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7일 토요일

공동체를 찾아서...1

- 대체로 95년을 경계로 한국의 전통적인 공동체는 두 갈래에서 무너졌다. 하나는 87년 6월항쟁에서 발원한 진보운동의 여러 공동체들, 다른 하나는 신자유주의와 함께 도래한 무한경쟁속에서 전통적인 생활공동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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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산직 노동계급(고졸, 생산직, 중화학공업 남성)의 공동체는 89~92년 정도 형성되었다가 빠르게 약화된 듯 하다. 이것이 위력있게 남아 있다고 판단한 것이 80년대 중후반 생산직 노동운동에 투신한 학출들의 비극이었다. 시간이 갈수록 이 공동체는 형체만 남았고 이제는 거의 마지막 숨을 몰아쉬고 있다. (쌍용.한진이 현장의 상황을 말해준다면 민주노총.금속노조.민주노동당 집행부에 또아리를 틀고 있는 40대 중반을 넘어선 시대에 뒤떨어진 인텔리들의 군상이 또 하나의 모습이다.  

 

- 농민운동은 2002~06년 격렬하게 마지막 숨을 토해 내며 07년을 계기로 소멸했다. 이제 농민운동에 투신한 학출들은 무거운 짐을 내려 놓아도 좋을 듯 하다. 당신들은 할 일을 다 했다.

 

- 학생들의 공동체는 96년 95년을 계기로 시대가 바뀌어 가고 있음을 인지하지 못하고 정면으로 시대에 맞서다 초토화되었다. 다시 학생들의 정치적 공동체가 형성될 조짐을 보였던 것은 04~06년경의 등록금 투쟁인 듯 하다. 그러나 이 싸움은 좌절되어 공동체로 자리잡지 못하고 소멸되었고 지금은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 2009년 이후 도시 소상인들의 공동체가 태어나고 있다. 최근 진행되고 있는 단식 농성은 이 공동체가 대단히 위력적으로 성장할 것임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전조이다.

 

- 08년 촛불시위에서 드러난 대도시의 공동체는 미처 싹을 피우지 못하고 정권의 탄압으로 위축.분화되고 있다. 이 조숙한 공동체는 한편으로는 김수환.노무현에 대한 향수?)라는 애매한 정서에 묶여 있고 또 다른 한편에서는 재보궐선거에서 촛불을 선거로 제한하는 다소 퇴행적인 행태로 모습으로 후퇴했다. 더 큰 문제는 경제 상황이 악화되면서 대도시 광장을 가득 메웠던 공동체의 내적 동력이 소진되거나 분화되고 있는 점이다.

 

- 통일을 지향하는 공동체가 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이 불행이다. 이 공동체는 기껏해야 진보진영 일부가 몽상적인 형태로 과대포장하고 있다. 05년 주한미군기지... 등등 반미공동체를 묶으려는 시도는 사멸해 가는 공동체를 80년대 중반의 이론에 따라 억지 대응한 오류이다. 미군기지 철망을 뜯어 내고 평택기지에서 극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기는 했지만 정작 대중속에 의미있는 실체로 발전하지 못해고 그럴 가능성도 없다. 아마도 00~02년 한미관계를 조정하려는 투쟁이 그 마지막이었던 것 같다. 마포의 성미산 공동체?는 멀어 보이고, 국적을 초월한 노동자들의 공동체가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망상이다.  

 

- 김연아, 소녀시대 따위로 표상되는 공동체는 정치적 성격을 갖기 어려울 것이다.

 

- 생산직 노동자가 아닌 보건의료.공무원.사무금융노련 등 정보화.사회서비스 시대에 맞는 고학력 대도시 중간층.인텔리들의 공동체가 유력하지 않을까?.....이를 가로막는 사상적 문제는 이른바 '생산직 노동계급'이라는 단어가 주는 함정이 아닐까 싶다. 민주노총의 주력은 금속에서 시대의 변화 추세에 맞게 보다 고학력으로 보다 선진적인 산업구조를 체현한 집단으로 바뀌어야 한다.  

