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30일 화요일

09.12.19의 추억

09.12.19의 기억

 

- 09.12.19 대통령 선거 2주년을 맞아 MB퇴진결의대회가 서울역에서 열린 바 있다. 필자 또한 09년 상반기 ‘서거정국’과 10.28 재보선 이후 진보진영의 동향이 궁금해 이 집회에 참가한 바 있다. 집회가 진행된 지 얼마 후 필자는 심각한(허탈한) 문제의식을 갖게 되었다.

 

- MB퇴진이라는 거창한 구호를 내걸었지만 정작 집회 참가자들에게서 그에 상응하는 결의 같은 것은 느낄 수 없었다. 또한 MB퇴진이라는 주장을 실현할 만큼 연대의 폭이 넓지도 않았다. 참가자들은 대부분 이른바 진보진영에 속한 사람들이었고 발언자도 거의 모두 그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정작 MB 퇴진이라는 구호를 걸었음에도 행사는 ‘비장하고 엄숙하게’ 진행되기보다는 대학생들(?)이 퍼포먼스를 하는 식으로 참여자들의 호응을 유도하기 위해 애쓰는 양상이었다.

 

- MB에 대한 대중적.국민적 분노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에 대한 요구는 다양한 집단들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람들은 쌍용자동차와 용산을 오랫동안 기억할 것이다. 자영업자와 청년들의 삶은 절박하고 힘겨워 보인다. 한진중공업의 정리해고를 막기 위해 텐트농성을 결행한 김진숙이나 대학을 자퇴한 김예슬양의 싸움에서 나는 깊은 감명과 동지애를 느낀다. 그러나 12.19의 집회에서는 그런 절박함과 공감을 느낄 수 없었다.

 

- 투쟁은 투쟁하는 자들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고 그들의 절박함과 열정에 비례하는 법이다. 12.19 집회가 내걸었던 주장 그대로 MB 퇴진을 진심으로 여망하는 사람들의 이해와 요구를 담아 냈다면 대학생들의 학예회에서나 나옴직한 퍼포먼스를 할 이유는 없었을 것이다.

 

- 범죄를 추적하는데 기본은 범죄를 통해 누가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을 보느냐하는 점이다. 고려대 김예슬양은 고려대라는 졸업장을 걸었지만 12.19 집회를 개최했던 사람들은 그리고 거기에 참가했던 사람들은 무엇을 걸었을까? 나는 12.19 집회를 개최했던 사람들이 집회를 통해 특별한 불이익을 당했다는 이야기를 들은 바 없다. 사이버 공간에 MB를 패러디한 파일을 올리기만 해도 경찰에 소환을 당하는 등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불이익을 당하는 판에 말이다. 나는 12.19 집회에 참가한 사람들이 특별한 불이익을 당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그들은 그저 토요일 반 나절 정도의 시간을 할애했을 뿐이고 더욱 놀라운 것은 그들 중 상당수는 의례 집회가 아무런 불이익 없이 끝났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러 정치세력의 각축이 진행되고 있다. 여기서도 중요한 것은 반MB라는 정치적 구호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어떤 세력이 구체적으로 어떤 이익을 취하는가이다. 민주당은 이 구호의 최대 수혜자이다. 아마도 전국의 거의 모든 선거구에서 민주당 후보가 보수야당 민주당의 후보가 아니라 반MB를 대변하는 진보개혁진영의 연합후보라는 영예로운 명칭을 얻게 될 것이다. 이런대도 어떤 사람은 이것이 지난날의 ‘비판적 지지’와는 성격이 다르단다. 반MB연대를 통해 울산시장, 경기지역 일부 민주노동당 후보들은 진보신당을 젖히고 유리한 위치에 서게 되었다. 그들은 목소리는 높지만 특별한 불이익은 없는 기자회견, TV 토론 등을 통해 구체적인 성과는 별로 없는 MB반대 운동을 하고 반MB연대 중 진보세력의 적자라는 아주 특별한 이익을 얻게 될 것이다. 아마 이들의 MB반대 운동이 실질적으로 MB를 압박한다고 판단한다면 공권력은 이들 후보를 압박하게 될 것이다. 한명숙 총리, 명진스님...... 수다한 사람들이 고통받는 이 순간에 MB반대를 외치고 후보가 되거나 당선이 될 가능성이 높은 사람들은 정작 MB에게 주는 구체적인 타격은 별로 없고 그에 따른 위험부담도 거의 없는 사람들이다. 이것이 이른바 MB퇴진 운동, 반MB연대의 본질이다. 물론 대중은 MB에 반대한다. 그러나 객관적인 대중적인 요구와 이를 대변하여 목소리를 높이는 사람들의 득실은 다른 것이다. 평범하게 세상을 사는 사람들은 그가 무엇을 주장하는가가 아니라 그가 그것을 통해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는가를 중시한다. 사람들이 돈.권력과 같은 실물적 이해를 중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 필자는 향후 이 지면을 통해 이른바 반MB를 주장했던 사람들의 정치적 투항주의와 출세주의를 지적할 것이다. 이에 대한 논쟁은 생각보다 중요하다. 만약 당신이 이 글에 동의한다면 이 글을 읽는 것에 만족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이 주장에 동조하고 확산해 주기 바란다. 물론 반대 주장도 환영한다. 단 공개 지면에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면서 이른바 써클이라는 자기들만의 공간에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떠들어대는 것은 사양한다.

