 제조업에서 52.5%(특히 화학.철강.시멘트에서 40.1% 사용), 수송용 21.0% 등 산업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산업구조를 에너지 효율이 높은 방향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넷째.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중요성을 증대시키고 있다. 자원 절감산업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을 보면 유럽이 60.7%로 주도하고 있고 미국 18.4%, 일본 10.1%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는 1.4%에 지나지 않는다. (위 LG보고서, 08.5.14자에서) 아마도 현 경제위기가 끝나면 세계경제는 지금과는 다른 에너지 패러다임을 갖게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 경제 또한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하다.
2009년 8월 24일 월요일
2009년 8월 23일 일요일
2009년 8월 22일 토요일
정세 및 과제(초안, 7.25)
1. 객관정세
1) 통일정세
- 북미
* 2008년 11월 오바마 승리, 경제 및 이라크.이란.아프카니스탄이 최대 현안, 대북 문제는 후순위
* 4.5 미사일, 5.25 핵실험 등 북의 초고강도 공세
* 한미정상회담, 커트 캠벨 동아시아 차관보의 인준 및 방한을 계기로 미국의 대북정책 가시화/ 포괄적 패키지(부분적, 단계적이 아닌/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
* 협상을 위한 일종의 기세 싸움/하반기경 협상 개시 가능성은?/대화가 시작되더라도 양자의 입장 차이가 커 타협점을 찾기 어려울 것(미국은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와 그에 대한 댓가/ 북은 핵군축)
* 북은 고농축우라늄(핵무기, 노동: 아서 브라운)에 대한 일종의 ‘특별사찰’을 수용하지 않을 것, 미국은 북이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협상 완료 곤란
* 북 핵 보유, 전혀 새로운 정세로 발전하거나/제한적 협상(영변,대포동-북미관계 정상화, 평협의 교환/북은 최소한의 억지력을 남기고 미국은 당면한 위험의 통제)
- 남북
* 북미 협상에 맞춰 남북관계도 새로운 국면 조성/10.3 추석을 기해 이산가족 특별상봉 제안(민족21.09.8)
→ 실천적인 관점
* 통일정세에 개입할 여지가 크지 않고 양비론이 부각될 것이므로 과도한 역량 배치는 자제/이명박 정부의 통일정책 전환(6.15, 10.4)에 초점을 맞춤
* 8.15 전국집중?
2) 경제
- 세계 경제
* 08년 9월 금융공황과 실물경제의 급속한 침하/금융 안정.대대적인 경기 부양....민간부문의 부채를 정부로 이양한 양상
* 낙관적 기대가 커지고 있음(중국 1/4분기 6.1%, 2/4분기 7.9%/ 골드만 삭스, JP모건 등 금 금융권 및 인텔 등 IT 기업 실적 호전
* 금융위기의 가능성 상존(미국 상업은행...)/미국의 실업률(9.8~10.1%, 7.16 FRB)
* 미국의 재정적자(08년 2859억불, 09년 7.13 현재 1조 860억불), BRICc 부상...
- 한국경제
* 글로벌 대기업의 선전(삼성 전자 2/4분기 영업이익 1조 600억)/LG전자 영업이익 1조 1330억원)
막대한 재정지출(올 상반기 156조 1천억원)에 의한 경기부양(건설, 고용)
고용.민간소비.설비투자 등 실물부문 침체는 여전함
경기부양에 따른 폐해(부동산, 증시 과열)
.....2/4분기 전기대비 GDP 성장률 2.3%, 전년동기대비 -2.5%(제조업 1/4분기 -3.4%에서 8.2%, 수출 -3.4%에서 14.7%, 민간소비 0.4%에서 3.3%, 설비투자 -11.2%에서 8.4%)
* 하반기 재정 지출 여력이 사라지면 경기부양 효과가 제한, 조세.금리인상 등 우려/민간 부문의 설비투자 확대 여부가 중요하지만 장담할 수 없음
* 현재는 일종의 비상상황으로 상황의 관리/구조조정(건설.조선.해운업/금호아시아나 등 대기업/중소기업 등)/금리인상:7.23 KDI) 등이 구체화되면 새로운 양상
→ 실천적 쟁점
* 정치사회적 영향력이 작은 하층부터 타격을 받고 있음(기초생활수급자...)/부동산.증시의 부분적 활황에 따라 정치적 대치 국면 완화/ 비정규직.교육 등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해결책 없는 미온적 조정(학자대출금 이자, SSM:7.16 인천 옥련점 사업조정신청 수용, 학원단속 등)/ 구조조정에 따른 고용불안.세금인상.교육비 상승 등 중산층 이하의 생계의 지속적 악화
* 고용 악화, 재정 및 조세, 자산버블 파열, 자영업 몰락과 SSM, 교육.의료, 구조조정 사업장의 극한 저항, 4대강 정비 등이 주요한 쟁점
3) 정치지형
- 7.22 미디업법 강행 처리, 집권 후반기를 겨냥한 고강도 공세, 휴가철을 염두에 둔 잘 짜여진 프로그램의 일환/당정청 쇄신, 중도서민 행보, 대북정책 조정/상황이 악화되면 개헌 등의 파격적인 정국 전환책이 나올 수도
- 친이, 친박, 자유선진당 등 보수진영의 주도권 싸움
- 민주당, 친노, 진보정당(민주노동당, 진보신당) 등도 이합집산
→ 야당과 진보진영의 대응수위
* 1) 탄핵 사태에 준하는 범국민적인 저항/ 2) 야당의 장외공세와 여권의 정국전환이 대치하면서 정국의 장기간 표류/ 3) 여권으로 주도권 이전
.................. 2)와 3) 사이에서 정국이 진행되지 않을까?
2. 주체정세
1) 국민대중
- 5.23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반이명박 정서의 대분출, 그러나 명료한 정치적 의사로 집약되지 못함
- 경제의 부분적 활황.상황 관리/사회경제적 압박이 정치적 영향력이 약한 집단으로부터 시작됨에 따라 경제문제를 이슈로 한 정치적 진출 미약.........SSM과 자영업
- 대도시의 고학력.중간층에서 민주주의에 반하는 이명박 정부의 행태에 대한 비판 고조
2) 민주노동당 및 여타 세력
- 자민통 당권파 다수가 패권적, 좌편향(정권퇴진론.....)/연대연합에 대한 소극적.배타적 태도, 진보신당도 유사/국민대중은 범야+시민민중진영에 높은 수준의 선거공조.정치연합을 요구하고 있으나 야4당+시민민중진영의 공동 장외집회 수준의 초보적 연합만이 가시화
- 노동
* 언론노조의 총파업(특히 지상파 3사가 모두 참여), 전교조의 시국선언 등 고학력.식자층이 상대적으로 적극적
* 금속노조는 전체적으로 미약/쌍용자동차 등 현안 사업장을 중심으로 극한 투쟁
- 농민, 학생........ 두드러진 역량 진출을 보이지 못함
- 자영업자의 세력화 조짐
3. 총결
- 대도시 30~40대를 중심으로 반이명박 정서 확대, 민주주의 파괴에 민감, 여권의 민생행보에 쉽게 흔들리지 않을 것, 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표로 심판하려 할 것........이를 뒷받침할 정치세력의 출현이 관건
- 경제적 압박에 시달리는 서민대중의 위축/일부의 극한 저항.........이명박 정부가 서민대중을 경제적으로 포섭하려 하나 어려울 것/중간층의 상당 부분까지 경제적 고통에 시달릴 것........민생은 오히려 범야와 시민민중진영의 의제
- 하반기는 범여권의 사이비 민생행보, 정국전환 노력과 범야권+시민민중진영의 장외투쟁이 일종의 교착국면을 이룰 것(범여의 민생행보가 민심을 획득할 가능성이 크지 않고 시민민중진영의 장외투쟁이 공권력을 압도할 힘이 없음), 개헌 국면 또는 통일정세 따위로 여야의 대치가 이동할 가능성?
- 과제
* 10년 6월 지방선거를 겨냥한 쇄신과 정치연합 여부가 관건
* 등록금, SSM, 의료 등 대중의 구체적인 요구에 근거한 큰 규모의 투쟁
글로벌 대기업(통일뉴스 연재)
필자는 6.20~21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에서 결의된 ‘이명박 퇴진론’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필자의 문제의식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대기업의 현황과 실천적 함의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1. 80년 이후 대기업의 성장 과정(이와 관련한 보다 자세한 분석은 non.or.kr에서 같은 제목의 글을 참조하기 바람)
80년 이후 민간주도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면서 대기업이 본격 성장하기 시작했다. 민간 대기업의 성장은 크게 80년대 초반, 86~89년 3저호황, 90년대, 2000년대 초반 그리고 현재로 나눌 수 있다.
80년대 초반은 정부가 중심이 되어 70년대에 단행된 과잉중복투자를 정리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의미있는 기술적 성과로는 83년 12월 삼성전자가 미국.일본에 이어 64kd램을 개발한 점, 86년 3월 통신분야에서 TDX(전전화교환기)를 세계 10번째로 개발한 점을 들 수 있다.
86~89년 3저호황으로 민간대자본이 독자적인 자본을 확보한 시기이다. 70년대 중화학공업은 정부주도하의 적자 출혈수출이었다면 이 시기는 엔고로 가격경쟁력이 강화되어 상당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는 90년대 중화학공업 투자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88~91년 사이 도시바의 2.3배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 결과 93년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로 부상했고, 94년 세계 최초로 256md램을 개발한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95년 2조 5천억의 이익을 냈고 이 이익은 다시 TFT-LCD 투자로 이어져 TFT-LCD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로 이어진다.
이동통신 분야에서 94년 애니콜이 개발되고 96년에는 CDMA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다. 이는 “89년부터 7년간 996억원의 연구개발비와 1000여 명의 연구원을 투입했던 과감한 선행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외 자동차, 조선분야 등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한국의 민간 대기업이 극적으로 도약한 시기는 IMF 이후 2000년대 이후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아날로그→디지털’로 이전하는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고 불황기에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여 전통의 전자강국을 일본을 밀어냈고, 조선산업에서도 ‘대형화.다양화’라는 시대적 추이를 파악하여 명실상부한 조선강국으로 부상한다. 이 시기가 되면 한국의 몇몇 대기업은 글로벌 대기업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08년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몇몇 글로벌 대기업이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전 세계적인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는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7% 늘렸고, 지난 5월까지 TV 시장에서 일본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4% 감소한 반면 삼성.엘지는 1% 상승했다. LCD 패널의 경우 처음으로 5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코트라는 올해 상반기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8% 가량 높아진 반면, 일본은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한겨레신문 7.20자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은 이번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그것이 성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 실천적 함의
그렇다면 위 사실이 갖는 실천적 의미는 무엇일까?
08년 11~12월 급락했던 경기가 09년 상반기 완만해진 것은 글로벌 대기업의 수출과 재정지출 때문이다. 물론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여 생긴 불황형 흑자지만 상반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것은 한국 경제의 급락을 막은 중요한 요소였다.
또한 민간소비.설비투자 등이 극도로 위축된 조건에서 고용과 건설투자에서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은 것은 재정의 조기 집행이다. 건설투자의 경우 09년 1/4분기 전년동기대비 1.7%(전기 대비 5.3%) 성장하여 GDP 성장률을 전기 대비 플러스(0.1%)로 돌려 세운 일등 공신이었다. 고용의 경우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에서 42.0만명, 20대에서 감소폭이 줄고(-5.2만명), 50대에서 고용이 는 것(16.9만명)은 행정인턴.공공근로와 같은 재정의 조기 집행으로 경기 급락을 막는데 도움(물론 단기 임시직이지만)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상반기 무리한 감세와 재정지출로 더 이상의 재정지출이 어려운 조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글로벌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확대일 것이다. 필자는 글로벌 대기업이 경제위기가 정치적 위기로 발전하지 않는 선에서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
전체적으로 말하면 정부재정과 글로벌 대기업이 갖고 있는 경제력으로 상황의 급속한 악화를 제한적이나마 방어.관리할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국민대중의 정서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6.12~19, 전화 면접)한 바에 따르면 기업호감도가 50.2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3년 하반기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결과가 높았던 2006년 하반기와 동일한 기록이다. 특히 ‘국제경쟁력’(74.9), 생산성.기술 향상(65.0) 등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고, 기업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30대(46.2에서 49.0), 40대(46.4에서 49.1), 불루칼러(43.2에서 45.5) 등에서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향후 우리 경제에 가장 많은 공헌을 하게 되는 주체는 기업이다’라는 의견에 80.3%가 긍정적으로 답하고 있다.
위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국민대중이 2000년대 이후 글로벌 대기업이 성장하는 과정과 최근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08년 하반기 48.1에서 09년 상반기 50.2)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결
위와 같은 사실이 보여주는 실천적 교훈은 무엇일까?
첫째. 정부와 글로벌 대기업이 경제상황을 나름대로 관리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09년 상반기 집중적인 재정지출과 글로벌 대기업의 善戰이 없었다면 상황은 보다 심각했을 것이다. 한국의 관료집단과 글로벌 대기업을 ‘우습게 보는’ 자민통 진영 일부의 시각은 시급히 극복되어야 한다.
