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 및 과제(11.21, 민 경우)
1. 객관정세
1)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9일 기자회견을 통해 보스워스 대북특사가 방북(12.8)할 것임을 발표했다. 보스워스가 방북하게 되면 강석주 외무성 제 1부상 등 북한의 고위급 인사들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입장은 핵 폐기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이를 지렛대로 삼으려는 의도) 북미대화를 진행하고 북미대화에서는 관계개선.평화협정 등이 의제가 되어야 함을 지적한 바 있다. 반면 미국은 핵 폐기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하며(단계별로 행동 대 행동의 방식으로 협상하면 안된다는 의미) 북미대화가 6자회담의 일환으로 진행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북미대화가 당초 예상보다 늦어진 것은 위와 같은 북미 쌍방의 입장 차이 때문이다. 따라서 북미대화는 쉽게 예상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몇가지 시나리오를 가상하자면 첫째. 김정일 위원장의 전격 행보에 따라 정세가 급진전하는 것 둘째. 큰 성과없이 느슨한 대치가 지속되다 다시금 북한이 핵실험과 같은 카드를 통해 상황을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시키는 것 등이다.
남북관계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남북대화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중시하고 있는(10.29 조선신보를 비롯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남북대화에 대한 북의 입장이 전술적 조치가 아님을 강조하고 있다) 반면 남한은 핵문제의 일정한 진전이 없이는 대화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북일 관계는 북미.남북대화와 함께 진행될 것인데 민주당 정권이 들어서 북미대화에 일정한 진전이 있으면 북일 관계도 함께 진전할 것으로 보인다.
2) 10.28 재보선으로 이명박 정부는 커다란 타격을 입었다. 특히 10.28 재보선 과정에서 불거진 박근혜 전 대표의 강력한 반발은 향후 대권을 둘러 싼 한나라당 내부의 갈등이라는 점에서 주목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가 박근혜 전 대표의 입장을 변칙적으로 수용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한편 KBS, YTN에 대한 연이은 무죄 판결로 이명박 정부의 방송 장악 음모는 난관에 직면했다. 국회는 4대강, 미디어법, 세종시 등을 둘러 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갈등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여론의 우세를 등에 업고 대여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전체적으로 6월 이후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중도실용 정책(세종시 원안 수정, 4대강 강행, 개헌 및 행정구역 개편 등)은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있다.
3) 경제상황은 호전되고 있으나 구조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멀고 불안요인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08년 4/4분기 급락했던 세계경제는 09년 3월을 계기로 완화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 세계 가 공조하여 진행한 금융시장 안정화와 경기부양 조치가 일정한 효력을 발휘했다. 그러나 미 상업용 부동산, 동유럽 국가 몰락에 따른 서유럽 은행들의 부실 등을 고려하면 아직은 금융부분의 부실이 남아있다. 미국이 경제위기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생긴 엄청난 규모의 재정적자는 달러약세를 초래하고 달러 캐리 트레이드(저금리의 달러를 빌려 고금리 국가에서 운용하는 것)에 따른 자산거품으로 비화되었다. 이후 출구전략(경기 급락 과정에서 생긴 재정통화정책을 금리인상 등의 방법으로 원 상태로 돌리는 것)을 펴는 과정에서 달러 트레이드 청산에 따른 금융불안 등이 예상된다.
한국경제는 빠르게 호전되고 있다. 3/4분기 GDP는 전기대비 2.9%(전년 동기 대비 0.6%)로 수출호조에 따른 제조업생산(전기대비 8.7%)과 재정적자에 의한 정부지출(상반기에만 43조로 GDP의 4% 규모)이 동력이 되었다.
