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4 어떻게 얻은 티켓을 가지고(이게 무려 4만원짜리다) 대학로에 뮤지컬(연극..)을 보러 갔다. 오랫만이라 기대가 컸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내가 괜히 시비를 거는걸까? 아니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일까? 이 글을 읽는 당신들의 생각은 어떨까?
- 극의 무대는 달동네 마을이다. 여기에는 4지절단된 40살이 된 딸을 키우고 있는 정많고 꿋꿋한 할머니, 동평화시장에서 일하는 닳고 닳은 40대 아줌마, 몽골에서 온 러시아 문학을 전공하는 6년째 되는 청년 그리고 주인공인 강릉에서 와서 서점에 근무하는 처녀 등이 나온다.
- 달동네 풍격은 다닥다닥 붙은 벌집형이고 화장실은 공동이다..............실제 이런 동네가 있을까? 80년대 중반 필자가 공장생활을 하거나 유인물 배포 작업을 할 때 봉천동 산동네가 그랬다. 그런데 지금은 봉천동 산동네 대부분이 재개발되어 대부분 아파트이다. 이런 류의 마을 구조는 사라져 버렸다. 더 큰 차이는 그렇게 해서 산동네가 아니라 산 끝 어딘가로 밀려난 최하층민들은 그런 류의 공동체를 가질 힘조차 없을 것이다.
- 산 동네에서 평지풍파 다 겪으며 겉으로는 인색한 채 하면서도 속으로는 인정을 품고 계시는 할머니는 어떨까? 이 할머니는 어쨋든 집 한채를 가지고 여러 세대에 빌려 주며 생계를 잇고 있다. 그리고 여전히 공동체를 갖고 살아가는 마을 공동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정신적 지주 같은 존재이다.
그런데 지금은 어떨까? 저소득층 집단 거주지가 사라졌듯이 거기를 무대로 나름대로 사회적 존재감을 갖고 있던 할머니들은 사라졌다. 이제는 지하철 안에서 신문지를 줍거나 길거리에서 박스를 줍거나 지하철 한 편에서 소소한 찬거리를 파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 전체적으로 연극의 구도가 80년대 중반을 가르키고 있는 반면 몽골 청년의 출현과 과도한 개입은 2010년 현재에서 찾아보기 힘든 최첨단이다. 이 연극의 주 테마는 강릉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점에서 6년째 근무하는 처녀와 몽골 청년과의 사랑이다. 이 둘의 사랑은 달동네에서도 인정을 잃지 않고 미래를 위해 살아가는 서민들의 애환과 꿈을 대변하는 정점에 위치한다. 이 둘의 사랑은 2010년 대한민국에서 어떠한 훼방과 시련도 없이 비교적 순탄하게 해피앤드한다. 나는 이런 사랑에 찬물을 끼얹을 의도는 전혀 없다. 마땅히 사랑은 신분과 국적을 뛰어 넘어냐 한다는 것이 필자의 당연한 생각이다. 그러나 2010년 한국이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그런 사랑을 쉽게 허용하고 있을까? 그것이 달동네 서민의 삶을 집약하는 인간다움의 정점일 수 있을까?
- 솔직히 말하면 이 연극을 쓴 사람은 80년대 중반의 달동네의 삶+자신이 희망하는 국적을 초월하는 사랑을 자신의 머릿속에서 조합해 한 편의 연극으로 만들어 놓았다.
상상의 공동체가 현실을 대체하는 것은 불철저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을 현실이라 믿고 싶기 때문이겠죠. 문제는 연극 작품보다 그 작품을 롱런시키는 관객들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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