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17일 수요일

조국통일운동에 대한 회고

- 오늘 통일뉴스에서 주관하는 21세기민족주의포럼에 다녀왔다. 솔직히 말하면 요즘 나는 민족.통일문제는 잠시 접어 두고 있다. 왜냐하면 민족.통일문제를 두고 너무 설쳐 대는(내가 요즘 이런 거친 표현들을 잘 쓰는 것을 용서하시라) 인간들이 많아서이다.

 

- 오늘의 주제는 골상학(얼굴학)으로 본 민족문제였다. 얼굴학을 전공한 조용진 교수는 그야말로 청산유수처럼 해부학.미술사.고고학.인류학.언어학을 넘나 들며 얼굴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 나갔다.

  학문에 대한 열정, 과학적 사실에 대한 성실성 그리고 과학적 사실을 인류의 미래와 연결짓는 건강한 가치관, 오랜 노하우가 배어 있는 강연 기법 등 1시간 30분 가량 진행된 강연은 그야말로 흥미진진하고 유익했다.

 

- 나는 거기서 민족이론을 두고 갈렸던 문제들 사이의 긴장관계를 잘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대체로 근대사회과학의 성과와 동아시아 역사가 갖고 있는 특수성이 결합된 민족이론을 갖고 있다. 그러나 90년대 나름대로 독학으로 쌓아온 민족이론은 사회과학.역사학과 관련이 되어 있었다. 문제는 현대 자연과학이 밝혀내기 시작한 성과를 어떻게 계승하느냐이다. 나는 다큐멘타리를 좋아하고 현대 자연과학이 밝혀낸 무수한 성과물들을 편린이나마 알고 있다. '아담을 찾아서'라는 다큐멘타리는 현존하는 남성 모두의 뿌리인 10여만년 전 동아프리카에 살았던 한 남자와 그 남자의 얼굴 모양까지를 추적한다. 제도 사학계에서는 위서라고 규정하는 '환단고기'에 나오는 5000년쯤 된 천문현상을 지적하는 놀라운 다큐멘타리를 본 적이 있다.(이 프로그램에 학교 다닐 적 교수님이 등장하셨는데 이에 대한 교수의 태도가 왜 그렇게 긴장되어 있었을까? 나는 환단고기에 얽힌 이데올로기와 권력관계를 그 교수의 표정에 잘 볼 수 있었다.) 풍납토성에 들어간 흙의 양을 계산하고 여기에 동원된 인력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측정하여 풍납토성을 건설할 당시의 백제가 부족국가 또는 부족연맹체가 아닌 고대국가임을 논증하는 프로그램도 있다.(나는 이 다큐를 감옥에서 보았다. 역시 서울대 교수들은 이 다큐에 불편한 심기를 갖고 있을 법 하다)

 

- 민족은 종교 만큼이나 감성적이고 신비로운 사회역사적 실체이다. 종교를 맋스처럼 진실이냐 허위냐의 관점에 다루는 것이 종교가 사회역사에서 발휘했던 강력한 힘을 무시하는 것처럼 어머니.고향.자연 만큼이나 인간의 삶을 지배했던 민족을 극우 이념의 하나 쯤으로 폄하하려는 좌파연하는 지식인의 태도는 웃기는 것이다. 여기까지가 내가 민족 그리고 그 연장선에서 조국통일운동을 해왔던 토대이다.

 

- 그런데 요즈음의 통일운동은 고대 노예제에서의 인류의 삶을 개탄하며 만인의 평등을 외쳤던 예수.부처의 종교가 아니라 발흥하는 근대 과학을 매장하려 했던 중세 카톨릭의 추악한 냄새가 배어난다. 일제를 반대하는 것은 같으면서도 봉건 왕정을 되살리려는 최익현의 완고함이 조국통일운동을 강조하는 사람들에게 묻어 있다. 그리고 환단고기, 풍납토성을 둘러 싼 자연과학적 성과가 몹시도 못마땅한 권력화된 서울대 사학과의 편협함이 조국통일운동을 감싸고 있다. 내놓고 과학과 지식을 사갈시하는 맹동주의가 횡행하고 있다.

