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한국의 담론운동을 위한 시론적 모색(가벼운 스케치로 부정확한 부분이 있을 수 있음, 7.26, 민 경우)
- 범여
* 범여 주류는 정치군사적으로는 친미반북, 냉전보수 사회경제적으로는 전근대적인 천민적 성장주의에 포박된 집단으로 특별한 사상적 조류는 없다. 80년대를 기점으로 경제관료를 중심으로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가 유입되었고, 대자본을 중심으로 글로벌리즘과 기술엘리트주의(?)가 강화되었다. 후자와 같은 현대적 기류가 강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전근대적인 천민성, 친미사대적 속성, 제왕적 권위주의, 물질 지상주의 등이 집권 주류 사회내에 깊이 내장되어 있다.
* 범여 주류에서 사상노선을 현대화하려는 노력은 90년대 초반 박세일 등이 시도한 ‘공동체 자유주의’ 등이 출발일 것이다. 그 외 조선일보, 뉴라이트 등의 시도는 건전한 보수의 입장을 정초하려는 입장이라기보다는 민주개혁세력의 진출에 대한 정치적 공격의 성격이 강했다. 이런 조건에서 박세일 등의 시도는 주변적인 지위를 벗어나지 못한다. 따라서 진보와 보수진영간의 이데올로기 논쟁은 보수의 주장이 현실적 기반과 동떨어져 있다는 점에서 공허한 것이다.
범여 주류가 전근대적인 특권 집단에서 현대화된 대자본과 관료 집단으로 변화함에 따라 실사구시하는 실용적인 기풍, 기술과 계량화를 중시하는 실증주의적 사조가 강화된다. 이러한 경향이 체계화되지는 않았지만 사회적 발전과 함께 자연스럽게 사회전반으로 확산된다. 특히 이 과정에서 삼성.황우석 등의 우익 성공주의 신화가 탄생한다. 체계화되지는 않았지만 보수의 사상이라고 하면 이 경향이 기본이다.
*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가 ‘복지국가’론을 내세운 것은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박근혜는 복지국가론이외에도 남북관계 개선, 자본통제 등에서도 일정한 개혁적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범여의 세력기반은 대도시 고소득층과 중고령 저소득층이다. 전자는 MB를 계승하는 우파 정권의 재탄생을 희망할 것이다. 이런 조건에서 박근혜가 복지국가론을 내세우면 대자본은 정권 재창출을 위한 일정한 시혜적 복지를 제공할 재원 염출에 동의할 것이다. 한편 박정희식 성장담론에 포박되어 있는 중고령 저소득층은 박근혜에 친화력을 보일 것이다. 이러한 가능성은 MB의 집권 기반이 약화될수록 현실화될 가능성이 크다.
* 대자본은 경제위기 이후 첫째. 수출을 중심으로 또 한번의 극적인 도약을 통해 세력 기반을 강화했다. 둘째는 경제 위기 이후 변화된 경제지형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여기에는 중국에 대한 태도, 자본시장 및 은행 산업에 대한 일정한 통제 등이 포함된다.
- 범야, 민주개혁진영
* 05년 이후 대도시 중산층을 중심으로 과열되었던 부동산, 사교육 열풍 등이 서서히 종언을 고하고 있다. 이와 함께 MB의 대책없는 역주행이 결합되어 노무현에 대한 회고의 정서가 대도시 중산층과 청년층을 장악하고 있다.
노무현에 대한 짙은 회고의 정서 중 직접.대중 민주주의적 요소는 비교적 명료하게 드러나고 있지만 사회경제적인 지향은 추상적이거나 애매한 형태로 머물러 있다.
* 손학규, 정동영, 정세균 등 범야권의 유력 대선 주자들은 MB반대와 함께 민생과 복지국가를 주테마로 걸고 있다. MB 반대는 민주주의의 회복, 남북관계 개선 등이 포함될 것이다.
범야권의 진보적인 분파로 알려진 김근태, 천정배 등이 이들과 얼마나 차이를 갖고 있는가는 정확하지 않다. 대자본에 대한 태도, 남북관계 개선 정도, 민생의 심화 정도 등 양적인 차이일 것이다.
노선과 정책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세력기반의 차이는 크다고 볼 수 있다. 전자는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세력과 관료 집단 등에 의지하고 있는 반면 후자는 대도시 청년층과 진보적 시민단체 등과 보다 높은 친화력을 갖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양자의 주된 차이는 세대교체, 민주주의론, 세력배치 등에서 보다 명료한 차이를 나타낼 것이다. 민주주의론은 전자가 정당.대의민주주의를 강조하는 반면 후자는 거리.대중 민주주의를 중시할 것이다. 세력배치에서는 전자는 전통적인 양당 구도를, 후자는 진보진영까지를 포괄하는 정치구도의 진보적 재편을 선호할 것이다. 2012년 양대 선거의 맥락에서 보면 바로 이 지점이 가장 중요한 대목일 것이다.
현재의 역학구도로는 전자가 우세하나 후자의 성장 정도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 6.2 지방선거에서 안희정.김두관 등이 선전한 것, 7.28 재보선에서 오병윤이 선전하고 있는 것 등이 후자의 강도가 예상보다 크다는 점을 상징한다.
- 진보진영
* 진보정당 내 전통적인 자주.평등파의 노선은 오래 전에 종언을 고했다.
