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28 재보선 평가(11.2, 민경우)
10.28 재보선이 끝났다. 10.28 재보선은 이명박 정부 전반기에 대한 중간평가의 성격을 띄고 있는 점에서 향후 정세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필자는 지방선거를 개괄적으로 진단해 보고 주로 진보진영의 관점에서 교훈점을 도출해 보겠다.
1. 지방선거 개괄
선거 결과는 대체로 명확하다. 안산상록을.수원장안.충북 4군에서 민주당이 큰 차이로 승리하고 양산에서는 한나라당이 힘겨운 승리를 하여 전체적으로 한나라당의 참패로 끝났다. 특기할만한 점은 안산상록을에서 민주당 김영환 후보가 41.2%를 득표하여 한나라당 송진섭 후보(33.1%)를 여유있게 이긴 반면 부산 양산에서는 박희태 후보가 무명에 가까운 정치신인 송인배 후보(각각 38.1%, 34.0%)에게 가까스로 승리한 점이다. 선거 결과는 3대 2이지만 내용적으로는 한나라당의 참패임이 명백하다. 한편 안산상록을 선거에서 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이 지지한 임종인 후보가 높은 개인적인 인지도에도 불구하고 15.6%에 그쳤다. 이는 향후 진보정당의 진로가 불투명함(?)을 보여주는 뼈아픈 패배이다.
한나라당의 참패는 6월 이후 가시화된 이명박 정부의 중도실용.친서민 정책이 대중적 호응을 받지 못하고, 세종시.4대강.언론통제(방송인 김제동 퇴출) 등 이명박 정부의 독선적인 정국 운영에 대한 강한 불만과 경고를 담고 있다. 주목해야할 점은 세종시를 둘러 싸고 친이계와 친박계열의 갈등이 고조된 점이다.
민주당의 선전은 뿌리깊은 반이명박 정서와 노무현-김대중 두 대통령의 유산이 결합된 것으로 보인다. 04년 탄핵의 여파로 승리한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사회적 양극화 심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해 05~06년을 경계로 총체적인 심판을 받았다. 08년 상반기 촛불시위 과정에서 수도권 대중이 보인 민주당에 대한 냉랭한 반응은 이와 관련이 있다.
촛불시위 이후 이명박 정부의 강권정책이 지속되자 국민대중은 4.29 재보궐선거에서 한나라당을 심판했다. 이 과정에서 민주당은 반이명박 정서에 대한 반대급부(부평의 홍영표 후보 당선)를 챙긴 바 있다. 이어 5.23 노무현 전 대통령, 8.18 김대중 전 대통령의 작고로 민주당의 가치(?)가 새로운 차원에서 복원되고 민주당 지지층의 결집이 강화되었다. (4.29에는 반이명박이 중심이었다면 10.28에는 이것과 함께 반이명박의 강도가 강해지고 ‘포지티브’한 측면이 더해졌다는 의미) 부산 양산 선거에서 송인배 후보의 선전은 ‘투표로 복수하자’는 민주당 지지자들의 내심이 선거를 통해 표출되었기 때문이다.(양산의 경우 투표율은 18대 총선 투표율인 40.5%보다도 높은 43.9%이었다) 특히 안산상록을에서 후보단일화 무산에 따른 투표 불참으로 10.28 재보선 평균 투표율 39%에 훨씬 못미치는 29.3%였음에도 김영환 후보가 승리할 수 있었던 것도 비슷한 양상이다.
