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0월 5일 화요일

북 권력 승계에 대한 몇가지 단상

북한 권력 승계에 대한 몇가지 단상(10.5)

 

- 현대 사회에서 권력의 정당성은 선거나 압도적인 대중적 지지(혁명적인 상황에서처럼)에서 만들어진다.

2차대전 이후 사회주의나 제 3세계에서 (1세대 독립운동가들에 이어) 혈통에 의한 권력 승계가 이뤄진 경우는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다. 아시아의 경우 인도의 간디(선거를 치르기는 했지만), 버마의 아웅산 수지 등이 그러하다. 북한의 경우에도 70년대 초반 1세대 혁명가들이 김정일 위원장에게 권력을 계승한 양상이므로 대체로 위 범주에 속한다.

최근 벌어진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는 2차 대전 이후 독립운동이나 혁명의 전통이 살아 있던 시기에 벌어진 권력 승계와는 거리가 있다. 따라서 현대 사회의 보편적인 기류에서 벗어나 있다. 그런 면에서 비판적인 평가가 옳다고 볼 수 있다.

 

- 혁명적 수령론의 견지에서도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의 정당성을 찾기 어렵다. 수령론에서 수령은 ‘수령-당-대중’으로 이어지는 사회정치적 집단의 뇌수이다. 김정은이 이와 같은 자질을 갖추고 검증을 거쳤다고 보기 어렵다. 김정은으로의 권력 승계는 혁명적 수령론의 관점에서 이뤄졌다기보다는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나 한미-북중 갈등의 격화 등 권력 안정화의 관점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

 

- 북한이 권력의 안정성을 우선한 배경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악화, 북미 관계의 장기화, 남북관계의 경색 등으로 인해 체제.권력의 안정화를 북중 관계의 심화, 친족 중심의 권력 승계에서 구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은 ‘김일성-김정일’에 대한 정통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일단 과도기적으로 김정은을 정치적 중심으로 세워 두고 집단지도체제를 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과도기 이후 김정은이 실질 권력을 행사할 것인가 아니면 다른 권력집단이 출현할 것인가는 현재로는 알 수 없다.

 

- 북한 내정에 대해 남측의 진보진영이 발언할 수 있는가의 문제는 절대적인 가치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94~97년 북한 식량난 당시에는 남측의 대규모 개입이 필요했다. 반면 휴전선에서 북측에 삐라를 살포하는 따위의 행동은 자제하는 것이 옳다. 이번의 경우에는 유감을 표시하고 북측의 불가피한 사정을 이해하며 일단 정해진 사실에 기초하여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관계개선에 기여하도록 노력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 북한의 권력 승계가 미칠 외교안보적 영향과 별도로 북한 현실에 대한 자주통일진영 내부의 활발한 토론이 필요하다. 자주통일진영은 일정하게 북한을 신비화해 온 측면이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사상이론적인 순수성(?)보다는 현실적인 요소가 강해지고(수령론에 입각한 이상적인 권력승계가 아니라 권력 안정화를 우선하는) 현실적인 요소가 주변 여건의 어려움과 상승 작용을 일으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차분한 토론과 합리적인 자세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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