자주파의 진보적 민주주의 노선은 대중항쟁에 기초한 변혁적인 기조이나 2010년을 거치며 사실상 의회내의 연합정치로 변질되었다. 생산직 노동자와 농민을 중심으로 한 강령도 대도시 중산층의 복지를 중시하는 경향으로 바뀌어 가고 있다.
평등파의 경우에도 전통적인 맑스레닌주의는 고사되고 사민주의 노선으로 대체되고 있다. 2010년을 거치며 평등파 특유의 사변적인 급진 경향도 사실상 사멸되고 있다.
진보 전통 세력의 노선이 내용적으로 종언을 고하면서 진보진영은 사민주의, 복지국가 노선에 별다른 논란도 없이 함몰되고 있다.
* 민주노총의 전투적 조합주의는 대공장 노조의 개량화로 사실상 종언을 고했다. 유럽의 사례를 무분별하게 차용했던 산별노선은 아무런 현실적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연대전략, 국민적 노동운동 따위의 노선은 노동운동 중심을 장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MB의 탄압이 우심해지자 일단은 탄압을 피해보고자 하는 우편향이 기승을 부렸고 이런 경향이 6.2 지방선거의 반MB로 나타났다. 한편 민주노동당이 분당되면서 노동중심의 정치세력화 노선이 흔들리자 이를 복원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는 별다른 사회정치적 지향이 담겨 있지 않다. 전체적으로 노동운동은 사상적인 진공 상태이다.
- 다양한 노선에 대한 평가
* 최장집의 정당민주주의론은 민족주의, 추상화.이상화된 민주주의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깔고 있다.
이러한 견해는 08년 촛불시위, 10년 지방선거에서 대도시 청년층의 진출 등 예견되지 않는 대중적 진출에 대한 불신을 깔고 있다. 이런 견해는 위 범야권내 좌우파의 현실적인 역관계와 정치지형을 고려하면 중도 우파적인 경향의 지지로 수렴될 가능성이 크다.
* 진보적 자유주의론은 현실적으로 정치적으로는 민주주의, 경제적으로는 시장경제를 기본으로 하되 정치적 민주주의 수준을 제고하거나 시장경제의 폐해를 시정하자는 견해 정도로 보인다. 구체적인 한국 사회현실에 기초한 정치전략이라기보다는 공허한 선문답과 같은견해이다. 보다 직접적으로는 범야권내 중도 좌우파 사이의 민감한 차이를 봉합하는 양상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이런 경향이라면 범야권내 중도 좌우파의 차이를 무시하고 하나의 텐트에 모이자는 견해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다.
* 복지국가론은 몰락하는 대도시 중산층의 절박한 이해에 근거하고 있다. 거의 모든 진보성향의 학자나 인사들이 민생경제 악화와 보편적 복지 따위를 언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복지를 통한 내수확대와 성장의 선순환, 복지의 사회투자적 요소 주목, 인적 자원 개발을 통한 고진로 전략(저임금-저생산성이 아닌 고임금-고생산성) 등을 결합시키고 있다.
이 견해의 문제점은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북서유럽의 모델을 기계적으로 차용하여 한국사회에 적용하려는데 있다. 현 한국사회는 대자본의 압도적인 힘의 우위상태에 있고 중고령 저학력층의 경우 진보개혁세력보다는 박정희식 성장주의에 대한 우호적 태도가 크다.
더구나 복지국가를 선도할만한 사회세력 가령 조직화된 노동운동을 궤멸상태이고 신세대 청년층은 사회경제적인 의제를 만들어가고 있는 중이다. 복지국가에 동의할 세력은 생활고에 시달릴 대도시 중산층인데 이들은 아직 민주당 내 우파에 대한 느슨한 지지에 머물러 있다.
* 대부분의 사조들이 경제위기 이후 저성장 체제로의 진입, 2005년 이후 중국경제의 대전환(수출과 투자 중심에서 내수와 서비스산업 중심으로) 등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 등이 부재하다.
- 과제
* 2012년 양대 선거의 현실적인 목표는 대도시 청년층, 중산층의 에너지를 폭발시켜 제도권 정치지형이 보수중도 양당 체제로 고착되는 것을 막고 진보적인 정치지형의 활로를 넓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냉전보수체제, 민주주의의 근원적 위협 등을 중시하며 반한나라당 연대를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핵심은 아니다. 민주당 내의 전통 세력에 근거한 중도 우파 성향의 정치지형을 온존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맥락에서 가장 경계해야할 지점이다. 진보진영의 통합을 위해 노력하고 중도 세력내에 진보적 분파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방향이 중요하다.
담론 지형으로 보면 냉전보수.민주주의 위협 등은 실천적인 맥락에서 중요하지만 담론 지형에서는 부차적이다. 가장 경계해야할 요소는 민주당 내 우파 우위의 정치지형을 고착시킬 담론 구조이다. 이에는 최장집류의 정당 중시론, 빅텐트론이 포함되고 진보적 자유주의, 복지국가 등의 견해는 모호하거나 애매하다. 대중.직접민주주의를 고무하고 실물적이고 구체적인 사회경제적인 의제를 전면에 걸거나 복지국가론의 관념성을 극복할 날카로운 진보담론을 모색해야 한다.
- 제도권 정치지형은 물론이고 다종다양한 대중운동 영역에서 세대교체론, 기존 담론의 창조적 타파를 적극 설파하고 실제로 행동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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