3/4분기 민간소비와 설비투자도 각각 1.4%, 8.9% 성장하여 경제주체들이 향후 전망을 어둡지 않게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OECD는 최근 한국경제 전망(6월)을 08년 -2.2%와 09년 3.5%을 각각 0.1%, 4.4%로 상향 조정했다. 그러나 이는 실물경제 성장에 기초하기보다는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격 상승, 해외자본 유입 등에 따른 거품 성장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코스피 지수는 09년 1174 포인트로 시작하여 3월 초 1000대에서 저점을 찍은 후 9월 11일 1711 포인트로 고점에 이르렀다. 이후 조정국면을 거친 후 재상승하여 11.9 현재 1620 포인트에 이르고 있다. 코스피 지수와 함께 부동산 시장도 3월 초부터 과열되기 시작해 9월경부터는 하방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은 1월 4일 1257원으로 시작해 3월 초 1500원선에 이르렀다. 11.9 현재 1153원으로 하락했다. 전체적으로 3월 이후 경기가 회복되었다가 9월 이후에 조정국면(또는 하락)을 맞고 있다.
그러나 실물소득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는 고용의 경우 09년 10월 제조업(-8만 7천), 건설업(-14만 7천), 도소매음식숙박업(-17만 7천), 20대(-14만 2천, 이 중 여자는 -9만 8천), 30대(-17만 5천 이 중 여자는 -9만 1천)인 반면 사업개인공공서비스(43만 7천), 50대(22만), 60대(12만 2천)로 나타나고 있다. 이는 제조업.영세 서비스업, 20~30대에서 고용이 줄고 있는 반면 정부 재정으로 공공서비스를 통해 50~60대 고용을 늘렸기 때문이다. 이런 식의 비정상적인 조치로 언제까지 고용을 유지할 수 없기 때문에 고용은 향후 한국경제의 가장 큰 어려움을 줄 것이다.
그 외 700조에 달하는 가계부채, 재정건전성, 자산시장의 과열과 그에 수반한 파열, 양극화 심화 등의 악재가 남아 있다.
전체적으로 보면 수출과 정부지출로 3월 이후 경기가 회복되고 있으나 고용 창출 등에 의한 견실한 성장이라기보다는 과잉 유동성에 의한 거품 성장으로 보인다.
2. 주체정세
1) 민심의 추이
6월 이후 40~50%까지 반등했던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정운찬 총리 지명, 세종시 등의 문제로 완만하게 하강하고 있었다.
이런 와중에 치러진 10.28 재보선은 사실상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이는 세종시와 연관된 충청도민의 대대적인 이반,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 친박.친이 계열의 분열, 이명박 지지세력의 결집도 부족 등에 기인한다.
한편 반이명박 정서는 민주당과 친노의 지지로 나타났는데 이는 올 상반기 서거 정국의 여파와 뿌리깊은 반이명박 정서 때문이다. 민주당.친노가 집권기간 10년의 행보를 충분히 반성하지 않은 조건에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반이명박 정서의 깊이와 함께 진보적인 사조와 세력이 국민대중과 호흡하지 못한 결과이다.
2) 진보정당 및 주요 대중조직
10.28 재보선 결과로 진보세력은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 등 야 3당이 지지한 임종인 후보가 민주당 김영환 후보에게 대패함으로써 향후 진보세력의 입지가 현저히 약화되었다. 이는 국민대중이 진보세력에게 희망을 갖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10.28 재보선 이후 민주노동당은 민주노동당 독자노선과 진보진영 연합론으로 양분되고 있다. 전자와 같은 비정상적인 노선이 공공연하게 주창되고 있는 것은 민주노동당의 당권파가 국민대중의 정서와 심각히 이탈해 있기 때문이다. 후자의 경우 정세의 요청에 비하면 대단히 낮은 수준에서 논의가 진척되고 있다.
진보신당의 경우, 10.28 재보선에서 야 3당이 지지했음에도 임종인 후보가 낙선한 것은 심각한 타격이다. 노회찬 후보가 서울시장에 출마하더라도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을 비롯한 노동운동은 이명박 정권 집권 이후에도 이전 시기와 같은 관성적인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정세의 주요 변수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한편 민주노총이 양당 통합과 관련하여 적극적인 행보를 하고 있는 것은 양당의 분열이 기층 단위조직까지 파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농민운동은 쌀값 폭락, 학생들은 등록금 등이 주 의제이지만 특기할만한 성과는 없다.
