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5일 월요일

원샷을 보고

걸판 정기공연 ‘원샷’을 보고

 

- 걸판의 4회 정기공연작 ‘원샷’을 보았다. 공연은 시종일관 재미있었다. 만만치 않은 주제를 절묘한 웃음을 곁들이며 이끌어 가는 솜씨는 예술집단으로서의 재주와 끼를 느낄 수 있었다.

 

- 그러나 아쉽게도 공연은 시종일관 애매하고 복고적인 설정이 지속되었다. 이별한 노부부의 만남, 국가보안법을 둘러 싼 해프닝, 지리산을 둘러 싼 빨치산과 국군의 화해 등이 그러하다. 이들 주제는 통일관련 예술작품에서 거의 20년 동안 지속되었던 문제이다.

 

- 그럼 정말로 통일과 관련된 문제의식이 객관적으로 소진된걸까? 통일정세를 개괄하면 88~92년 냉전 붕괴, 90년대 중후반기 미국 주도 일극질서, 2000년 이후 부시에 의한 반동화와 정세의 역전 그리고 현재는 대격변을 목전에 태풍전야의 고요쯤으로 개괄해 볼 수 있다. 통일정세는 대단히 구체적인 방안과 결단을 요구하는 긴박한 시점으로 접어 들고 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 보면 미국의 퇴조와 오바마 행정부의 무기력,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핵실험과 경제위기 그리고 권력교체기, 북중관계의 심화, 남측 정치지형의 변화 등 현실의 과제가 목전에 차 있다.

논의의 진전을 위해 필자의 견해를 시론적인 차원에서 요약하면 첫째. 북미관계를 시급히 끝내야 한다. 주한미군의 지위와 관련해 전향적인 양보를 하더라도 북미관계를 협상과 타협의 관점에서 해결해야 한다. 미국의 악의적 무시(?)가 지속되거나 북한이 일종의 묵시적 금기사항인 핵확산을 추진하여 상황이 위험한 국면으로 진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북미 관계 개선과 함께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남북경제협력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이는 남한 경제위기의 일정한 탈출.북한 자원의 활용.북한경제위기의 극복.북한의 불필요한 중국 경사의 완화 등을 해결할 수 있다.

 

- 반면 남에서는 통일운동과 관련한 위험한 사조들이 자라고 있다. 첫째. 한호석류의 환상적인 대북관이다. 이러한 견해는 소설과도 같은 비현실적인 관념을 유포하여 남한 정세에 실망한 일부 급진대중을 위안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그 만큼 합리적이고 설득력있는 통일논의의 확산을 저해하고 있다. 둘째. MB 정권 이후 통일정세의 역전을 심각하게 본 나머지 이전 시기 김대중-노무현류의 통일관을 무원칙하게 수용하는 경우이다. 대다수의 통일운동 세력이 어떻게든 통일정세를 회복하려는 희망하에 시대에 걸맞는 진취적인 통일관을 새롭게 개척하기보다는 98~07년 좋았던 정세를 회고하는 듯한 복고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다. ‘원샷’의 시야 또한 대체로 여기에 머물러 있는 듯 하다. 셋째는 98~07년 통일정세가 유리했을 당시 제도권에 나름대로 안착한 통일뉴스.민족21.겨레하나 등 통일매체나 단체들이 위 두가지 흐름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점이다.

 

- 통일정세는 난관에 봉착한 듯 하지만 대중적 통일운동이 성장한 이래 가장 극적이고 결정적인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동북아시아 정세의 거대한 지각의 변화이지 이명박 정권이나 보수세력이 시대에 반하여 벌이는 笑劇이 아니다. 새로운 안목에 기초해 시대를 개척해야할 통일운동이 복고적인 입장에서 좋았던 과거를 반추하거나 몽상적인 통일관에 경사되고 있는 경향은 정세의 급변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통일운동이 이를 적극적으로 추동.개척할 역량을 상실했음을 뜻한다.

 

- 너무나 즐거웠고 예술가적 감성과 성실성이 엿보인 ‘웟샷’에서 필자가 유달리 공허함을 느낀 이유도 이 때문이다.

댓글 1개:

  1. 선배님도 <원샷> 보셨군요. ㅋㅋ 저는 그저 재미있었는데 통일에 대해서는 저와 보는 눈이 다르신 ;ㅂ; ㄲ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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