- 청년실업.등록금을 매개로 한 20대 공동체는 불행히도 발아 중이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 하다. 반미에서 청년실업으로 의제를 바꾼다고 공동체가 형성될 것으로 믿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많은 것이 문제일 듯 하다.

- 자영업자의 공동체는 빠르게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것은 대자본.교회.특권층을 연결하는 공동체이다. 이들의 힘은 이미 한나라당, 민주당, 친노신당 상당 부분을 포괄한다. 일시적인 역학 변화가 있을지언정 95년 이후 진보진영의 너무 오랜 태만 때문에 근본적인 변화는 멀고 지난한 과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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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통적인 가족.농촌.달동네의 서민공동체 등은 빠르게 해체되고 있다.

 

- 노인들의 공동체를 새롭게 형성하려는 노력은 영화 '죽어도 좋아'에 잘 나와 있다. 이들은 가족이 해체된 조건에서 노인들끼리 젊은이들의 향유물이었던 섹스를 매개로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훌륭한 영화이다.

   앞서 말한 빨래에 출현하는 노인은 이미 80년대 사라져 가고 있던 공동체를 대도시 중산층 인텔리들이 관념속에 만들어낸 허구이다. 이들은 부모격인 노인들에 대한 집단 유기, 자녀들에 대한 그릇된 애정(사교육..)속에서 슬며시 내버린 노인들을 꿈속에서 그려내고 있다. 완전 사기에 가깝다.

   힐링스 병원에 계신 김광옥 여사(민경우의 모)는 매일마다 '미선'이라는 20대 중반의 처녀와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어 가고 있다. 미선이는 연변에서 온 아주머니가 아니고 현대적인 감성을 다진 신세대 청년들로 이들은 정당한 보수(실제로 그런 지는 잘 모르겠다)와 쓸모없는 노인에 대한 사랑을 매일 1시간 쯤 진행되는 인지치료를 통해 만들어 가고 있다. 바람직한 미래상이다.

 

 - 이미 사라져 버린 농촌 공동체를 찾아 철딱서니 없는 학생들이 농활을 가곤 한다. 그냥 놀러 가는거라면 뭐라지 않겠지만 거기에 운동이니 어쩌니 하는 고상한 단어를 붙이는 녀석이 있으면 정신 차리게 하는 것이 좋겠다.

 

- 달동네의 서민 공동체는 살벌한 갈등의 장으로 발전하고 있다. 이 놈의 나라는 달동네의 서민 공동체를 짓뭉개서는 한편에서는 쓸모없는 노인들을 집단 유기하고 다른 한편에서는 용산이라는 초대형 참사를 만들어 내었다. 그리고 인정 많던 80년대까지의 서민 공동체는 뉴타운과 같은 헛된 욕망과 좌절의 틈바구니에서 사라져 버렸다. '빨래'는 이미 사라져 버린 서민 공동체를 대도시 중산층의 구미에 맞게 적당히 포장해 놓고는 이걸 보러 오라고 선전을 해대고 있다.

 

- 가족이 사라져 버린 곳에 혈연으로 얽히지 않은 새로운 가족을 모색하는 흐름이 있다. 영화 '가족의 탄생'인데 이는 어쩔 수 없이 사라질 혈연가족을 대체하려는 진보적 시도이다. 더 많은 시도와 노력이 있어야 한다. 내가 영화를 찍는다면 이런 영화를 찍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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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7개:

  1. 역시 탁월하시군요. 소상인들의 공동체에 대한 기대, 저도 좀 지켜보고 있는데 어디까지 가능할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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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풀뿌리의 실험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어린이도서관 의료생협 대전에서 건설중인 공립 대안학교ㅡ자유학교 등의 풀뿌릿실험들, 396출신 비주류 여성들이 주도하고 90뎐대 학번세대 려성들이 동참하는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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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 풀뿌리 중에서 긍정적인 시도와 부정적인 시도가 혼재되어 있는 듯 하다.



