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정당 운동의 새로운 발전을 위하여
00년 민주노동당이 창당되고 02년 지방선거에서 정당비례 득표 8%를 넘음에 따라 진보정당운동은 본궤도위에 올랐다. 02년 대선에서는 100만표에 가까운 득표를 통해 확고한 대중적 지반을 갖췄다. 03~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과 역풍’이라는 정치적 격변을 배경으로 치러진 4.15 지방선거에서 지역구 2석, 비례 8석을 얻음으로써 민주노동당은 바야흐로 원내정당이 되었다.
00~04년 민주노동당 창당과 제도권 진입과정은 신자유주의 폐해가 본격화되는 시점과 일치한다.
00년 3월 미국 나스닥이 폭락하면서 00년 4/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고 03년 가계신용을 조이기 시작하자 03년 1/4분기 실질 GDP 성장률이 다시금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이 과정은 가계신용을 통한 민간소비 유지와 가계신용 억지에 따른 민간소비 급락이 반복되면서 서민경제가 나락으로 빠져들던 시점과 일치한다.
이 시기 노무현 정부는 4대개혁입법 투쟁 등 중요하지만 근본적이지 않은 쟁점에 매몰되어 있었고 민주노동당 또한 헛되이 시간을 낭비하고 있었다.
05년 이후 00~04년 남북정상회담, 탄핵과 역풍과 같은 마취주사(?)가 사라지자 서민생계 악화에 시달리던 대도시 중서민 대중이 대이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결과 07년 대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승리하고 정동영 후보가 대참패하였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진영은 05년 이후 정세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고 이로 인해 사표심리가 존재하지 않았던 07년 대선에서 71만표에 그쳤다. 이는 선거 직전인 8.23 급조된 문국현 후보가 얻은 173만표, 5.8%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문국현 후보에게 간 173만표의 성향을 보면 민주노동당이 대도시 20~30대에게 어필하지 못했음을 보여준다.
07년 대선 직후 내부 책임 공방과정에서 민주노동당이 분당되고 말았다. 이는 대선을 통해 확인된 민심이반을 수용하기는커녕 민심을 수렴할 정치적 근거지 자체를 둘로 쪼개는 어리석은 행보였다.
그 이후 진보양당은 08년 촛불, 09년 서거정국 등에서 민의를 수렴할 기회를 놓친 반면 05~08년 4월 총선까지 대중의 심판을 받았던 민주당.국민참여당이 09년 서거정국을 통해 반MB, 반한나라당의 대안세력으로 부상했다.
한편 08년 촛불에서 시작된 대도시 청년과 중서민 대중의 반격은 10년 들어 김예슬.무상급식.김용철 변호사 사건 등을 계기로 역동적으로 발전하고 있다.
6.2 지방선거는 위와 같은 환경에서 벌어진다. 현 정세는 대체로 08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반MB-민주당지지’, ‘07년 분당과 민심이반’의 연장선하에 있다. 따라서 선거 결과는 ‘MB 패배-민주당 승리-진보정당 고전’이라는 흐름속에서 결정될 것이다.
진보정당에게 치명적이었던 것은 ‘진보정당 고전’이라는 정세적 흐름이라기보다는 07년 대선 이후 내부 혁신과 단합에 실패한 점이다. 민주노동당은 패권적 행태를 버리지 않았고 이해하기 어려운 갈지자 행보(종북주의를 명분으로 한 분당 강행, 진보신당의 고립을 통한 민주노동당 독자 진보정당과 반MB....)를 거듭했다. 패권적 행보와 무원칙한 정치방침을 관통했던 것은 이른바 당권파들의 권력의지이다. 한편 진보신당의 경우 기본 세력 자체가 열세인 조건에서 일부 분열적 좌파 인텔리들의 농간, 심.노 등 스타급 정치인들의 얄팍한 잔꾀가 결합되 사실상 나락으로 빠져들고 있다.
07년 대선 결과가 진보정당에게 치명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문제는 07년 대선 결과를 수용하는 양당 지도급 세력과 인물의 무능이 사실상 민의를 수렴할 수 있는 정치적 메커니즘 자체를 붕괴시켜 버린 것이다.
결국 00년 본격화된 진보정당운동은 07년 대선과 10년 지방선거를 거치며 치명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다. 반면 진보정당운동의 주객관적인 필연성은 오히려 명확해지고 있다. 서민생계를 파탄으로 몰아간 신자유주의는 극적으로 파열되었고 10년부터 시작된 새로운 유형의 저항 세력은 진보정당운동의 새로운 맹아가 출현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6.2 지방선거 이후 진보정당운동은 정치적 영향력이 와해되고 있는 민주노동당 당권파와 궁지에 몰린 진보신당 당권파를 한축으로 하고 새롭게 발흥하는 진보정치 세력을 또 다른 축으로 하는 양상을 띄게 될 것이다. 전자가 07년 대선 결과에도 불구하고 자파의 헤게모니를 위해 진보정당운동을 농락했던 만큼 핵심은 후자의 성장 정도에 달려 있다.
6.2 지방선거를 앞둔 민주노동당의 행보는 노골적인 비판적 지지를 통한 민주노동당 당권파의 정치적 생존에 목전이 있는 듯 하다. 이를 위해 그들은 진보신당을 정치적으로 고립시키는 행보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러나 진보신당이나 창조한국당은 집권 세력의 유치한 행보와 무관하게 대도시 인텔리, 청년층이라는 객관적 지지기반을 가지고 있다. 두 정당이 사라진다고 해서 민주노동당에 거리를 두고 있는 대도시 인텔리, 청년층이 민주노동당에 합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또한 민주노총 등 주요 대중조직이 양당의 단결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민주당과의 어설픈 연대가 아니라 진보신당과의 후보조정과 대연합이다. 그리고 그 초점은 07년 이후 날로 해악을 더해 가고 있는 민주노동당 당권파를 견제하는 것이다.
6.2 지방선거 이후에는 새로운 형태의 진보정당운동이 가시화될 것이고 올 하반기부터는 12년 4월 총선을 목표로 한 새로운 정치적 실험이 시작될 것이다. 6.2 지방선거 이전 민주노동당 당권파의 진보신당 고립전략이 잘못되었음을 확인해 둘 필요가 있다. 6.2 이후에는 10년 4월 총선을 목표로 NL도 PD도 아닌, 민주노동당도 진보신당도 아닌 시대에 걸맞는 현대적인 강령을 갖추고 다양한 제 집단과 정파를 총망라하는 새로운 유형의 진보정당을 만드는 데로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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