 

- 아직까지는 경제와 대중운동에 몸을 두고 있지만 나는 여전히 민족이론에 관심이 많다. 내가 추구해야할 민족이론은 현대 자연과학의 성과를 계승한, 역사적으로 말하면 근대 공화주의와 밀착된 민족이지 도포자락 휘날리며 과거로 내달리자는 복고주의.국수주의가 아니다. 일단 허물어져 가는 낡은 민족론을 붙잡고 원칙과 지조를 강조하는 사이비 통일운동가들이 어느 정도 정리된 후에 조국통일운동을 새로운 차원에서 복원할 생각이다.    

댓글 11개:

  1. '그런데 요즈음의 통일운동은 고대 노예제에서의 인류의 삶을삶을 개탄하며 만인의 평등을 외쳤던 예수.부처의 종교가 아니라 발흥하는 근대 과학을 매장하려매장하려 했던 중세 카톨릭의 추악한 냄새가 배어난다.'

    요즘 그 시대를 배우고 있는데 탁월한 비유인데요 ㅋ



    유전자나 진화론을 공부하면 할수록 사실 공동체, 민족에 대한 새로운 긍정을 할 수 밖에 없던데.

    뭐, 진실과 권력관계 사이문제인가요 ㅋ

    답글삭제
  2. - '진실과 권력관계 사이 문제인가요?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고

    - 나중에 시간이 되면 최신 자연과학 성과를 수용해 민족이론을 현대적으로 재구성하면 좋을 것 같다.

    답글삭제
  3. 현 통일운동 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판에 날이 서있는데... 근대 무슨 뜻인지 도통 이해는 안되는데 구체적으로 설명좀 해줄 수 없나?



    왜? 어떤 조직이나 개인이 과거로 회기하거나 관성화 되있는 걸까?



    저의 좁은 식견으로는 도통 뭐가 뭔지 잘 모르겄네요

    답글삭제
  4. - 관찰자님의 의견에 동의가 되네요..

    - 조국통일운동에서 민족론은 정서적으로는 일제시대에 정립된 저항적 민족주의, 이론적으로는 70년대 서유럽 민족론의 도입 등에 의해 정립됨

    서유럽의 민족론은 시민계급과 민족형성이 동일한 맥락에서 형성되었음을 강조하며 시민적 민족주의를 긍정하고 이후 제국주의 열강 과정에서 진행된 독일류의 종족적 민족주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흐름

    90년대 조국통일운동은 85~6년 형성된 자민통론에 기초하고 있는데 이는 일제시대의 저항적 민족주의, 70년대의 서유럽민족주의를 뛰어 넘어 민족을 유구한 사회역사적 실체(근대의 산물이 아닌)로 놓고 민족의 자주와 통일을 변혁적인 입장으로까지 승화시킨 것

    따라서 88~90년대 초반까지의 민족론은 위 세 입장이 크게 충돌하지 않고 병존

    - 91년 소련 붕괴 이후 포스트 모더니즘의 도입 등 탈민족론 유입(민족을 근대의 산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전체주의-개인주의로 갈라 보고 민족론 전체를 부정함), 이런 견해가 90년대 중후반 지식사회 석권(특히 조선일보 등의 극우파, 임지현.박노자 등의 진보 좌파)....이에 대해 조국통일운동 진영은 거의 무대응(공부 부족으로 탈민족론이 유포되고 있는 것조차 관심이 없었음), 민주노동당 분당의 핵심적인 원인이 될 정도로 탈민족론의 해악은 극악한데 이에 대한 응당한 대응이 없음

    - 90년대 현대 자연과학의 발전으로 민족론에 뿌리가 될 수 있는 유전학.인류학.언어학 등이 발전, 그런데 조국통일진영의 민족관은 70~80년대 수준에 머물러 있음

    답글삭제
  5. 생리적.물질적 기초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이는 일제 침략, 미국에 의한 분단을 뛰어 넘는 역사적 과제임을 암시하는 것

    - 현대 과학의 수준에 비춰 이전 시기 봉합되어 있었던 전후자의 분립은 필연적인데 이에 대한 관심조차 없는 것, 이는 조국통일운동의 사상적 기초에 관심이 없는 행동주의적 편향

    - 민족론의 현재적 쟁점은 현대 자연과학의 성과에 기초하여 민족론의 새로운 진전을 요구하는 시점이고 그런 세례를 받은 신세대들이 대거 등장하는 조건에서 일제 침략, 미국에 의한 분단과 같은 사회역사적 문제만 되뇌이고 있다가는 신세대와 자연과학자들과 조국통일운동 진영이 괴리될 것, 이는 조국통일운동의 고립을 의미함