    - 나도 해보려고 하는데 보건의료.공무원.사무금융.전교조 등 30~50대의 대도시 생활인들/대도시 20~30대 청년들의 절실한 이해를 대변하는 공동체 실험은 대단히 중요할 듯 하다.

    * 교육생협, 치과생협.....

    * 나도 이걸 서울지역에서 해 보았으면 함, 당장 손쉽게 할 수 있는 것은 거창하게 말하면 교육생협이고 단순하게 말하면 과외방



    - 부정적인 것은 좌파적, 근본주의성 성향의 공동체 실험.......가령 교육생협을 하더라도 '하자센터'와 같은 것은 지양(잘 모르지만)해야 한다고 생각함

    핵심은 현실의 역관계를 인정하고 현실 제도권에 파열구를 내는가 아니면 현실을 부정하고 제도권 밖에서 새로운(공상적인) 실험을 하는가?의 문제일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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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선배님의 댓글에 요즘 저의 고민이 있군요:)

    '현실의 역관계를 인정하고 현실 제도권에 파열구를 내는가 아니면 현실을 부정하고 제도권 밖에서 새로운(공상적인) 실험을 하는가?의 문제일 듯'

    진보진영도 이 두가지 부류로 정리될듯합니다. (뭐 연구자들의 꼬뮌이라는 수유넘어도 그렇고 다른 정파들도 모두 크게는 저 문제에서 갈리더군요)

    무엇이 더 맞는 방식인지 늘 고민이 되요. 주변에 공상적 실험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져서 일까요 하하



    저는 여전히 전자가 더 맞다고 생각하고 그런 길을 모색중이긴하지만요.



    서양철학사나 외교사를 살펴보니 언제나 시대의 격변기에는 이런 두 집단이 존재하더군요 역사를 만들어내는 것은 전자가 많긴한데

    현대사회가 변증법적으로 살펴봤을때 '반'에 가까운 사회였고 지금이 모든 패러다임을 제고하고 다시 고민하는 시기라고 했을 때 '합'을 도출하는 것이라면 공상적 실험들이 더 유효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자주듭니다. 새로운 '대안'과 '상상력'이 필요한 시기니까요.

    그러면서 파열구가 생길 것 같기도하구요.

    그러나 새로운 실험을 하는 개체들의 정치적 회귀가 꽤 중요할 듯해요. 새로운 실험을 하는 친구들은 대체로 '자기만족'적 측면에 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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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 청년실업.등록금을 매개로 한 20대 공동체는 불행히도 발아 중이지만중 상당한 시간이 걸릴 듯 하다. 반미에서 청년실업으로 의제를 바꾼다고 공동체가 형성될 것으로 믿는 어리석은 인간들이 많은 것이 문제일 듯 하다.



    어리석은 인간들(웃음) 제 좁은 소견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 왜 그런지 설명을 해주셨으면 고맙겠습니다. 의제를 바꾼다 할지라도 그것이 외부인이 갈등을 조장하여 대중을 동원하는 것 밖에 되지 않고, 그에 따라 자신의 상황에서 각개-분투하고 있는 20대들은 이에 무관심하게 대처할 것이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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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 보라보라돌이님과 비슷한 문제의식인 듯 합니다.

    - '반미'는 정치적 주장으로서의 반미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라 반미가 필요했던 시기에 그 밖의 여러 요소들과 합쳐져 가령 식반자랄지...하는 집약된 사회인식이 성립되는거죠

    예를 들어 조선시대의 효와 현대 한국사회의 효는 다를 수밖에 없지 않을까요?

    청년실업은 노인빈곤, 30대 초반 여성의 출산 파업 등과 어우러져 신자유주의와 같은 내용으로 집약될텐데

    - 제가 갖고 있는 문제의식은 반미에서 청년실업으로 단순히 의제를 이동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본질을 이해하고 그에 맞게 정치노선 뿐만 아니라 행동방식, 소통방식 등을 뿌리로부터 바꿔야 한다는 뭐 그런이야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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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레이 - 2010/03/03 11:40
    - 그래, 제도권에서 배우는 외교사 등을 가르쳐 주면 좋을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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