둘째. 객관적인 데이터, 민심의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없이 근거없는 믿음(진보진영이 투쟁에 나서면 민중은 따라 올 것이다 등)에 기초한 운동 풍토를 청산해야 한다. 진보진영에서 과학이 사라지고 있는 모습은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셋째. 현재 상당수의 국민대중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가 보여주는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에 깊이 포섭되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여기에 편승하려는 어설픈 시도대신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진보진영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글로벌 대기업의 성장과 실천적 함의
필자는 6.20~21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에서 결의된 ‘이명박 퇴진론’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필자의 문제의식 중에서 중요하게 차지했던 부분은 글로벌 대기업의 현황이다. 아래에서는 앞선 글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대기업의 현황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특히 현 경제위기 상황에서 글로벌 대기업의 향후 전망은 이후 정세를 예견하는데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분석의 대상은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산업이다. 필자는 이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지 않다. 틀린 점이 있으면 지적해 주기를 바란다.
1. 각 산업의 현황
1) 반도체
한국에서 반도체 산업이 본격 시작된 것은 83년 12월 삼성이 64KD램을 미국.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개발하면서부터이다.
87년 메모리 기업 순위 9위였던 삼성전자는 88~91년 사이 도시바의 2.3배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 결과 93년 메모리 부문에서 세계 1위로 부상한다. 특히 83~87년 매년 1천억 수준의 적자를 보면서도 투자를 지속하여 88년 반도체 호황을 맞아 일거에 적자를 보전하였다. 이어 94년 세계 최초로 256MD램을 개발한다. 95년 반도체 호황기에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13.6%를 장악하고 2조 5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낸다.
반도체는 여타 산업과 달리 호황과 불황의 진폭이 큰 편이다. 94~5년의 호황이후 96~98년 불황기가 찾아 왔다. 97년 IMF 경제위기의 원인 중의 하나를 반도체 불황기에서 찾고 있을 정도로 당시 반도체가 갖는 위상은 큰 것이었다.
최근 경제위기 국면에서 각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보면 먼저 “07년 이후 공격적인 설비투자와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DRAM 산업에서도 한국과 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국의 DRAM 시장 점유율은 08년의 경우 1분기 49.2%, 2분기 49.9%, 3분기 49.4%, 4분기 52.9%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한국과 일본기업이 DRAM 50나노급 등 미세화 공정전환을 9~12개월 선행하며 생산성 및 원가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최신 기술은 해외 기업으로부터 도입하고 대규모 자본 투자를 담당해온 대만 DRAM 업체들은 불황기에 실적이 크게 악화”되었다. 대만 정부는 08년 12월말 LCD 패널 업체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 M&A 등 구조조정을 전제로 2천억 대만달러(약 8조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독일의 키몬다는 총 3.25억 유로 규모의 구제 금융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핸드폰
핸드폰 산업은 94년 10월 삼성전자가 애니콜(SH-770)을 개발하여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95년 7월 국내시장에서 모토롤라를 따돌리면서 본격화되었고, 96년에는 세계 최초로 CDMA를 상용화하였다. 핸드폰에서의 이러한 성과는 “89년부터 7년간 996억원의 연구개발비와 1000여 명의 연구원을 투입했던 과감한 선행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종합가전업체의 장점을 살려 휴대폰에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을 복합화시키는 등 디지털 컨버전스를 주도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였다.
휴대폰 시장은 최근 장기호황을 마치고 불황기로 접어 들었다. 불황기에는 명암이 엇갈리기 마련인데 국내 업체는 “08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2,3위 업체로 부상하는 등 선진업체와 달리 비교적 좋은 실적으로 보였다” “여기에는 모토롤라 등 경쟁업체의 부진도 있지만 국내 휴대폰의 브랜드력과 제품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의 휴대폰 수출은 부진을 거듭하고 있으며 특히 08년 하반기 이후 수출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kiet 산업경제)
향후 전망은 “모토롤라와 소니에릭슨은 기존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해 스마트폰과 모바일 서비스 등 새로운 트렌드 변화에 소홀했고 신흥국시장 공략도 미흡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노키아, 삼성전자 등은 방대한 공급망과 판매망을 구축해 신흥국 시장 공략에 성공했으며 스마트폰과 터치스크린폰 등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3) TFT-LCD
TFT-LCD 산업의 경우 96년까지 일본의 선발업체들을 모방한 catch-up형 라인을 도입하여 일본업체들이 앞서 설치한 제조장비를 모방하는 수준이었다.
삼성전자는 94~95년 반도체 최대 호황기에 제 2의 반도체 신화를 위해 TFT-LCD를 전략적으로 선택하여 기존 반도체 사업의 수익력을 cash-cow로 활용하여 과감하게 투자한다. 여기에는 반도체와 TFT-LCD의 생산공정이 유사한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97년 하반기에서 98년 상반기까지 공급과잉으로 불황을 겪을 때 국내업체들은 13.3인치 이상 대화면 제품에 과감한 시설투자를 단행하여 삼성전자와 LG 전자는 95년부터 TFT-LCD에 대한 양산체제에 들어간 지 4년만인 99년 각각 세계 1,2위에 올라섰다.
향후 전망은 한국 반도체.LCD 업체들은 불황속에서 시장 지배력이 보다 커지고 있어 향후 성장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다. 반면 LCD 패널의 경우 가동률이 50% 이하로 하락한 대만, 중국 기업은 공장 재가동 시 장비 조율과 수율개선 작업 등을 다시 해야 하고, 반도체의 경우 미세공정(50나노 이하) 전환을 위해서는 Immersion 장비 등에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우수한 한국기업이 유리한 상황이다.
4) TV 산업
TV 산업은 70~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소니가 68년 트리니트론 브라운관을 개발하며 TV 산업을 제패한 후 영상.음향 가전업계를 선도한 바 있다.
그런데 TV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인 디지털화.평판화가 90년대 말 이후 동시에 진행되면서 시장 판도가 급변하였다. 한국기업은 디지털 TV로의 전환추세를 감지하고 적극적인 R&D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97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TV를 개발했고 브라운관 TV를 누르고 TV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 LCD TV에서 세계 1위로 부상했다.
삼성전자의 TV 상품에 대해 “LCD TV 650, PDP TV 550 모델은 지금까지 테스트한 최고의 제품 중 하나”(HDTV Review(09.3), Consumer Reports)라고 평가하고 있다.
5) 자동차 산업
정주영 회장은 “80년대 초반 GM과의 합작을 요구하는 전두환 정부에 대들면서 포니 엑셀의 대량생산-대량판매-대량 수출체제를 완성”한다. 이어 현대자동차는 83년 독자 엔진개발식을 발족하고 88년 독자엔진을 개발한다.
90년대 중반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95년 330만대 규모에서 97년 414만대로 늘렸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은 “지난 82년부터 미국 시장에 수출을 해왔으나 지난 해까지만 해도 계속 적자였고, 00년 들어 겨우 적자를 면하는”(주간조선 00.12.7) 수준이었다.
08년 이후 경제위기 과정에서 미국, 유럽, 일본의 대형업체가 큰 충격을 받은 반면 “남미와 아시아(한국과 일본 제외) 등 신흥시장 비중이 높은 한국과 중국 업체들은 선전 중이다. (현대와 기아는 신흥시장 비중이 각각 41.4%, 31.4%로 글로벌 주요업체 중 최고 수준)
향후 전망에 있어서도 현대, 유럽의 피아트, VW, BMW 등은 향후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다. “이들은 신흥시장 판매비중이 높고 경쟁력있는 소형차 제품라인을 구비하고 있어 경제위기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작게 받았고”, 08년 본격적인 경기침체 돌입 이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와 경쟁력을 개선한 바 았다.
현대의 경우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투자 확대와 공격적인 마케팅 및 M&A를 통해 향후 구조재편에서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6) 조선 산업
74년 현대중공업이 최초의 조선소를 건설한 이후 12년만인 86년 유럽의 총건조량을 초과한다. 87년, 93년 일본을 젖히고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하나 이는 당시 엔고에 따른 가격경쟁력 탓이었다.
90년대 중반 이후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94년 4월 6만톤급 LNG선 개발에 성공하고 99~00년 이후 조선산업에서 일본을 젖히고 1위로 올라선다.
2000년 이후 한국이 조선산업을 주도하는데 이는 선박의 대형화.다양화 추세에 맞춘 결과이다.
2003년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1~10위까지의 조선사 중 7개가 한국일 정도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고부가선인 컨테이너선 및 탱커 비중이 60%인 반면 중국.일본은 저부가선인 벌크선이 50% 이상이며, 설계인력 또한 일본의 4배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경기 불황과정에서 08년 상반기 한국의 수주량은 전년동기대비 20% 줄었으나 시장점유율은 50.6%로 11.7% 증가했고, 08년 3/4분기 국내 조선업체의 영업이익률도 10% 내외로 양호한 편이다. 이는 일본의 IHI 조선부문의 영업이익률이 08년 4~9월 4.8%에서 08년 10월~09년 3월 -5.4%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계약취소의 경우 08년 12월 초 중국 조선소의 벌크선 계약취소는 197척으로 세계 벌크선 계약취소의 82%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의 수주 계약취소는 20여척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산업은 특히 중국의 추격이 무서운데 “이번 불황으로 중국 조선산업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은 탓에 한국으로서는 중국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 셈이다”
7) 소결
위의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86~89년 3저호황 과정에서 비롯된 잉여자금이 90년대 적극적인 투자의 배경이 되었고, IT 산업, 전통 중공업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둘째. IMF 이후 2000년대를 전후하여 시대의 변화추세에 적극 대응하여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다. 삼성전자가 디지털 시대를 선도한 점, 조선업체가 대형화.다양화 추세에 호응한 점 등이 그런 사례일 것이다. 이 결과 삼성전자는 세계전자업계 상위 5대 기업(97~00 매출기준)에서 97년의 경우는 IBM, 히타치, 파나소닉, 도시바의 순이었으나 07년에는 삼성전자, HP, IBM, 히타치, 파나소닉으로 바뀌었고, 조선업은 세계적인 조선기업 중 10위내에 한국 기업이 7개를 차지하게 되었다. 셋째. 08년 이후 본격화된 경제위기에서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현 경제위기가 글로벌 대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 실천적 함의
08년 이후 본격화된 경제위기 국면에서 범보수진영이 발휘할 수 있는 경제력은 국가 재정과 이들 글로벌 대기업이 갖고 있는 자금력이다.
09년 1/4분기 한국경제가 전기 대비 0.1% 성장한 것은 국가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여 건설투자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로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향후 난감한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범보수진영이 동원할 수 있는 경제력은 이들 글로벌 대기업이 갖고 있는 자금력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서 보듯 이들은 이미 각계각층의 보수엘리트층에 대한 치밀한 관리와 연계망을 갖고 있다. 또한 이들 기업에 근무하는 연구원, 엔지니어 등은 전통적인 수구세력과는 이질적이지만 이들 글로벌 대기업과 일정한 수준에서 이해 관계를 같이 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의 경우 이들 글로벌 대기업이 갖고 있는 경제력에 의해 조합주의에 경도되어 있다. 터놓고 말하면 이들 글로벌 대기업은 민주노총의 근간을 이루는 정규직 노동조합을 일정한 수준에서 관리.통제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글로벌 대기업의 관리가 보다 공격적으로 전환되면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 상당 부분이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 끝으로 저학력.저소득층의 경우 삼성전자, 김연아. 박태환, 박지성 등 세계적인 차원에서 국력(?)을 신장하고 있는 기업.사람들에 대해 이데올로기적으로 깊이 편입되어 있다. 경제위기가 정치적 위기로 발전할 경우 이들 저소득.저학력층은 진보민중진영을 지지하기보다는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 보수엘리트에 경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경제위기가 보다 심화되고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적나라하게 발전할 경우 위에서 지적한 각 세력이 어떻게 분화될 것인가를 판단해 보자.
글로벌 대기업과 보수엘리트 집단은 보수권력을 재창출하거나 마지노선으로 민주당 우파까지 지지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미 2003년 국가아젠다를 주도하며 노무현 정부를 굴복(?)시킨 바 있다.
글로벌 대기업에 종사하는 고학력층은 두가지 상이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하나는 이명박 정부가 보여주는 퇴행적 행태에 대한 반감과 다른 하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이 소통의 부재, 민주주의의 후퇴와 같은 느슨하고 제한적인 수준에 한정되리라는 점이다.
필자가 “이명박 퇴진론에 대하여”에서 지적한 점이 바로 이 점이다. 지식인.종교인.언론인 등이 주도하는 반이명박 정서는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는 있어도 이명박 정부를 거리에서 제압할만한 역량이 없고 이를 끝까지 밀고 나갈 의사가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보여주는 반이명박 정서에 편승하여 ‘이명박 퇴진’ 등의 구호를 섣불리 내거는 것은 문제라고 보았던 것이다.
