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9일 금요일

관상에 대하여

관상에 대하여

 

관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사람의 용모를 보고 그 사람의 성격이나 운명에 대해 알 수 있을까? 제도권 교육을 배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견해를 쉽게 부정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관상은 그렇게 간단히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애니어그램이라는 심리학 분야가 있다. 이에 따르면 인간은 중앙신경조직, 순환계, 소화기를 많이 쓰는 3그룹으로 나누고 각각을 사고형, 감정형, 장형(현실형) 등으로 구분한다. 이를테면 중앙신경조직을 많이 쓰는 사람은 외부에서 알아볼 수 있게끔 두뇌조직이 발달하고 그에 따라 사고와 감정의 패턴도 특정한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역으로 말하면 사람의 생김새, 걸음걸이, 눈매 등만 보아도 그 사람의 감정상태를 짐작할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그 사람의 운명까지도 점칠 수 있다는 것이다. 애니어그램에서 인간의 외모와 감정상태가 근본적인 수준에서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가를 말하고 있지 않지만 양자 사이에 상식적인 생각보다 훨씬 높은 연관관계가 있다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관상 등을 쉽게 무시해 버리는 습성은 첫째. 제도권 과학이 종교와 같은 비합리주의를 극복하며 나왔고 둘째. 특권적 지위를 무시하고 사람들 사이의 평등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과학기술이 발달하면서 무의식, 유전학, 통계학 등의 영역에서 보다 인식 수준이 높아지게 되면서 이전에는 합리적인 세계밖의 영역으로 치부했던 문제들이 과학의 영역으로 흡수된다. 의학에서는 정신병, 사회과학에서는 종교 등의 영역이 학문적 고찰의 대상이 된 것이 이러한 사례이다. 애니어그램의 경우도 시원은 고대 이슬람의 수피즘이 뿌리라고 한다.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남성과 여성의 자연적 차이, 백인과 흑인 사이의 인종적 차이를 강조하는 것은 자칫하면 인종주의, 배타주의, 남성우월주의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남성 여성의 성적 차이, 인종적.민족적 차이, 다양한 인간유형의 감성적 차이를 가능한 억제하는 방향으로 사회가 발전해 온 것은 특권 또는 극단주의를 억누르고 사회적 안정을 이룩하려는 사회적 노력과 맥을 같이한다.

그러나 사회적인 차원에서도 일정 수준의 평등이 보장되고 나면 인간의 개성을 중시하고 인간 내면을 보다 섬세하게 다루는 경향이 강하지게 된다. 애니어그램.MBTI 등의 인간유형론이 발전하고 남성성.여성성 따위를 인정하고 이를 발현해 주는 형태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중요한 점은 첫째. 대체로 70년대의 제도 교육이 인간의 개성보다는 기계적인 평등과 초보적인 지식 습득을 목적으로 했다면 90년대는 객관 대상에 대한 섬세하고 종합적인 이해와 사람의 개성을 존중하는 형태로 발전했다는 점이다. 제도권 교육이 갖는 압도적인 영향력에 비춰 보면 70년대와 90년대 제도권 교육수주의 차이는 동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수준 차이로 남아 있는 듯 하다. 70년대 제도권 교육을 받았던 사람들은 자신들이 받았던 제도권 교육의 한계를 직시할 필요가 있다.

둘째는 평균적인 도덕률에 기초하여 형성된 사람 사이의 관계를 보다 개성있고 풍부하게 발전시킬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사회변화가 빠르게 나타나면서 평균적인 도덕률이 곳곳에서 파열되고 있지만 이를 적극적으로 타파하려는 진지한 노력들은 지체되고 있다. 혈연가족이 붕괴된 조건에서 교육받는 중산층이 새로운 관계를 맺으려는 진지한 노력을 기울기보다는 적당히 전통적인 관계에 안주.방치하면서 빚어진 부모-자식 세대의 갈등 등이 그런 사례이다.

 

관상 등의 전통 지식을 애니어그램과 같은 현대적인 방식으로 발전시키고 이를 기반으로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 인간의 내면 세계를 바꾸려는 노력을 보다 혁신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우리는 너무 보수적이다. 어쩌면 사회관계를 개편하려는 노력보다 이것이 보다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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