댓글 2개:

  1. - 며칠전 통화에서도 대강 말씀드렸지만 제 생각은, 참가자들 간에 애매한 지점이 있는 거 같습니다. MB탄핵이라는 주장은 분명 과격한 주장이고, 12 19 투쟁이 MB탄핵을 외쳤다면 참가자들은 분명 비장한 마음가짐으로 나왔어야 함이 옳습니다. 하지만 이미 MB탄핵은 말뿐인, 껍데기뿐인 구호가 되어 버린 경향이 많고 특별한 목적의식은 없이 그냥 '이명박 2주년'이라는 식으로 나간 사람도 많을 듯합니다. 저만 해도 그랬구요. 특별히 이 집회를 통해서 무언가 정치적 성과를 이루겠다가 아니라 그냥 가카의 2주년을 축하한다라는.. 반어적인 조롱을 담아서 그 자리에 나간 경우입니다. 선배님처럼 가볍지 않은 마음으로 그 자리에 나온 이들이라면 그 상황이 뜨악했을 것이구요.

    - 2008년의 촛불집회에서도 비슷했는데, 분명 위험하고 비장한 상황과 즐겁고 가벼운 분위기가 공존했습니다. 전자를 생각하고 간 사람은 뒤에서 맥주 까먹고 기타 치고 노는 사람들이 어이없었을 것이고, 후자를 생각하고 간 사람은 뭣하러 저렇게 비장하냐, 하면서 기분상했을 수도 있는 것이구요. 12 19 집회같은 경우 이 두 가지 중 어떤 분위기의 집회인지 참가자들간에 사전에 합의랄까, 하는 것이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견해차가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예 집회 주최측에서 오늘은 어떤 컨셉이다라는 것을 확실하게 밝혀주고 하는 집회나 퍼포먼스의 경우 이견이 적지요.

    - 어쨌거나 김예슬은 고대 졸업장을 걸었는데 12 19의 참가자들은 무얼 걸었냐, 라는 물음에 대해서는 매우 동의합니다. 실제로 지금 반MB는 그저 정치적 구호에 가까운 상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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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 반갑고...

    - 나는 반mb 운동을 하는 모든 사람들을 겨냥해 이 글을 쓴 것이 아니고 그 집회를 주도했고 지금은 6.2 지방선거에서 반mb연대를 하고 있는 진보진영의 일부를 겨냥해 쓴 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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