가장 우려할만한 집단은 저학력.저소득층이다. 이들은 이미 삼성전자, 김연아. 박태환, 박지성 등 글로벌한 스타들이 어떻게 한국을 변모시켰는가를 잘 알고 있고, 이에 깊이 편입되어 있다. 아타간의 역관계로 보면 이들의 의식 깊은 곳에는 삼성전자의 놀라운 성공담(?)이 들어있고 진보민중진영은 잘 알지 못하거나 아직은 권력을 맡길만한 세력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민중진영은 전자를 과소평가(아직도 진보민중진영 일부는 삼성전자를 매판자본이라고 부른다)하고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지금 상태에서 정세가 보다 심각한 국면으로 발전하면 이들 대부분은 진보민중진영에 동조하기보다는 진보민중진영에 등을 돌릴 것이다. 그것은 이들이 갖고 있는 경제적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관념적인 구호를 앞세운 무리한 거리 행동전보다는 꾸준하고 일관된 스킨쉽과 구체적이고 실물적인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참고)
“휴대폰 산업의 진화와 경쟁구도 변화”, 08.9.3, seri
“한국경제의 위기 극복 과정과 교훈”, 03.5.14, seri
“한국조선산업의 경쟁력 진단”, 09.2.4, seri
“한국 TV 산업의 새로운 도전”, 09.7.1, seri
"제2의 반도체 신화, TFT-LCD의 성공“, 99.9.1, seri
"불황기 반도체.LCD 경쟁구도 변화와 시사점“, 09.1.6, seri
"최근 세계 휴대폰 시장의 환경 변화와 시사점“, 김중기, kiet 산업경제
“한국 주력산업의 경쟁력 분석”, 2000년 2월, seri
“위기에 직면한 일본 전자업체의 구조적 문제와 시사점”, 09.3.26, seri
“세계 자동차시장의 구조재편 전망과 시사점”, 09.3.11, seri
민주노동당의 이명박 퇴진론에 대하여
6.20~21 민주노동당은 부산에서 정책당대회를 갖고 이명박정부 퇴진을 공식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의 횡포가 날을 따라 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명박 정부의 퇴진을 주장하는 것은 일견 당연하다. 그러나 진보진영에서 어떤 정치적 입장을 천명할 때는 주객관적 정세에 대한 엄밀한 판단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현 정세에서 이명박 정부 퇴진론이 타당한가에 대해 몇가지로 나누어 검토해 보겠다.
1. 가능한가?
이명박 정부를 퇴진시키는 것이 실제로 가능한가?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은 두가지밖에는 없다. 하나는 대통령 탄핵을 통하는 방법이고 다른 하나는 전민항쟁을 통해 퇴진시키는 것이다.
전자는 한나라당이 국회에서 다수 의석을 갖고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후자는 어떠한가?
먼저 지적할 것은 헌정 질서에 대한 국민들의 태도이다.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실제로 가결되었을 때 한나라당은 대대적인 역풍을 맞은 바 있다. 심지어는 영남권의 보수적인 유권자들도 노무현 대통령은 싫지만 그렇다고 해서 탄핵까지 하는 것은 심했다고 보았다. 비슷한 상황이 08년 봄 촛불시위에서도 벌어졌다. 수십만명이 거리에 나와 이명박 정부의 탄핵.퇴진 등을 외쳤지만 광화문 네거리에 가로 놓인 ‘명박산성’을 넘지 못했다. 요약하자면 헌정 질서에 대한 존중감이 상당 부분 안착화되어 있기 때문에 헌정질서를 뛰어 넘는 전민항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어렵다.
물론 전민항쟁이 전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경제상황이 심각한 상황으로 발전하거나 전민항쟁이외에 다른 여지가 없을 때는 거리에서 문제를 해결할 수밖에는 없다.
그러나 경제상황은 08년 11~12월 경기 급락 상황에서 느슨한 횡보를 계속하고 있다. 심각한 경제위기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현 상태로 보면 장기불황에 접어들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게 되면 대중의 거리 진출은 오히려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한편 국민대중은 이명박 정부를 ‘응징’할 기회가 남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바로 2010년 6월의 지방선거이다. 이 가능성이 사라지지 않는한 국민대중은 지금 거리에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적 태도를 유지한 채 관망할 가능성이 크다.
상황을 종합하면 민주노동당의 이명박 정부 퇴진론은 다분히 정치적.선언적 성격이 강한 것으로 보인다. 제도권 정당이 이런 류의 선언적 천명을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사람들은 민주노동당의 ‘선언’을 상황의 엄중함에 대한 경고로 받아들이기보다는 늘 있었던 또 하나의 ‘이벤트’로 생각할 가능성이 크다.
2. 각계각층의 동향
이명박정부 퇴진론의 심각한 문제점은 현 시기 조성된 역량 관계에 비춰 역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먼저 글로벌 대기업의 상태를 보면 다음과 같다.
현대자동차는 09년 2.1 미국의 프로풋볼 결정전에서 제네시스 광고를 선보였다. (이 중 하나가 ‘angry bosses'인데 이는 제네시스의 선전에 혼다와 BMW의 보스들이 화가 난다는 내용이다) 또한 1년이내에 실직하면 차를 되사준다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 이는 경제위기 상황에서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전략인데 “세계자동차산업의 구조재편과 전망”(삼성경제연구소, 09.3.11)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를 향후 “약진할 가능성이 큰 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1/4분기 순익은 4700억원으로 작년 7400억원 적자에서 1조 2100억원이 증가했다. 이에 대해 주식시장에서는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 예상보다 실적이 놓은 것)라고 평가하고 있다. LG 전자의 경우 1/4분기 순익이 4556억원인데 “LG전자는 특히 휴대폰과 LCD TV 등 주력 사업부문에서 해외경쟁업체들을 제치고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는데” “2분기에는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내일신문, 6.24)...등등
유철규 교수는 6.17자 한계레신문 기고에서 “반도체 시장의 치킨게임에서 한국 업체가 승리한 듯 보이고, 자동차 업체는 미국 시장의 시장 점유율을 위기 이전보다 두 배 높였다. 조선업의 구조조정에 따라 한국 업체의 시장지배력은 높이 평가받고 있다”라고 쓰고 있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국민대중의 삶이다. 이를 09년 4월 고용동향을 중심으로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고용상황은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다. 05~07년 취업자 증가율이 28~29만명 수준이었다면 08년 이후 급격히 낮아져 09년 4월에는 -18.8만명에 이른다. 그러나 고용상황이 모든 계층에 동일하게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특징적인 것은 제조업(-15.5만명),건설업(-12.8만명),도소매음식숙박업(-12.6), 임시근로자(-7.6), 일용근로자(-16.2), 자영업주(-26.9) 등에서 감소폭이 크고 비경제활동인구는 무려 51.5명이 증가했다. 반면 상용근로자는 33.3만명이 증가했다.
위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20대 후반의 대졸 남자의 취업이 부진하고 30대 초반의 비정규직 여성의 고용상황이 심각하며 중고령의 영세자영업자들이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한편 정규직 노동자의 경우 타격의 정도가 약하다고 볼 수 있다. 특기할만한 점은 정부의 집중적인 재정투입에도 불구하고 건설업에서 일자리가 오히려 줄고 있는 점이다.
위 상황이 갖는 정치적 함의는 무엇일까?
03~06년 ‘서프프라임 호황기’에 한국 사회운동을 주도했던 것은 농민이다. (민주노총은 주로 조직된 상근자들이 중심이었다면 농민은 대중적인 투쟁을 벌였다.) 반면 대도시의 중간층들은 재테크, 사교육 등에 열을 올리고 있었다.
08년 5월초~7월초 시기 촛불시위를 주도했던 것은 주로 대도시의 여중고생들, 주부, 30~40대의 중간층들이다. 이들은 교육.건강.대운하.의료보험 등의 이슈를 걸고 평화적인 형태의 시위 양상을 보여 주었다.
한편 위 시기 원자재.경유.사료 값 인상 등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축산농가.영세자영업자들은 자살이나 폭력시위와 같은 형태로 자신의 처지를 표현했다. 이 시기 원자재 가격 인상에 맞서 조직적인 저항을 한 집단은 화물연대와 중소기업이다.
09년 4.26 재보선에서부터 6.10 범국민대회까지 상황은 다음과 같다.
첫째. 07년 12월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30~40대(서울의 경우 대선에서 이명박 53.2%, 정동영 24.5%)가 이명박 후보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고 이를 선거(4.26 재보선)를 통해 표현했다. 이외에 충청권(이는 행정도시 이전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부산경남권의 이반이 크다.
둘째. 5.2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충격적인 서거에 대해 500만명이 추모하고 5.29 서울광장에는 수십만명의 군중이 운집했다.
5.23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민심의 동요는 심각했는데 여기에는 여러 갈래의 정서와 분노가 결합되어 있다.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미안함, 서민적이고 소탈했던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안타까운’ 회고(이는 귀족적인 이명박 후보에 대한 반감과 동전의 양면이다. 그러나 이것이 정치적 행동전으로 발전하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소통의 부재.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분노, 최고 지도자의 죽음에 대한 충격 등이 그것이다.
이 중 가장 적극적인 소통의부재.민주주의의 후퇴에 분노하는 대도시 지식인.중간층들이다. 상황이 이러했기 때문에 5.29 영결식 직후, 6.10 범국민대회가 압도적인 여론의 호의에도 불구하고 소규모로 치러졌고, 이후 운동이 주로 교수.종교인.교사 등으로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반이명박의 가장 전투적인 부대는 대도시 지식인과 중간층이다. 그리고 이들을 대표하는 집단은 민주당 또는 친노그룹이거나 참여연대 등의 시민단체이다. 반면 조직화된 민중운동진영은 침체해 있고 중서민대중은 정치적 행동보다는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추모의 감정으로 분을 누르고 절박한 생계위협 앞에 극도로 위축되어 있다.
따라서 현재 운동의 정치적 성과는 대체로 민주당, 친노, 참여연대 등으로 수렴될 것이다. 진보진영 일부에서 제2의 6월항쟁 운운하며 상황을 평가했던 것은 ‘한탕주의적’ 발상이거나 자신이 집중해야할 정치적 지지기반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소부르주아적 급진성(80년대 운동권 사투리)의 표현이다.
그렇다면 향후 각계각층의 동향은 어떻게 될까?
09년 1/4분기 GDP 성장률이 전년동기대비 -3.4%(전기 대비 0.1%)로 침하 속도가 완만해 진 것은 정부의 집중적인 재정지출에 의해 건설투자가 08년 4/4분기 -5.6%에서 09년 1/4분기 1.7%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급격한 경기침하를 막았던 정부의 재정 여력이 고갈되고 있는 점에서 정부 재정을 통한 경기부양은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정부재정이외에 보수세력이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은 글로벌 대기업의 자금력이다. 이들은 03~06년 대도시의 고학력층을 회유(?)할 수 있을 정도의 물적 기반을 갖고 있고 08년 촛불시위,09년 서거 정국에서도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았다.(삼성 이건희 회장의 재편에 대한 여론 추이를 생각해 보라) 오히려 이명박 정부의 법인세인하.고환율 정책에 의해 막대한 수혜를 입었고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 단계 비약을 꾀하고 있다.
문제는 이런 점이다. 보수진영이 첫째. 이명박 대통령에 집중된 뇌관을 제거하고 탈이명박 정서를 갖는 의외의 인물을 선발하고 둘째. 민주주의 등에 대한 공격을 자제하고 셋째. 초글로벌 기업으로 선전할 수 있다면 반이명박 전선은 여러 갈래로 분열될 것이다. 소통부재.전임 대통령의 충격적인 죽음.지역차별과 같이 느슨하게 묶여 있던 집단은 분화될 것이고 대도시 중간층은 보다 전투적인 부분만 남아 적극적인 행동전에 나서며, 경기침체에 고통받는 중서민 대중은 다시금 보수세력에 기대를 걸 것이다. 민주당 정도의 정권이 집권을 하더라도 이들 글로벌 대기업의 영향권내로 흡수될 것이다. (보론 참조)
당신이 취업을 못한 20대 후반의 대졸 남성이라면, 당신이 영세 서비스 산업에 종사했던 30대 초반의 비정규직 여성이라면, 당신이 더 이상 기대할 것이 없는 중고령의 자영업주라면 누구를 지지하겠는가? 별 능력은 없으면서 이명박 퇴진과 같이 자신들의 이해와는 무관한 듯한 주장을 하는 민주노동당인가? 아니면 어쨌든 나라 전체의 파이를 키우고 있는 글로벌 대자본인가? 이건희, 황우석(?), 김연아, 박지성 등 세계적인 차원에서 자웅을 겨루고 있는 인물들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생각해보라. 이 거대한 철벽을 뚫기 위해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많은 시간의 스킨쉽과 설득이 필요하다. 그런데 민주노동당은 그러한 지루하고 고된 작업을 무시하고 자신의 지지기반과 일치하지 않는 전투적인 중간층의 이해를 쫓아 실현 가능성도 없는 이명박 퇴진을 전면에 건 것이다.