3. 2010 지방선거
위의 정세 인식에 기초하면 북미관계와 경제상황이 근본적으로 변화하지 않는한 모든 정세는 6.2 지방선거로 수렴될 것이다.(물론 현 정세의 특징은 정세의 유동성이 큰 것이다)
지방선거의 경우 서울.수도권은 한나라당(친이, 친박)과 민주진영(민주당, 친노)의 양강 구도로 진행될 것이다. 진보진영은 현 상태로는 의미있는 변수가 아니다. 시민사회의 행보 중 반MB류의 경향은 민주진영에 흡수될 가능성이 크고 나머지 세력이 진보적 색채를 띄며 후일을 도모할 것이다.
부산경남 지역은 친노 세력의 약진과 한나라당의 내분에 따른 친박.무소속의 강세가 예상된다. 진보진영의 경우 민주진영(친노,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후보 단일화가 없으면 승산이 희박하다.
충청지역은 세종시 문제와 연동지어 대혼란이 예상된다. 보수적인 경향은 친박 또는 이회창의 자유선진당으로 흐를 공산이 크고 기타 세력은 민주당이 차지할 것이다. 친노와 진보진영은 지역의 특성상 큰 변수가 되기 어렵다.
호남지역은 민주당의 독주가 예상된다. 단 부분적으로 민주노동당이 강한 곳에서 ‘민주당-민주노동당’의 양강 구도가 형성될 것이다.
지방선거의 승패는 수도권에서 판명이 될 것이다. 이는 첫째. 수도권이 갖는 중요성이 워낙 크고 둘째. 다른 지역은 대체로 윤곽이 드러나 있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승패에 따라 6.2 지방선거 이후의 정치 지형이 크게 변화할 것이다. 한나라당이 패배한다면 이명박 대통령의 레임덕, 차기 대권을 둘러 싼 박근혜 전 대표와 친이 세력간의 심각한 충돌이 예상된다. 민주당이 패배한다면 민주당은 차기 대권을 둘러 싸고 쉽게 예상하기 어려운 합종연횡을 하게 될 것이다.
4. 진보진영의 과제
가장 중요한 과제는 6.2 지방선거를 앞두고 진보진영의 연대와 단합의 기운을 높이는 것이다. 특히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후보 조정 여부가 이후 진보정당의 존립과 관련된 중요한 문제이다. 수도권의 기초 단위와 경남의 노동자 벨트에서 후보 조정이 성공한다면 향후 진보진영의 통합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 반면 통합에 실패하여 분열에 따른 낙선 지역이 다수 발생하게 되면 아마도 진보 양당은 정치력을 상실하게 될 것이다. (유권자의 압도적인 요구는 후보 단일화이다. 문제는 양당의 당권파들이 이에 소극적인 것이다. 4.26과 10.28 재보선 결과는 후보단일화의 필요성을 적나라하게 드러냈고 조금씩 후보단일화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고 있지만 여전히 미온적이거나 부정적이다)
전자든 후자든 지방선거 결과에 따라 지방선거부터 2012년 4월 총선까지 정치지형의 변화가 예상된다. 전자라면 양당 내부에서 노선차이에 따른 논쟁이 가열되고 연대 또는 통합 기운이 확산될 것이다. 시민사회단체 중 민주당.친노신당 중 좌파 성향의 집단이 여기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반면 후자라면 양당은 사실상 정치력을 상실하고 진보정치는 시민사회운동 중 급진적인 세력이 주도하게 될 것이다.
민주노총 등 87년 6월 민주항쟁의 발전 과정에서 태어난 대중조직들도 진보양당의 연대와 단합 수준에 따라 새로운 양상을 띄게 될 것이다. 2010년 지방선거에서의 후보단일화는 양당 내부의 혁신적인 변화를 동반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전농 등도 그에 맞는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것이다. 반면 후자로 마감되면 진보운동은 87년 6월항쟁에 뿌리를 둔 대중운동이 아니라 새로운 지형에 맞는 노선과 감수성을 가진 흐름이 성장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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