    답글삭제
  6. 따라서 현대 자연과학의 성과를 수렴하지 않음, 현대 자연과학은 조국통일운동 진영의 민족론을 간접적으로 입증하고 있다고 판단(백치미는), 그런데 조국통일운동 진영은 대체로 신채호 수준의 민족론을 갖고 있음(현대 자연과학의 성과를 수렴하지 못함)

    - 조용진 교수는 통일신라시대에 북방계와 남방계과 통일되면서 한국인의 얼굴 윤곽이 형성되었다고 봄, 이는 민족이 근대의 산물이 아니라 통일신라 시대 정도에 사회역사적으로 형성된 것임을 암시, 조용진 교수는 통일신라시대 정도가 되면 남북을 포괄하는 공동의 유전적 형질이 형성되었다고 평가....이는 조국통일의 정당성을 논증하는 강력한 증거가 됨

    그런데 70~80년대의 조국통일진영은 현대 자연과학의 성과가 없는 조건에서 일제 침략, 단군조선과 같은 사회역사적인 문제로만 조국통일의 정당성을 해석

    민족을 사회역사적으로만 해석하는 입장에는 두가지 입장 혼재, 첫째는 민족은 물질적 기초가 없는 또는 그와 별 상관이 없는 실체...이런 류의 해석은 최익현 등의 보수적 민족주의로 변화될 염려가 있음 둘째. 민족론이 일제침략과 같은 사회역사적 문제를 넘어

    답글삭제
  7. - 전체적으로 요약하자면 탈민족론과 강력한 사상투쟁을 전개하고 현대 자연과학의 성과를 발전시켜 새로운 시대적 과제에 맞는 민족론을 만들어야 함....뭐 이런 이야기입니다.

    - 부연하자면 북한은 미국과 관계개선을 희망합니다. 이는 다극시대에 맞게 동북아시아 정치지형을 새로 짜자는 것, 일본과도 관계개선을 할 것임....이렇게 되면 반미.반일 등 반제로부터 도출된 북한류의 민족주의는 약화될 것, 그럼에도 조국통일운동의 과제는 여전히 유의미, 반미.반일이라는 역사적 과제가 해결되어도 조국통일의 과제가 남아 있다고 하는 것은 민족이 반미.반일이라는 역사적 과제보다 고차원적인 문제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민족이 근대를 넘는 사회역사적 문제임을 설명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자연과학의 성과를 수렴해야 함, 이를 수렴하지 않으면 도태될 것

    가령 작고하신 강** 목사님이 간혹 북한이 반제라는 가치를 잃었거나 약화시켰다고 보는 것은 그러한 편향의 산물임, 반미.반일의 역사적 과제를 적절한 수준에서 실제로 해결하고 족국통일을 실제로 이뤄야 함

    답글삭제
  8. 저의 달랑 네줄의 의견에 이렇게 장문에 글로 응답해주시고 설명도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님의 글을 통해 몇번 본것도 같은데, 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앞으로 민족주의, 민족론에 대한 발전과 새로운 정립이 필요하겠네요.

    저야 뭐 기층에서 빠닥 빠닥 기면서, 여러 좋은 분들이 내놓는 이론을 습득하는 입장이라... 앞으로 새로운 발전과 정립을 기대하는 바입니다.

    답글삭제
  9. 추신.

    님을 멀리서 관심깊게 바라보고 동지적 애정을 가집니다. (90년 후반 ~ 2000 초반 자민통 운동가들 태반이 그런거 처럼...)



    가끔씩 블로그에 자주 들어와 글을 꼼꼼히 읽고 있습니다.

    (이견도 있긴하지만,) 신선한 충격과 변화의 원동력이 느껴져 참 좋습니다.



    그래서 옆의 친구들에게 한번 가서 읽어보라고 자주 권한답니다.

    답글삭제
  10. 민존론 만을 가지고 말씀을 하셨는데, 사실 저는 님의 글에서, 현재 통일운동 상층부의 잘못된 전략/전술의 문제, 대중운동에서의 관성의 문제 등을 얘기하는 줄 알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지역/기층에서는, 범민련이 재역할을 못하고(또는 생명을 다했다는 느낌), 통일연대의 해소.. 그리고 615 남측위원회의 정체, 통전 사업에서 진보연대의 역할 미흡... 등으로 앞으로 통일운동에 대한 확실한 전망이 잘 그려지지 않는게 사실입니다.

    그것에 대해서도 많은 고견을 부탁드립니다.

    답글삭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