3. 남은 문제
1) 논리적 모순
이명박정부를 퇴진시키려면 그에 맞는 의제, 역량배치 등이 결합되어야 한다. 가령 6월항쟁 당시 ‘호헌철폐 및 민주헌법쟁취를 위한 범국민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야당+재야’가 결합된 지도부를 꾸리고 범국민적인 행동을 촉발할 수 있는 거리 행동전을 했던 것처럼 해야 한다.
그러나 진보진영의 다수파는 이와는 상이한 행동을 계속해 왔다. 09년 초 민주노총의 진보연대 가입, 진보연대를 시군구까지 확대한다는 발상,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의 유지, 자주적 민주주의, 전략공천의 부결, 울산 북구 선거에 대한 평가와 진보신당에 대한 태도 등 시종일관 민주노동당 다수파의 선명성을 과시하는 노선과 행동을 계속해 왔다.
이러한 선명성 논리는 정책당대회를 준비하는 초기 문건에서도 그대로 드러나 있다. 그러다가 울산북구 선거와 5.23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이명박정권 퇴진으로 비약하고 있다. 좌우를 오가는 이런 난맥상은 민주노동당 다수파가 상황을 일관된 목표하에 바라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2) 정책당대회에 대한 평가
필자는 6.20~21 정책당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여러 문건을 주의깊게 보았다. 그리고 기본소득제와 관련된 토론에서는 반대 토론에 참여하기도 했다.
분당 이후 혁신하겠다는 거창한 발상에 비해 정책당대회에 대한 집체적이고 대중적인 토론은 거의 없었다. 도대체 쟁점이 무엇이지조차 불분명했다. 개념조차 불분명한 자주적 민주주의인가 아니면 민주노동당 강화냐 진보대연합인가를 둘러 싼 의견차이인가 그것도 아니면 전략공천.당원총투표인가......
놀라운 것은 정책당대회에서 국민에게 드리는 핵심 메시지를 이명박 퇴진으로 설정한 점 이다. 이명박 퇴진이라는 정치적 메시지는 하나마나한 소리이다. 국민대중 대다수가 민주노동당이 이명박 퇴진이라는 정치적 입장을 가지고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이것은 새삼스러울 것 없는 당연한 주장이다.
정작 필요했던 것은 이 어려운 시기에 자신의 핵심적인 지지기반인 비정규직.영세자영업주.청년.농민 등에 어떤 인상과 메시지를 던질 것인가이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구체적인 정책으로 제시한 8대 과제(전국민고용보험제 등)는 빈약하다. 이런 수준의 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정책당대회를 열 이유는 별로 없다. 기본소득제 정도가 그나마 파격적인 주장인데 이 또한 현실성은 없어 보인다. 더욱 놀라운 것은 2008년 1월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제출한 이 주장에 대해 민주노동당 내부의 의미있는 토론 자체가 없는 점이다.
3) 시기 구분과 진보진영의 역할
먼저 시기 구분을 잘 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두 번의 전술적 공세기가 있었다고 본다. 하나는 08년 5월초~7월초이고 다른 하나는 09년 4.26~6.10까지이다.
전술적 공세기에는 역량을 집중하여 적극적인 거리 참여를 통해 대중적 지반을 넓히고 진보진영의 연대와 단합의 기운을 심화시키야 한다. 반면 일상적인 시기에는 꾸준하고 일관된 의식화.조직화에 힘써야 한다. 문제는 시기 구분, 역량 타산을 제대로 하지 않고 연중무휴로 총궐기와 같은 공세적이고 수위가 놓은 거리 행동전을 채택하고 있는 점이다.
한편 전술적 공세기라 하더라도 민주당이나 시민단체의 지지기반과 진보진영의 지지기반을 냉정히 보고 연대연합과 진보진영의 독자성을 잘 결합해야 한다.
진보진영의 핵심적인 지지기반인 중서민 대중은 경기 침체의 직격탄을 맞고 극도의 심리적 위축상태에 있다. 생계 위협에 직접적으로 노출된 대중은 함부로 거리에 나서지 않는다. 6월항쟁 당시를 회고하면 인도에 있던 시민들이 보도로 한발짝 나오기까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경기 불황기에 이명박 퇴진과 같은 높은 구호에 행동적으로 동참할 서민은 그다지 많지 않다.
따라서 지금은 구체적이고 실물적인 이해를 걸고 실질적인 성과물을 얻어야 하고(그런 면에서 카드수수료 인하, 학자금대출이자지원조례 등은 좋은 사례이다) 중서민대중과의 끈기있는 접촉을 통해 신뢰를 높여야 한다. 대중운동은 불필요한 과격한 구호를 자제하고 대중의 이해관계가 높고 대중적 지지가 큰 사안을 중심으로 가능한 많은 대중이 참여하는 큰 규모의 대중운동을 벌여야 한다. 경계해야할 점은 구호는 높고 선명하되 사람은 별로 없고 운동 방식이 밋밋한 것이다.
가령 학생들이라면 지금부터 등록금과 관련한 광범위한 토론과 논의를 갖고 올 하반기 대학선거에 공동의 공약을 천명하고 1년 내내 줄기차게 운동을 벌여야 한다. 터놓고 말하자면 위에서 말한 전술적 공세기이외에는 거리에 나오지 않는 것이 좋다. 중요한 것은 지금 몇몇 되지도 않은 학생들을 데리고 거리에 나오는 것이 아니라 2010~11년 또는 그 이후라도 대학 전체가 들썩거릴만한 큰 규모의 투쟁을 만드는 것이다.
보론) 우익 포퓰리즘에 대해
태국의 경우를 예로 들면 ‘반탁신(중간층, 시민단체 등,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잠롱 방콕 시장도 여기에 속한다)-친탁신(농민)’이다. 탁신의 경우 “전국민의료보험적용(약 천원의 한화로),각마을마다 백만바트기부,군단위마다 지역특성에 알맞는 제품개발(OTOP), 마약과의 전쟁 등의 정책”을 추진했다. 이로부터 탁신은 부패한 인물이지만 농민들로부터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선거를 하면 농민층의 지지를 받는 탁신 진영이 승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태국의 비극은 반탁신 진영이 부패.도덕.민주주의와 같은 ‘이념적이지만 공허한’ 주장을 하는 반면 친탁신 진영은 극빈층의 절실한 이해관계에 접근한 점이다.
한국의 경우도 이런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현대자동차와 같은 글로벌 대자본이 노동계 상층과 고학력층을 회유하고 중서민 대중에 실질적인 경제적인 혜택(또는 세계적인 차원에서 경쟁하고 승리한다는 환상만으로도)을 주면 ‘진보-보수’를 둘러 싼 논쟁에서 진보진영은 소통.민주주의 등을 중심으로 경제적 여유가 있는 전투적인 중간층으로 제한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명박 정권에 반대하되 여기에 중서민 대중의 구체적이고 실물적인 이해관계를 담아야 한다는 점이다.
4.29~6.10 전술적 공세기와 정책당대회
4.29 재보선부터 6.10 범국민대회까지 진보진영은 전술적 공세기를 맞았다. 전술적 공세기는 일상적인 시기와는 달리 대중의 참여가 극대화되고 각당각파의 정치적 명암이 엇갈리는 중요한 시기이다. 한편 민주노동당은 전술적 공세기와 함께 정책당대회 (6.20~21)를 준비하는 어려운 조건에 있었다.
4.29~6.10이라는 바쁜 와중에서 맞는 정책당대회는 어떤 의미가 있었던 것일까? 필자는 4.29~6.10 시기를 개괄.평가해 보고 여기서 정책당대회가 갖고 있는 의미에 대해 말해 보겠다.
1. 4.29 재보선
08년 5월초~7월초 2달여에 걸쳐 진행된 촛불시위는 7월 이후 이명박 정부의 강경 대응에 밀려 후퇴한다.
한겨레신문이 촛불시위 1주년을 계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후에도 촛불시위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가’ 40.3%, ‘참여 의향이 없다’가 57.2%로 나타났는데 이는 촛불 시위 이후 정부의 강권통치가 패배감.무력감을 광범위하게 조성했음을 의미한다.
4.29 재보선은 정부의 강권통치에 의해 거리에서 후퇴했던 국민대중이 합법적인 선거공간을 통해 이명박 정부에 반격을 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6.10까지 이명박 정부를 수세로 몰 수 있는 전환적 공간이 열렸다.
4.29 재보선에서 중요하게 판단할 지점은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겠다는 정치적 의지가 ‘후보 단일화’에 대한 강력한 요구로 나타난 점이다. 이는 반한나라당의 대안이 명확하지 않은 조건에서 국민대중의 강력한 의지가 그런 형태로 표출되었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진보진영 특히 민주노동당 일부에서 울산 북구 선거를 두고 원칙없는 단일화, 몰계급적, 사실상 패배한 선거 따위로 평가하는 경향이다.
이는 민주노동당의 분당 과정에 대한 당 전체 차원의 평가가 부재하고 향후 10월 재보궐선거나 내년 지방선거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예고하는 매우 위험한 징후이다.
2.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와 이후 영결식 그리고 6.10 대회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민심의 폭발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을 기본으로 하여 다종다양한 견해와 감성들이 대통령까지 지낸 한 인간의 죽음을 통해 극적으로 표출된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가 갖고 있는 위와 같은 특징으로 해서 다음과 같은 정세가 예고되었다.
첫째. 다양한 감성적 요소들과 충격적인 사태가 결합되어 있기 때문에 민심이 요동치되 영결식을 정점으로 적극적인 행동전은 약화됨 둘째. 반MB 정서가 각계각층으로 폭넓게 확산됨, 셋째.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지지기반이 무너지고 존재감이 없던 민주당 특히 유시민,한명숙 등의 친노 인사들이 급부상할 것 등이다.
이에 기초해 본다면 다음과 같은 평가가 가능하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계기로 제2의 6월항쟁이 벌어질 것처럼 정세를 인식한 것은 과도한 상황인식이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관점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 폄하하는 것은 인간 노무현과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를 애도하는 국민대중의 마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견해이다. 끝으로 진보진영은 5.29 영결식과 6.10 범국민대회를 통해 대중의 참여를 광범위하게 이끌어 내기 위해 노력하되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로 조성된 정국의 성과가 민주당으로 집중될 수밖에 없는 점을 냉철히 보고 적절하게 대응했어야 한다.
핵심적인 평가지점은 언론의 집중적인 관심과 조명 그리고 500만명에 육박하는 추모 열기에도 불구하고 5.29 영결식 이후 서울 시청 앞 행사, 6.10 국민대회가 예상보다 적은 인원과 열기속에 진행된 점이다. 왜 그랬을까?
현재의 반MB 전선은 인간 노무현에 대한 추모와 회고, 강권통치와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분노, 이명박 정부의 친기득권 정책에 대한 반감 등이 복합적으로 포함되어 있다. 이 중 거리 행동전 등의 방식을 통해 자신의 의사를 적극적으로 표출하는 집단은 주로 두 번째 집단이다. 나날이 팍팍해지고 있는 중서민 대중은 서민적 이미지의 인간 노무현을 회고하는 감성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다. 상황이 이러했기 때문에 6.10 범국민대회는 주로 서울과 같은 대도시와 중간층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필자의 경험과 여러 지인과의 토론을 통해 이런 결론에 도달했다. 다른 판단이나 평가가 있다면 지적해 주면 한다)
IMF 경제위기 당시 경제적 하중이 주로 대기업.은행 등 상층에 집중되었다면 현재의 경제위기에는 영세자영업,비정규직,지방경제 등 하층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다. 아래로부터 무너져 내리고 있는 중서민 대중이 자신의 정치적 대변자를 찾지 못하고 끝도 없는 추모 행렬을 통해 자신의 심정을 표현했다면 잘 조직화된 시민.민중 진영은 행동적인 중간층과 청년대중의 요구를 바탕으로 반이명박 정서를 명료하게 드러낸 것이다.(상황이 이러했기 때문에 03~06년 서울 도심지의 시위가 대체로 부정적인 여론에 직면한 반면 08~09년의 시위는 참여 인원에 비해 적극적인 여론의 보호속에 진행되고 있는 것이다)
현 경제위기속에서 집중적인 하중을 받는 집단이 중하층에 집중되어 있다면 아직 행동화하지 않고 있는 중하부 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명료한 정치적 언어로 대변하는 것이 민주노동당의 핵심적 역할이고 이는 6.20~21의 정책당대회로 표출되었어야 한다.
현 상태로 보면 민주노동당의 정책당대회는 한번의 이벤트로 끝날 가능성이 농후하다. 무엇보다 민주노동당 자체가 정책과 노선이 갖는 중요성에 대한 자각 정도가 현저히 떨어진다. 경제적 이해에 민감한 중서민 대중은 다른 무엇보다 자신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할 정책과 이를 실제 관철시킬 정치 역량을 구비하고 있는가를 중시한다. 그런 면에서 민주노동당의 현 상태는 많은 아쉬움을 갖게 한다.
3. 통일정세
4.29 재보선, 5.23 노무현 대통령 서거 등과 맞물려 벌어진 3차 ‘북핵위기’와 1,2차 핵위기와의 근본적으로 차이는 3차 북핵위기의 경우 북한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는 점이다.
반전평화운동은 국민대중 정서와 맞지 않고(대부분의 국민대중은 긴장을 조성하는 당사자가 북한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관성적인 통일행사(가령 6.15 문화제.등반대회 따위 등의 행사는 전선이 뚜렷하지 않다. 전선이 뚜렷하지 않은 행사는 운동역량을 강화하는데 제한적인 역할을 한다)는 정세와의 관련성이 약했다.
따라서 현 시기의 통일운동은 화해협력 세력과 연대해 MB의 통일정책 전환을 촉구하는 방향(반MB의 관점)에서 진행되어야 한다.
4. 글을 맺으며
많은 사람들이 4.29~6.10까지 참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을 것이다. 그러나 진보진영은 대중의식과 여론에 민감하면서도 자기의 전략적 방향을 확고히 하고 그에 맞춰 사업해야 한다.
위의 관점에서 보면 압도적인 대중적 열기에 호응해 용감하게 싸우되 여전히 침묵하고 있는 중서민 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집약하여 진보진영의 독자적인 정치적 공간을 여는 것이 중요했다. 위의 관점에서 정책당대회는 보다 의미있게 준비되고 배치되었어야 한다.
북핵과 서거 정세와 과제 (보완)
5.29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나고 향후 민심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또한 4.5 북의 미사일 발사.5.25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시작된 한반도 정세의 급변도 점차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에 현 정세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진보진영의 과제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이 글을 쓴다.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면서 새세대네트워크 non.or.kr와 다양한 공간에서 토론된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 진보진영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논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여타 필자의 견해에 대한 비판도 함께 진행하도록 하겠다.
1. 정세
1) 2차 북핵 실험
2차 북핵 실험은 이미 예고되어 있던 것이다. 단 그것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핵 실험의 목적은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회담이 “6자회담에 기초해 북핵 폐기”를 최종 목표로 하는 양상이었다면 향후에는 “북미 양자협상에 기초해 핵군축(북의 핵과 미국의 핵을 동시에 의제로 하는)” 회담으로 이동하자는 것이다.(이에 대해서는 ‘민중의소리’에 기고한 장창준의 글 참조)
향후 전망은 ‘미국의 적당한 수준의 공세-북미 협상-최종 담판’의 형태로 귀결될 것이다. 쟁점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점이다.
첫째. 북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하는 점이다.
북의 의도가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한 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근본적인 질서 재편이 마무리되면 핵을 포기하는 것인가? 아니면 핵 보유 그 자체가 목적인가하는 점이다. 북의 최종 목표가 무엇이든지 향후 2~3년 안에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질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격랑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중러가 심각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북의 내정과의 관계이다.
북의 공세가 2012년 강성대국 선포라는 시간표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7차 당대회, 후계구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상태 등과 현재의 공세가 어떤 관련이 있는가하는 점이다. 필자는 이를 분석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단 최근의 북의 행동이 이전과 달리 북의 내정 문제와 깊게 결합되어 있고, 그 방향은 북미 협상의 속도와 강도를 증폭시키는 뱡향에서 전개되고 있는 점이다.
북미 정세가 심각한 양상을 띄고 있지만 대체로 예상가능한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면 예측을 불허하는 문제는 남북관계이다.
5.26 이명박 정부는 PSI 참여를 전격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의 PSI 참여도 예상가능한 것이지만 북의 다음 행동에 빌미를 줄 수 있고 북의 공세를 제어할 수단이 없는 점에서 위험한(?) 고육지책이다. 아마도 북의 공세는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수준까지 강도높게 지속될 것이다.
북미가 적당한 수준의 긴장 후 협상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이명박 정부는 심각한 딜레마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맞물려 민주당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다. 국민대중의 정서는 경향적으로 대북 감정이 악화되면서도 관망 또는 양비론적인 시각을 띌 것이다. 정세의 발전속도가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민간진영.국민대중의 정서가 개입될 여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정치지형
먼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폭발적인 대중적 분노의 실체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신문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1년여를 겪으며...식을 줄 모르는 ‘추모의 염’에는 반성적 회고와 성찰이 담겼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풍은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고통과 좌절이 투영된 현상이기도 하다”(5.28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03~06년 미국의 부동산 버블을 최종 수요로 하는 전 세계적인 거품 국면에서 한국은 수출의 급성장, 이에 따른 펀드.부동산 열풍이 대도시 중서민층을 압도했고 이 연장선하에서 그에 가장 적합한 인물인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다.
08년 이후 경제위기가 본격화되고 이명박 후보의 강권통치가 지속되면서 대도시 중서민 대중은 두 갈래에서 심각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하나는 재테크와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자기 자신과 우리 사회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 다른 하나는 소통하고자 하는 국민대중을 다시금 공권력을 동원해 가로막고 나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이다.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의 시대, 거친 광야에 홀로 남겨진 사람처럼 한사람 한사람 가슴속에 깊이 내장된 ‘고통과 좌절’의 기억들이 어떤 계기마다 거대한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유사한 현상이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에서 보여준 봉사 물결, 김수환 추기경 선종에 대한 국민적 추모열기 등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다양하고 중층적인 갈래의 반감, 서민적이고 소탈했던 한 인물에 대한 동정, 10년만에 권력을 되찾은 보수주류의 난폭한 역류에 대한 분노가 대통령까지 지낸 한 인물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극적으로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애도 열기가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에서 진행되었지만 여러 갈래의 복잡한 감정들을 하나로 묶어 주었던 ‘추모’라는 계기(5.29 영결식)가 사라지면 반이명박이라는 명료한 정치적 대오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의 강도는 4.29 재보선에서 나타난 반MB 정서의 연장선하에 있다. 즉 ‘08년 촛불시위-이명박 정부의 강권통치와 촛불의 후퇴-합법적인 선거를 통한 반격’이라는 테두리안에 있었다. 단 그것이 전임 대통령의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와 결합되어 나타난 만큼 깊고 강한 분노로 응축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추모 열기를 폄하하는 일련의 평가는 국민대중의 가슴속에 깊이 내장된 좌절과 분노를 헤아리지 못하는 단견(민주노동당 게시판에 이런 류의 글이 많이 있다)이고, 이를 박종태 열사의 죽음과 동일시하며 과장했던 일부의 평가(민중의소리에 기고한 박경순의 글 참조)도 지나친 것이다)
5.29 영결식이 끝나면 양상은 두가지 형태로 분화될 것이다. 하나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의 대여 공세 다른 하나는 대중의 거리 진출이다.
5.25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지지율에서 한나라당이 21.5%인 반면 민주당은 20.8%(4월 13.0%에서 7.8% 상승)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의 핵심은 ‘식물정당’처럼 존재감이 없던 민주당의 지지율이 의미있게 상승한 점이다. 이는 반이명박 정서가 민주당.민주노동당으로 이동하지 않고 부동층으로 남아 있던 상황이 부분적으로 파열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향후 있을 큰 선거를 계기로 보다 명료하게 드러날 것이다.
영결식 이후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여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엎은 민주당의 공세와 수세에 몰린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방어하는 형태의 정국이 예상된다.
대중의 거리 진출은 ‘심리적 위축-합법 공간(선거)을 통한 반대’에서 심리적 위축의 강도가 약화되고 합법공간에서 반합법 공간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겠지만 여전히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의 대대적이고 역동적인 거리 진출 수준은 아닐 것이다.(대중은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진보진영은 한탕주의식 발상을 버리고 대중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고 끈질기게 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사퇴와 같은 일종의 ‘꼬리 자르기’와 강경책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전자 수준으로는 국민대중의 민심을 돌려 세우기에는 역부족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27일 서울광장 추모대회 불허, 5.30 새벽 추모장소에 대한 침탈 등이 단적인 예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진로는 점차 불투명한 상황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전체적으로 요약하면 첫째. 반 MB 정서가 깊고 폭넓게 확산되지만 정부가 이를 돌파할 마땅한 수단을 찾지 못하고 둘째. 반한나라당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일부가 민주당 지지로 선회하고 셋째. 그럼에도 여전히 반MB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민 대중 다수가 무당파층으로 남아 있는 양상을 띄게 될 것이다.
상황을 위와 같이 정리하면 정치권의 대치가 날카로워지고 거리에서의 갈등이 예민해지는 가운데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5월 지방선거로 수렴되는 양상을 띄게 될 것이다.
3) 경제정세
2008년 4/4분기 외자의 이탈과 수출의 급격한 침하로 나타났던 경제위기는 3월 초를 계기로 일단 수습국면에 접어 들었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자 회귀가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유동성공급과 재정지출, 금리인하로 금융시장도 소강국면이다. 수출.소비심리.제조업 생산 등도 침하 속도가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09년 1/4분기의 호전이 정부의 재정지출(건설투자 5.3% 성장), 환율 효과에 의한 수출 증가, 투기적 성격을 갖고 있는 외자의 회귀, 주식과 강남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부분적인 과열 등과 연관되어 있는 반면 여전히 고용.설비투자 등이 극히 부진하고 하반기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
특기할만 점은 경제위기의 여파가 20.30대 청년층, 자영업자, 고령자 등 사회적 취약층에 집중되어 경제위기에 따른 고통분담도 양극화되고 있는 점이다. 향후 경제상황은 현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된다고 하더라도 U자형 또는 L자형 장기불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서민 생계는 경향적으로 악화될 것이다. 결국 사회적 안정망의 확충, 고용 증진, 내수 중시, 빈부격차 해소 등 구조적인 해결이 없이는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경제상황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은 미미해 보인다. 전반적으로 심리적 위축과 기득권 위주의 경제정책이 상황을 주도하는 가운데 용산.화물연대.쌍용자동차.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 등 산발적인 투쟁이 단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이 점이 사회경제적 투쟁이 활발한 유럽과의 차이이다. 한국에서의 반정부 투쟁은 주로 부정선거.공권력에 의한 타살과 같은 정치적 계기를 통해 분출되었지 사회경제적 의제를 고리로 한 투쟁의 경험이 많지 않다)
2. 과제
1) 주체역량 평가
민주노동당의 치명적인 약점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대중적 지반이 취약하고 민주노동당의 노선과 감수성이 수도권 청년층과 괴리되어 있으며, 전국적 지명도를 갖는 대중정치인이 부재한 점이다. 이는 영호남의 제조업 노동자, 호남의 농민에 기반한 작은 규모의 선거에서는 나름대로 선전하지만 2010년 서울.경기 선거, 2012년 대선 등 전체 정치지형을 판가름할 큰 선거에서는 고전할 것임을 시사한다.(일부에서는 4.29 재보선에서 호남의 선전을 근거로 이 흐름이 수도권으로 북상할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수도권-지역’으로 양분된 한국사회 현실을 간과한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내에 울산북구의 단일화가 ‘원칙없는 타협’(이런 평가의 논리적 귀결은 10월 재보선, 10년 5월 지방선거에서의 독자성 강화인데 서울.경기에 국한해 본다면 이런 류의 전술은 거의 자멸의 길이다)이라거나 진보연대 강화.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의 고수 등 비상식적인(?) 발상(노선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아예 실현 불가능하다. 민주노총의 진보연대 가입은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09년 초반까지도 이런 무모한 시도가 계속된 이유가 무엇일까? 정작 민주노총은 양당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데:개인적으로는 무리한 시도라고 본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고수.강화하자는 주장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이 돌출하고 있는 점은 우려할만한 사태이다.
민주노동당의 상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6.20~21 정책당대회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태도이다. 지금까지 제출된 문서(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와 관련 통일뉴스에 기고한 필자의 글 또는 레디안 참조)는 80년대 중후반의 관념적인 언술을 되풀이하고 있다. 터놓고 말하면 어느 때 사용해도 될 법한 그래서 시공을 초월하여 적용될 수 있는 거의 난수표에 가까운 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민주노동당 전체가 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위 문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민주노동당 당원 대부분이 이런 문건들을 읽어 보지도 않는 점이다. (그러면서 정책정당을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상을 종합하면 민주노동당은 영호남의 국지 선거에서 부분적으로 선전하지만 수도권에서는 대중과 유리된 거리투쟁을 지속하고 국민대중을 설득할 전망을 갖지 못한 소수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 과제
진보진영의 핵심적인 과제는 정책과 노선, 문화와 감수성에서 08년 촛불, 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된 대중의 분출 등 국민대중 특히 수도권 개혁적 청장년층과 호흡을 같이 하는 것이다.
특히 고용.교육.주거 등 사회경제적인 영역, 외환.금융 등 국민경제의 안정성과 관련된 분야, 평화와 통일 등 몇가지 부문에서 진보적인 정책을 함축적으로 정리하고 2010~12년을 목표로 일관되고 끈질기게 선전.전파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연대와 연합을 잘 하는 것이다. 일단 한나라당 내부의 변화를 무시하고 정치지형을 조망해 보면 다음의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민주당이 우파 성향의 후보를 내세우면 진보개혁 진영을 망라하는 단일후보를 통해 3파 구도를 만들고, 민주당내 좌파적 성향을 갖는 후보가 출현한다면 진보진영의 단합된 힘에 기초하여 연합 후보를 세워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핵심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시민민중진영+촛불 민심’이 결합된 단일후보여야 하고 정치적 포지션은 수도권 청장년층에 기반한 중도 좌파 성향이어야 한다.
2010~2012년 진보진영의 최소 목표는 ‘현대적, 대중적, 진보적,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진보정당(이를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을 기본으로 할 수도 있고 양당 통합을 통해 실현할 수도 있고 아니면 시민민중진영까지를 포함한 제 3지대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을 만드는 것이고 최대 목표는 민주당의 ‘좌파’와 함께 연립정권을 세우는 것이다.
진보진영이 분열되는 것은 논란의 가치조차 없는 망국의 길이다. 국민대중은 4.29 재보선 5.25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 결과처럼 민주당이라는 차악의 선택(인천선거에서 대중은 한미FTA를 추진했던 홍영표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형태로 반한나라당 정서를 표출했다. )을 통해 한나라당을 심판하거나 투표 자체를 거부하게 될 것이다.(2010~12년의 일련의 선거에서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4.29 재보선의 울산북구와 동일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울산북구의 단일화가 원칙없는 단일화였다는 평가는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단일화가 늦어져 노동자계급투표.종북주의 논란에 대한 사과와 같은 원칙적인 내용이 유실된 것이 문제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원칙없는 단일화가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진보운동의 단합과 발전보다는 민주노동당 후보의 당선에 목표를 집중한 데 원인이 있다)
끝으로 대학 등록금 후불제, 1인가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국민고용보험제와 같이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이며 대중적인 지지가 높은 몇가지 주제를 선택하여 큰 규모의 대중운동을 끈기있게 준비해야 한다.
북핵.노 대통령 선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 북의 전격적인 핵실험에 따라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에 현 정세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진보진영의 과제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이 글을 쓴다.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면서 새세대네트워크 non.or.kr와 다양한 공간에서 토론된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
1. 정세
1) 2차 북핵 실험
2차 북핵 실험은 이미 예고되어 있던 것이다. 단 그것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핵 실험의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까지의 회담이 “6자회담에 기초해 북핵 폐기”를 최종 목표로 하는 양상이었다면 향후에는 “북미 양자협상에 기초해 핵군축(북의 핵과 미국의 핵을 동시에 의제로 하는)” 회담으로 이동하자는 것이다.
향후 전망은 ‘미국의 적당한 수준의 공세-북미 협상-최종 담판’의 형태로 귀결될 것이다. 쟁점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점이다.
첫째. 북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하는 점이다.
북의 의도가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한 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근본적인 질서 재편이 마무리되면 핵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핵 보유 그 자체가 목적인가하는 점이다. 북의 최종 목표가 무엇이든지 향후 2~3년 안에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질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격랑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둘째. 북의 내정과의 관계이다.
북의 공세가 2012년 강성대국 선포라는 시간표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7차 당대회, 후계구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상태 등과 현재의 공세가 어떤 관련이 있는가하는 점이다. 필자는 이를 분석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단 최근의 북의 행동이 이전과는 달리 북의 내정 문제와 깊게 결합되어 있고, 그 방향은 북미 협상의 속도와 강도를 증폭시키는 뱡향에서 전개되고 있는 점이다.
북미 정세가 심각한 양상을 띄고 있지만 대체로 예상가능한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면 예측을 불허하는 문제는 남북관계이다.
5.26 이명박 정부는 PSI 참여를 전격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의 PSI 참여도 예상가능한 하나의 시나리오지만 북의 다음 행동에 빌미를 줄 수 있고 북의 공세를 제어할 수단이 없는 점에서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하다. 아마도 북의 공세는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수준까지 강도높게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북미가 적당한 수준의 긴장 후 협상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이명박 정부는 심각한 딜레마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맞물려 민주당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다. 국민대중의 정서는 경향적으로 대북 감정이 악화되면서도 관망 또는 양비론적인 시각을 띌 것이다. 정세의 발전속도가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민간진영.국민대중의 정서가 개입될 여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정치지형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또한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4.29 재보선에서 나타난 뿌리 깊은 반MB 정서의 연장선하에 있다. 즉 ‘08년 촛불시위-이명박 정부의 강권통치와 촛불의 후퇴-합법적인 선거를 통한 반격’이라는 테두리를 넘지 않고 있다. 단 그것이 전임 대통령의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와 결합되어 극적인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5.29 영결식이 끝나면 양상은 두가지 형태로 분화될 것이다. 하나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의 대여 공세 다른 하나는 대중의 거리 진출이다.
5.25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지지율에서 한나라당이 21.5%인 반면 민주당은 20.8%(4월 13.0%에서 7.8% 상승)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의 핵심은 ‘식물정당’처럼 존재감이 없던 민주당의 지지율이 의미있게 상승한 점이다. 이는 반이명박 정서가 민주당.민주노동당으로 이동하지 않고 부동층으로 남아 있던 상황이 부분적으로 파열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향후 있을 큰 선거를 계기로 보다 명료하게 드러날 것이다.
영결식 이후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여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엎은 민주당의 공세와 수세에 몰린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방어하는 형태의 정국이 예상된다.
대중의 거리 진출은 ‘심리적 위축-합법 공간(선거)을 통한 반대’에서 심리적 위축의 강도가 약화되고 합법공간에서 반합법 공간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겠지만 여전히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의 대대적이고 역동적인 거리 진출을 하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대대적인 추모 열기에는 ‘감성적인 요소’가 많이 결합되어 있고 정치적 기조가 명료하지 않다. (이를테면 위 여론조사에서 ‘봉하마을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특정인의 조문을 불허하는 것’에 대해 77.4%가 누구에게나 조문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사퇴와 같은 일종의 ‘꼬리 자르기’와 강경책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전자 수준으로는 국민대중의 민심을 돌려 세우기에는 역부족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27일 서울광장 추모대회를 불허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진로는 점차 불투명한 상황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전체적으로 요약하면 첫째. 반 MB 정서가 깊고 폭넓게 확산되지만 정부가 이를 돌파할 마땅한 수단을 찾지 못하고 둘째. 반한나라당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일부가 민주당 지지로 선회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고 셋째. 그럼에도 여전히 반MB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민 대중 다수가 무당파층으로 남아 있는 양상을 띄게 될 것이다.(향후 정국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명박 정부의 지지기반이 약화되면서 나타나게 될 범여권 또는 범보수진영의 행보일 것이다)
상황을 위와 같이 정리하면 정치권의 대치가 날카로워지고 거리에서의 갈등이 예민해지는 가운데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5월 지방선거로 수렴되는 양상을 띄게 될 것이다.
3) 경제정세
2008년 4/4분기 외자의 이탈과 수출의 급격한 침하로 나타났던 경제위기는 3월 초를 계기로 일단 수습국면에 접어 들었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자 회귀가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유동성공급과 재정지출, 금리인하로 금융시장도 소강국면이다. 수출.소비심리.제조업 생산 등도 침하 속도가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09년 1/4분기의 호전이 정부의 재정지출(건설투자 5.3% 성장), 환율 효과에 의한 수출 증가, 투기적 성격을 갖고 있는 외자의 회귀, 주식과 강남 부동산 등 부분적인 과열 조짐 등과 연관되어 있는 반면 여전히 고용.설비투자 등이 극히 부진하고 하반기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
특기할만 점은 경제위기의 여파가 20.30대 청년층, 자영업자, 고령자 등 사회적 취약층에 집중되어 경제위기에 따른 고통분담도 양극화되고 있는 점이다. 향후 경제상황은 현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된다고 하더라도 U자형 또는 L자형 장기불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서민 생계는 경향적으로 악화될 것이다. 결국 사회적 안정망의 확충, 고용 증진, 내수 중시, 빈부격차 해소 등 구조적인 해결이 없이는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경제상황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은 미미해 보인다. 전반적으로는 심리적 위축과 기득권 위주의 경제정책이 상황을 주도하는 가운데 용산.화물연대.쌍용자동차.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 등 산발적인 투쟁이 단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2. 과제
1) 주체역량 평가
민주노동당의 치명적인 약점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대중적 지반이 취약하고 민주노동당의 노선과 감수성이 수도권 청년층과 괴리되어 있으며, 전국적 지명도를 갖는 대중정치인이 부재한 점이다. 이는 영호남의 제조업 노동자, 호남의 농민에 기반한 작은 규모의 선거에서는 나름대로 선전하지만 2010년 서울.경기 선거, 2012년 대선 등 전체 정치지형을 판가름할 큰 선거에서는 고전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내에 울산북구의 단일화가 ‘원칙없는 타협’(이런 평가의 논리적 귀결은 10월 재보선, 09년 5월 지방선거에서의 독자성 강화인데 서울.경기에 국한해 본다면 이런 류의 전술은 거의 자멸의 길이다)이라거나 진보연대 강화.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의 고수 등 비상식적인(?) 발상(노선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아예 실현 불가능하지 않은가?)이 돌출하고 있는 점은 우려할만한 사태이다.
민주노동당의 상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6.20~21 정책당대회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태도이다. 지금까지 제출된 문서(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와 관련 통일뉴스에 기고한 필자의 글 또는 레디안 참조)는 80년대 중후반의 관념적인 언술을 되풀이하거나 선언적인 수준의 정책을 나열하는 정도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민주노동당 전체가 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위 문건도 문제지만 이 문건을 읽어 본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민주노동당은 영호남의 국지 선거에서 부분적으로 선전하지만 수도권에서는 대중과 유리된 거리투쟁을 지속하고 국민대중을 설득할 전망을 갖지 못한 소수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 과제
진보진영의 핵심적인 과제는 정책과 노선, 문화와 감수성에서 08년 촛불, 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된 대중의 분출 등 국민대중 특히 수도권 개혁적 청장년층과 호흡을 같이 하는 것이다.
특히 고용.교육.주거 등 사회경제적인 영역, 외환.금융 등 국민경제의 안정성과 관련된 분야, 평화와 통일 등 몇가지 부문에서 진보적인 정책을 함축적으로 정리하고 2010~12년을 목표로 일관되고 끈질기게 전파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연대와 연합을 잘 하는 것이다. 일단 한나라당 내부의 변화를 무시하고 정치지형을 조망해 보면 다음의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민주당이 우파 성향의 후보를 내세우면 진보개혁 진영을 망라하는 단일후보를 통해 3파 구도를 만들고, 민주당내 좌파적 성향을 갖는 후보가 출현한다면 진보진영의 단합된 힘에 기초하여 연합 후보를 세워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핵심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시민민중진영+촛불 민심’이 결합된 단일후보여야 하고 정치적 포지션은 수도권 청장년층에 기반한 중도 좌파 성향이어야 한다.
진보진영이 분열되는 것은 논란의 가치조차 없는 망국의 길이다. 국민대중은 4.29 재보선(특히 인천), 5.25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 결과처럼 민주당이라는 차악의 선택을 통해 한나라당을 심판하거나 투표 자체를 거부하게 될 것이다.(이런 차원에서 보면 울산북구의 단일화가 원칙없는 단일화였다는 평가는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단일화가 늦어져 노동자계급투표.종북주의 논란에 대한 사과와 같은 원칙적인 내용이 유실된 것이 문제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역설적으로 진보운동의 단합과 발전보다는 민주노동당 후보의 당선에 목표를 집중한 데 원인이 있다)
끝으로 대학 등록금 후불제, 1인가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국민고용보험제와 같이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이며 대중적인 지지가 높은 몇가지 주제를 선택하여 큰 규모의 대중운동을 끈기있게 준비해야 한다.
3) 약간의 첨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결합된 국민적 추모열기는 참으로 놀랍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1년여를 겪으며...식을 줄 모르는 ‘추모의 염’에는 반성적 회고와 성찰이 담겼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풍은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고통과 좌절이 투영된 현상이기도 하다”(한겨레신문 5.28자)라는 평가는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의 시대, 거친 광야에 홀로 남겨진 사람처럼 한사람 한사람 가슴속에 깊이 내장된 ‘고통과 좌절’의 기억들이 어떤 계기(태안반도 기름유출, 촛불시위, 김수환 추기경 선종 등이 비슷한 사례가 아닐까?)마다 거대한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 거대한 물결과 우리가 제대로 호흡하고 있는가하는 점이다.
다음으로 현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불행히도 중서민 대중의 고통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국면이 ‘반성적 회고와 성찰, 고통과 좌절+반이명박, 반한나라당, 민주당지지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면 진보진영의 역할은 여기에 중서민 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집약할 정치적 내용을 결합하는 것이다.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 관련 글
6.20~21 민주노동당은 부산에서 정책 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당 게시판에 박경순 새세상연구소 부소장(이하 존칭 생략)의 초안과 정성희 2010위원회 상임위원의 초안이 게재되어 있다. 필자는 이에 기초해 두 사람의 견해에 평가해 보고자 한다. 초안인 만큼 지엽적인 문제는 생략하고 큰 기조를 중심으로 평가해 보겠다.
박경순은 국내외 정세를 요약한 뒤 자주적 민주주의를 민주노동당의 기치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주적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민족 자주’를 수호하는 것을 핵심적 목표로 내세우는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이며, 민중들의 자주적 권리보장을 가장 귀중히 여기는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이자, 민중들의 자주적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를 확장시키려는 민중주체 민주주의 이념”라고 밝히고 이를 민주노동당이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주적 민주주의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 만큼 이에 대한 보다 풍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어 2012년 총선.대선의 목표를 “친미보수정권의 재집권을 반드시 저지하고, 민주노동당의 수권정당화를 실현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도로 “민주노동당은 민주노동당과 한국진보연대 강화노선을 확고히 틀어쥐고, 이에 기초해서 반한나라 반 MB 대중정치투쟁전선을 공고하게 구축하고, 대중정치투쟁을 완강하게 조직해 나갈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의 수권정당화의 구체적 징표는 원내교섭단체 확보”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전체적으로 요약하면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고 2012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약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과 진보연대를 강조하면서 “민주노동당 강화보다 진보대연합을 앞세우며, 진보대연합만이 유일한 활로라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의 운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비주체적인 태도이며, 이러한 입장으로는 진보대연합을 절대로 이룩할 수 없고”
“노동자 당원이 앞장서 아래로부터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을 사수하고 관철하기 위한 주동적이며 공세적인 군중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이를 토대로 집단입당을 확대해 나가며”
“‘새세상연구소’를 중심으로 대안사회의 상과 구체적 모델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을 2011년 이전까지 완료할 것이다”이라고 밝히고 있다.
2012년 총선.대선 목표를 한나라당의 집권 저지와 민주노동당의 약진으로 설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위와 같은 일반적인 목표보다는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2009년 재보궐선거 등에서 나타난 민심의 동향과 각급 정당과 단체의 역량을 판단하여 보다 구체적인 안을 제출하고 이미 실천에 들어가야할 시점이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도로 제시한 민주노동당, 진보연대 강화와 민주노총의 배타적지지방침을 사수하고 관철하겠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고 위험해 보인다.
박경순의 입장은 민주노동당 강화에 기초한 진보대연합으로 보인다. 후술하겠지만 정성희의 입장은 진보대연합을 중심에 두고 민주노동당이 무엇을 할 것에 맞춰져 있다. 양자의 입장 차이는 울산 북구 선거와 이후 각종 선거에서 심각하고 첨예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초안에서는 일반적인 수준에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한 만큼 필자도 여기서 그치겠다.
진보연대 강화 입장은 비현실적이다. 민주노총이 진보연대에 가입하려는 노력이 여러 차례 실패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주노총의 배타적지지 방침을 사수하고 관철”하겠다는 입장은 대단히 위험한 주장이다. 만약 민주노동당이 그런 시도를 한다면 진보신당 또한 동일한 시도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노총과 각급 산별, 단위 노조에 이르기까지 분열이 고착.확대될 것이다.
박경순의 글에는 6.20~21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에서 핵심적으로 제기해야할 ‘정책’이 담겨 있지 않다.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4.29 재보선 이후 열리는 대회이니 만큼 민주노동당이 국민에게 무엇을 제기할 것인가는 정책당대회의 성과를 좌우하는 관건적인 문제이다. 그런데 정책당대회에 제출할 문서에 정책이 없다면 이 글은 무엇 때문에 쓴 글일까?
다음으로 정성희의 초안을 요약.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정세진단은 박경순과 유사하다.
박경순이 2010~12년 계획을 일반적인 차원에서 거론했다면 정성희는 “2012년 4월 이전에 대안정치세력으로서의 진보대연합 정당과 대안사회세력 총결집체로서의 진보대연합 전선체를 건설”하고 “2012년 4월 총선에서 최소 원내교섭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며, 12월 대선에서 한나라당정권을 교체하고 자주적 민주정부 또는 자주적 민주연합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앞에서 밝혔듯이 이에 대한 토론은 이후 새로운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박경순과 달리 정성희는 ‘국가고용책임제’와 ‘공적자금 투입 은행과 기업의 사회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민주노동당이 들고 가야할 핵심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진보진영이 대체로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사실 정책당대회라는 이름하에 대회를 개최한다면 이런 수준이 아니라 그것이 옳든 그르든, 적합하든 부적합하든 보다 구체적인 안이 제출되어야 한다. 가령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의 ‘기본소득제’, 새사연의 ‘전국민고용보험제’, ‘등록금 후불제’, ‘보호자 없는 병원’과 같이 보다 구체적이고 실물적이어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보면 민주노동당은 너무 발이 느리다.
박경순이 전통적인 자주와 평등을 민주노동당의 핵심가치.이념으로 지적한 반면 정성희는 자주,평등과 함께 생태를 새롭게 민주노동당의 이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공장식축산업.신종인플루엔자 등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현실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태를 핵심가치로 확대하는 것은 정당해 보인다.
정성희도 박경순과 같이 자주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내용도 박경순과 유사하다.
정당이 성장.집권하는 과정은 자신이 지향하는 기치를 명확히 하고 대중을 교양.설득하며 여타 정치세력과 연대연합을 통해 가능하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이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한 조직인가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열정적인 학습 기풍과 치열한 논쟁을 통해 가능하다. 이번 정책당대회가 민주노동당이 한 차원 높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4.29 평가
4.29 재보궐선거가 끝났다.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명확해 보인다. 그러나 민주노동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에 대한 평가는 여러 경향으로 나뉘어 있고 이는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대선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에 4.29 재보궐선거를 진보진영의 관점에서 평가해 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 나름대로 일관된 입장에서 선거 평가를 한 새세상연구소 김장민 연구원, 새로운사회를위한연구원의 손우정, 실천연대 최한욱의 평가문에 대해 검토해 보고자 한다. 이 글은 필자의 글이지만 부분적으로 새세대네트워크(non.or.kr)의 평가를 반영했음을 밝혀 둔다.
1. 선거 결과에 대한 평가
4.29 재보선에 대한 평가는 뚜렷하다. 첫째. 반이명박 정서가 상황을 압도한 점 둘째. 울산북구에서 진보세력 단일후보의 승리 셋째. 보수양당 정치의 파열조짐과 호남에서 민주노동당의 선전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진보진영에 대한 평가는 논자들마다 다소 차이가 있다.
김장민의 평가 중에 주목할만한 부분은 첫째. ‘묻지마 반MB’가 상황을 압도한 점 둘째. 울산북구에서 조승수 후보가 당선된 것은 “진보대연합의 성과”지만 “민주노동당이 그 중심에 서지 못했다”며 성과와 한계를 동시에 지적하고 있는 점 셋째. 향후 지자체 선거 대응과 관련해서 “호남은 민주당심판, 영남은 진보대연합, 수도권은 반MB의 기조로 나가자”라고 제안하고 있는 점이다.
손우정의 글은 반MB가 상황을 압도했지만 진보의 가치를 중심으로 내용적 연대가 이뤄지지 않은 점을 강조하며 반MB를 넘어 어느 방향으로 힘을 모아낼 것인가에 대한 대중적 토론이 진행되어야함을 강조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대중적 소통 테이블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각 정치세력의 정책전문가들만으로 이뤄져 있는 민생민주국민회의의 틀을 대중적으로 확장하고 내년 지방선거에서 정책경쟁을 목표로 각 지역별 정기토론회를 기획”하자고 제안하고 있다.
최한욱은 “민주노동당의 강화가 제1원칙”이고 “반MB전선을 포괄하는 반보수대연합이 제2의 원칙”이라고 전제한 뒤 “4.29 재보궐선거는 제1원칙이 사라진 점”에서 “아쉬움이 적지 않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조급성과 단기적 성과주의”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2. 진보진영의 전략적 과제와 4.29 재보궐선거 평가
1) 진보진영의 전략적 과제는 첫째. 6.15 공동선언과 반신자유주의를 대중적.정치적으로 확산하는 것 둘째. 대중적 지반을 공고히 하면서 민주노동당을 기본으로 폭넓은 범(민주)진보대연합을 결성하는 것 셋째. 2010~12년 선거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도출하는 것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한편 4.29 선거를 둘러 싼 주객관적인 상황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이 상황을 압도하여 이를 실현할 수 있는 단일화에 대한 대중적 압력이 강하게 작동한 점 둘째. 이명박 정부의 강권통치가 범민주진보진영 전체를 압박하며 대중적으로 패배감이 확산되어 있었던 점을 들 수 있다.
2) 아래서는 위의 관점에서 4.29 선거를 평가해 보겠다.
첫째. ‘묻지마 반MB’라는 판단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MB 정부에 대한 대중적 심판이 갖는 정치적 성과를 적극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한겨레신문이 촛불시위 1주년을 계기로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이후에도 촛불시위에 참여할 의향이 있는가’ 40.3%, ‘참여 의향이 없다’가 57.2%로 나타났는데 이는 촛불 이후 정부의 강권통치가 패배감.무력감을 광범위하게 조성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MB 정부의 질주를 제어하고 범민주진보진영과 국민대중이 정치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심리적 공간을 열어낸 것은 의미있게 평가되어야 한다.
둘째. 첫째의 관점에서 반MB를 위한 단일화 압박이 상당한 수준에서 작동했음을 간과하지 말아야 한다.
가령 서울 광진 기초의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유민희 후보가 13.5%를 얻은 데 비해 인천 민노당 김응호 후보의 득표율이 5.6%에 그친 것은 인천의 유권자들이 반이명박에 기초하여 홍영표 후보에게 의식적으로 표를 몰았음을 의미한다.
동일한 맥락에서 울산 북구에서 단일화가 성사되지 않았다면 진보세력 전체에 대한 혐오와 부정적 인식이 적지 않게 확산되었을 것이다.
위의 관점에서 보면 4.29 선거는 승리적으로 정리하는 것이 옳다.
3) 다음으로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의 관점에서 평가해 보겠다.
첫째. 반MB를 뛰어 넘어 6.15 공동선언과 반신자유주의라는 진보적 가치를 확산하는데 실패했다. 특히 울산 북구의 단일화 과정에서 6.15와 10.4 선언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제시하여 진보신당과 조승수 후보에게 전향적인 반응을 이끌어냈어야 한다. 이는 분당과정에서 진보신당과 조승수 후보의 책임을 우회적으로 묻는 동시에 이후 단결과 연대의 기준을 마련하는 차원에서 중요한 문제였다. 그런 면에서 울산 북구 단일화 과정은 부분적으로 선거 승리에 과도하게 집중한 편향으로 볼 수 있다.
둘째. 울산 선거 단일화를 통해 단결의 기초를 만든 반면 그 기운을 확대강화하는데서 아쉬움을 남겼다. 민주노동당은 언제나 범(민주)진보진영의 대연합을 실현하는데 적극적이고 주동적이어야 한다. 진보신당의 후보가 당선되었다고 하더라도 이후 단결의 기초를 만들었다는 점에서 이를 높이 평가하고 더욱 큰 단결로 나가는데 앞장서야 한다.
특히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의 정치적 위상이 지속적으로 추락하고 있는 시점에 이룩한 진보진영의 대연합은 울산 노동운동을 고무하고 추동하는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는 점에서 사심없이 단결에 나섰던 민주노동당의 태도에 긍지를 가질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울산 북구 선거와 관련 이를 폄하하려는 경향은 이후 단결의 기초를 약화시킬 것이라는 점에서 자제되어야 한다.
셋째. 민주노동당의 선차적이고 중요한 과제는 대중투쟁을 활성화하고 조직적 지반을 공고히 하는데 주력하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과 청년층에서 민주노동당의 조직대중적 지반이 허약한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그런 면에서 민주노동당의 현 상태를 냉정히 진단하고 역량 배치를 잘 해야 한다.
전남 도의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정우태 후보가 승리(48.8%)하고, 광주 서구 기초의원 선거에서 민주노동당 류정수 후보(54.1%)가 승리한 점은 민주노동당의 성장 가능성을 잘 보여준다. 이는 영호남의 노동운동, 호남의 농민운동에 기반하여 대중운동의 성장과 선거 승리가 잘 결합된 모범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반면 인구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고 새롭게 부상하고 있는 수도권 청년층에 대한 영향력과 대중적 지반이 약한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역량의 상당 부분을 수도권의 청년대중을 조직하는데 집중해야 한다.
위의 관점에서 민주노동당이 대중운동.대중투쟁을 활성화하고 전략적인 지역.집단인 수도권 청년대중의 조직화에 소홀하지 않은가하는 우려가 없지 않다.
김장민은 내년 지자체 선거에서 수도권은 ‘반MB 연합’이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이를 이를 위해 대중적.전국적 명망을 갖는 정치인을 조기에 발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민주노동당의 현 상태에 비춰 수도권에서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고 진단하고 있다.
필자는 김장민의 주장에 대해 적극 동의한다. 현 상황에서 민주노동당이 수도권에서 대중적 지반이 약하고 수도권에서 경쟁력있는 후보군을 갖고 있지 못한 점은 치명적인 약점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은 (선거대응에 앞서) 청년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수렴하는 큰 규모의 대중투쟁과 조직사업을 선차적으로 배치해야 한다. 선거와 관련해서는 대중적인 정치인을 조기에 발굴하여 선거에 임하거나 대중적인 정치인이 없음을 객관적으로 인정하고 범(민주)진보대연합을 주동적으로 제기하여 여기에 6.15선언과 반신자유주의 내용을 관철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3. 향후 정국 전망과 진보진영의 과제
1) 향후 정국 전망은 다음과 같다.
첫째. 이명박정부의 강권 정치에 대한 민심의 향배를 보여줌으로써 이명박 정부에게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주었다.
특히 선거 기간 중 북핵.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소환.북핵 등 초대형 정치현안이 즐비했음에도 불구하고 반이명박이라는 정치적 의사가 선거를 통해 명료하게 확인된 점은 대단히 고무적이다.
둘째. 범민주진보진영의 연대와 단합에 대한 대중적 압박이 강화될 것이다.
경기도 교육감 선거에 이어, 재보궐선거에서 후보단일화가 승리에 결정적인 요소임이 확인되면서 향후 진행될 모든 선거에서 단일화에 대한 대중적 압박이 핵심 변수로 떠오를 것이다.
셋째. 수세에 몰려 있던 촛불 및 범민주진보진영이 재기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특히 작년 하반기 이후 패배감.무력감에 젖어 들었던 촛불과 진보진영이 이후 승리의 가능성을 확인한 점은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승리이다.
넷째. 통일정세가 발전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정책 전환이 이뤄지고(이미 가시화되고 있음) 화해협력세력이 폭넓게 진출하며 수구 세력내의 혼란과 동요가 진행될 것이다.
다섯째. 올 중하반기 이후 구조조정에 따른 일자리.사회적 안전망 등 서민생계를 둘러 싼 갈등이 심화될 것이다.
2) 진보진영 특히 민주노동당의 과제는 다음과 같다.
첫째. 손우정의 제안처럼 반MB를 뛰어 넘는 진보의 가치가 무엇인가에 대한 대중적이며 공개적인 정치토론이 왕성하게 진행되어야 한다.
6.15 선언과 반신자유주의와 같은 강령적 수준의 논의에서부터, 고용.주거.의료 등에 대한 정책적 수준의 논의까지 민주노동당이 존재하는 곳 어디에서나 밤낮을 지새는 정치토론의 대광장이 열려야 한다.
둘째. 수도권 청년대중을 조직하는데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이를 위해 등록금.청년실업 등 수도권 청년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큰 규모의 대중정치투쟁을 완강하게 진행해야 한다.
통일정세는 다른 어느 시기보다 심각하고 결정적인 국면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러나 통일정세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는 것과 대중운동의 중심을 무엇으로 할 것인가는 차원이 다른 문제이다. 6.15 선언과 민족통일에 대한 입장을 명확히 하면서도 한번 시작한 등록금.청년실업 운동을 ‘개나리 투쟁’으로 종결짓지 말고 1년 내내 줄기차게 진행해야 한다.
셋째. 연대연합에 주력해야 한다.
김장민의 제안처럼 호남에서는 민주당 심판, 영남에서는 진보대연합을 구축하되 수도권에서는 대중적 지반, 대중정치인이 없는 점을 고려하여 범민주진보대연합을 주동적으로 제기하고 여기에 민주노동당의 역할을 높여야 한다.
특히 진보시민진영 일부에 존재하는 반북.반6.15 경향, 민주당 등 야당 다수에 존재하는 신자유주의 추종 경향을 제어하는데서 응당한 자기 역할을 다해야 한다.
북 로켓 발사와 전망
4.5 북이 로켓을 발사하고 UN 안보리 의장성명이 채택되면서 한반도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아래에서는 현 정세의 몇가지 특징을 살펴 보고 이후 정세를 전망해 보겠다.
1. 북한의 의도와 향후 전망
북한의 의도는 지난 20년간의 북미 협상 과정을 보면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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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4 |
98~00 |
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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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단 |
93년 5월 노동 발사 |
98년 8월 대포동 발사 |
06년 미사일.핵 실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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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 |
94년 10월 북미제네바합의 |
00년 10월 북미코뮤니케 |
07년 2.13 합의 |
91~94년 1차 위기는 북이 93년 5월 미사일 노동을 발사하면서 93년 6.11 북미 1차 공동성명이 발표되고 궁극적으로는 94년 10월 북미 제네바 합의로 마무리되었다.
98~00년의 2차 위기는 98년 8월 31일 대포동 발사 이후 2000년 10월 북미 공동코뮤니케로, 2006년 7월과 10월 미사일.핵실험은 2007년 2.13 합의로 끝났다.
위 모든 과정의 일관된 특징은 ‘북한의 선제공격(정치적)-적당 수준의 긴장-극적인 타협’으로 마무리되었다는 점이다.
09년 4월 로켓 발사도 결국은 UN이나 6자회담 대신 북미 고위급 정치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자는 것이다. 차이가 있다면 북한의 의도가 이전보다 훨씬 ‘공세적이고 노골적’이라는 점이다. 이는 2012년 강성대국 시간표와 관련이 있을 것이다.
2. 북한의 로켓 발사 능력
협상을 좌우하는 것은 결국 군사력.경제력과 같은 실력이다. 국제질서는 힘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외교를 허용하지 않는다. 필자는 이와 관련한 전문적인 식견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지난 20년간 진행된 북미 대결을 간추려 보면 북한 능력은 대충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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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1~94 |
98~2000 |
2006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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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
g 또는 kg 수준의 플루토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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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실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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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사일 |
노동 |
대포동 1호 |
대포동2호 |
91~94년 1차 위기 당시 북이 갖고 있었던 것은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과 노동 미사일이었다. 북의 협상자원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3년(89년부터 치면 5년)에 걸친 북미협상은 94년 11월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하면서 간단히 무시되었다.
98년 2차 위기는 00년 10월 북미공동코뮈니케로 귀결되었지만 2001년 1월 부시행정부가 들어서자 원점으로 돌아갔다.
위 1,2차 위기와 달리 2006년 북의 대미공세는 보다 ‘위협적이고 강력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임기말에 직면한 부시 행정부는 위험수위를 점차 넘어서고 있는 정치협상을 차기 행정부로 넘겨 버렸다.
2009년 4월 북의 로켓 발사와 관련한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최소치) 2,3단계 추진체 분리, 저궤도 일시진입- (최대치) 인공위성 발사 성공’ 사이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핵 능력은 ‘(최소치) 조악한 수준의 핵물질 또는 핵폭탄 - (최대치) 몇개의 소형 핵 폭탄 보유’ 어디쯤에 있다.
문제는 위 최소치에 기초하더라도 북의 능력은 일본과 동북아시아에 있는 미군기지를 타격할 능력이 있거나 조만간 그런 수준에 도달할 것임을 의미한다. 위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1,2차 위기와 달리 09~12년의 북미 공방은 어중간한 상태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3. 국제질서
국제질서는 3개의 층위가 있다. 첫째는 미국과 유럽, 중러 등과 관련된 열강질서, 둘째는 북한,이란 등 중규모 반미국가와 관련된 역관계 셋째는 알-카에다나 아프카니스탄의 탈레반 등 무정형의 테러 또는 무장조직과 연관된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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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
90년대 중후반 |
2001~04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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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질서 |
미국 주도의 일극질서 |
미국주도 일극질서의 의미있는 균열 |
미국의 반동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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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열 요소 |
유럽의 통화동맹 |
미국의 IT 버블 파열 중러연대 동아시아 경제위기의 세계적 확산 북한의 미사일, 중남미의 좌파 정권 출현 |
미국의 이라크 침략과 국제질서의 재편 |
90년대 중후반 미국 주도의 일극질서는 의미있는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문제는 부시 1기 행정부가 ‘강압적이고 반동적인’ 정책으로 상황을 결정적으로 악화시킨 것이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을 계기로 열강 질서는 미-영,미-일본-호주를 연결하는 친미 블럭, 독일.프랑스가 중심이 된 유럽대륙, 중러로 삼분되기 시작했다. 특히 중러 연대는 05년 5월 푸틴-후진타오의 정상회담을 시작으로 08년 8월 러시아의 그루지야 침략까지 급속히 발전하여 미국의 일방주의에 강력한 제동을 걸고 있다.
중규모 반미국가에서 특징적인 것은 이란의 움직임이다. 이란은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한편 이라크의 시아파 정부, 헤즈볼라.하마스 등과 같은 정권(또는 무장정치조직)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에너지를 고리로 중러의 연대를 중동으로 확산시키는 고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의 역설적인 결과는 아프카니스탄 탈레반의 ‘극적인’ 재기이다. 자칫하면 파키스탄의 핵 통제권이 탈레반의 수중에 들어갈 수도 있는 매우 위험한 상황이다.
09년 1월 집권한 오바마 행정부의 1차적이고 절대적인 과제는 탈레반.알-카에다 등 ‘테러’조직을 제압하고 이라크 전쟁을 폼나게(?)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중동의 강자로 부상한 이란의 협력이 필수적이고 이란과의 협력을 위해서는 러시아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
오바마 행정부는 미-러, 미-중(경제적), 미-이란과의 협력에 나서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와 이란과 아프카니스탄에 앞서 先 협상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 중국, 이란, 쿠바 등에 보내는 메시지에 비춰 보면 북미 각축 또한 협상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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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년대 초반 |
98~2000년 |
2006년 이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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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관계 |
북미제네바 합의 |
북미공동코뮤니케 |
2.13 합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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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
남북정상회담 합의와 조문 파동 |
남북 정상회담과 6.15 선언 |
07년 10월 2차 정상회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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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관계 |
북일 3당선언과 수교협상 결렬 |
군국주의, 반북 전면화 |
군국주의, 반북 및 납치 문제 |
북미 공방이 협상으로 마무리되면 남북관계와 북일관계는 어떻게 될까? 남북관계는 3차 정상회담, 남북관계 개선, 악화 등 3가지가 있을 수 있다. 상식적이라면 첫 번째와 두 번째가 되어야 하는데 현 상태로 보면 세 번째 경로를 밟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 경우 이명박 정부는 심각한 난관에 봉착할 것이다. 94년 정상회담 합의와 파기 과정에서는 북미 제네바 합의가 이행되지 않았기 때문에 한국의 대북강경노선이 먹혀들 여지가 있었는데 북미간 협상이 벌어지는 조건에서 남북관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명박 정부는 심각한 딜레마에 놓이게 될 것이다.
북일관계는 지금까지는 북의 공세가 북일관계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했다면 향후 전망은 동북아시아의 질서 재편과정에서 힘 관계에 의해 좌우될 것이다.
5. 협상의 수준은?
북미간의 협상이 진행된다면 어느 수준에서 마무리될 것인가? 이는 세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첫째는 북핵의 공인 둘째는 북핵 (제한적) 포기 - 평화협정 셋째는 북핵 폐기 - 평화협정 수준일 것이다.
첫째 경우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에서 정세가 진행될 것임을 의미한다.
둘째와 세 번째의 경우, 북이 일단 확보한 핵을 포기할 것인가가 미지수이다. 현재 확보한 핵.미사일 역량을 동결하고 확산하지 않는 선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 미국이 근본적인 폐기를 요구한다면 미국 또한 그에 상응하는 댓가가 커질 것이다. 북한의 협상자원이 커진 만큼 미국 또한 심각한(?) 수준의 양보가 불가피하다.
6. 국제질서와 남한 정치지형의 엇박자 그리고 진보진영에 주는 함의
2002년 노무현 정권의 출범은 국제질서의 추세와 모순되었다. 2002년 당시 2000년 IT 버블 직후 세계경제는 불황에 직면했지만 한국은 인위적인 내수 부양으로 경기가 살았고, 2002년 부시 행정부의 위세가 하늘을 찌를 때 친미 성향의 후보가 낙선했다.
2007년 이명박 정부의 출범 또한 국제질서와 모순된다.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하는 순간 가장 그에 근접한 후보가 당선되었고 미국 주도의 일극질서가 무너지는 순간 남북관계에 적대적인 정권이 출현한 것이다.
무엇이 보다 근본적인가?
필자는 국제질서의 변화가 보다 근본적이라고 생각한다. 2006~8년 어느 시점을 고비로 미국 주도의 일극질서는 종말을 고했다. 경제적으로는 극도의 혼미 상태로 접어들었고 정치군사적인 영역에서의 약화 조짐 또한 뚜렷하다. 그리고 이 파도는 시차를 두고 한국 내정에 영향을 주게 될 것이다.
08년 10월 금융공황, 11월 수출과 제조업 침체에 이어 09년 초 일시적인 반등조짐이 있지만 세계경제와 한국경제의 중장기 침체는 불가피하다. 올 중하반기 이후 고용대란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 상황은 또 다른 수준에서 진행될 것이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질서 재편은 2006년 이후 이미 진행형이다. 핵심은 그 속도와 깊이가 이전과는 다른 차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점이다.
향후 한국정치는 국제질서의 변화를 한국 정치가 어떻게 수용할 것인가를 두고 각축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 과정은 밑으로부터의 대중적 진출과 선거를 통해 표출되고 2012년 선거로 집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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