반면 민주노동당은 05~06년 지지율이 열린우리당과 동반 추락한 이후 07년 분당사태로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국민대중은 이해하기 어려운 문제를 가지고 신생정당이 분당에 이르는 모습에 국민대중은 관심(지지가 아니라 한번 지켜보자는 수준) 자체를 철회했다. 민주당.친노세력과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명암이 엇갈리기 시작한 것은 반이명박 정서의 반사이익이 민주당으로 집중된 점(이건 반이명박의 현실적인 대안이 민주당이라는 의미 이상은 아니다)과 09년 두 전직 대통령 서거 정국이 민주당.친노 세력(특히 친노)의 복권과 강화로 이어진 점이다. 2008년 상반기 촛불시위 과정에서 존재감이 거의 없던 민주당.친노세력은 09년 거치며 긍정적인 요소를 덧붙히고 결집력을 높혔다면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은 08년 촛불시위에 비해 정치적 위상이 약화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이런 양상이 2010년 지방선거까지 이어질 것이다. 한반도 정세의 대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이 선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경제는 과잉 유동성에 따른 자산버블, 일정한 경기회복과 양극화의 심화가 예상되는데, 이는 10.28 재보선 시기에 형성된 경제지형과 다르지 않다.(미국 상업용부동산이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고 신종 인플루엔자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 등 불투명한 지점이 어느 때보다 많지만) 시민운동진영 등 제 3세력이 참여하더라도 만만치 않을 것이다. 이렇게 보면 내년 지방선거도 ‘한나라당 고전-민주당.친노 세력의 선전-진보진영에 대한 무관심’이라는 양상이 될 것이다.
2. 안산상록을이 보여준 것
진보진영의 입장에서 핵심적인 평가지점은 안산상록을 선거결과이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 등 3당이 지지한 안산상록을의 임종인 후보가 예상보다 낮은 15.6%의 낮은 지지율로 낙선했다.
이는 다음의 두가지 점을 시사한다.
첫째는 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의 정치적 권위가 임종인 후보의 지지율 상승에 영향을 주지 않은 점이다. 과거 DJ나 영남권에서 박근혜가 갖고 있는 정지적 위상을 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은 갖고 있지 않은 것이다.
둘째는 김영한 후보의 승리를 이끈 동력이다. 10.28 재보선 평균 투표율 39%에 10%에 못미치는 투표율은 후보단일화 무산에 대한 실망감의 표현일 것이다. 이들은 대체로 반이명박이되 민주당과 진보정당 중 어느 쪽에도 경사되지 않는 집단일 것이다. 반면 이들보다 더 많은 유권자들이 후보단일화 실패에도 불구하고 김영환 후보에게 표를 집중시켰다. 이들은 반이명박과 함께 반이명박을 민주당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양자 중 후자의 규모와 강도가 훨씬 셌던 것이다.
투표에 불참한 10% 정도의 집단과 단일화 무산에도 김영환 후보에게 표를 집중시킨 집단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던 부류는 ‘호남+충청+수도권 개혁층’이다. 투표에 기권한 층은 수도권 개혁층일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성향상 진보적인 가치에 민감하고 향후 진보세력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큰 집단이다. 반면 김영환 후보에게 표를 집중시킨 세력은 호남+충청+친노 중 일부일 가능성이 크다. 이 중 호남+충청은 지역주의적 정서가 강하고 보수적이라 상대적으로 진보정당의 지지기반이 되기 어렵다. 반면 친노 세력 일부가 여기에 가세했을 가능성이 크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후보단일화가 무산되었을 때 어부지리로 한나라당이 승리할 정도여야, 다시 말해 민주당으로 하여금 단일화하지 않으면 한나라당에 질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있어야 진보정당의 운신의 폭이 넓어지는 것이다. 안산상록을의 결과는 일반적인 예상보다 심각한 결과이다.
3. 향후 전망과 과제
2010년 지방선거는 한나라당(친이와 친박)-민주-친노(3강) 또는 한나라당(친이와 친노)-민주.친노(2강)의 구도로 갈 것이다. 민주노동당.진보신당.창조한국당은 10.28 재보궐선거와 마찬가지로 정국의 의미있는 변수가 못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진보진영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여기서 2012년의 핵심적인 목표지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필자는 한반도의 통일정세의 변화, 글로벌 대자본과 보수적 엘리트층의 견고함에 비춰 한나라당의 두 정파 중 친이의 색채를 계승하는 집단이 주도권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아마도 이명박보다 합리적인 보수세력일 것이다. 이럴 경우 야당 중 우파 성향의 정치세력이 주도권을 잡게 되면 미국식 양당 체제가 들어서고 진보세력은 고립.분열.약화될 것이다. 따라서 굳이 한나라당 재집권 저지와 진보세력의 성장이라는 두가지 과제 중 하나를 택하라면 후자를 택해야 한다.
진보진영의 성장을 위해서는 첫째는 진보정당의 통합과 현대적 재구성 둘째는 대중운동의 복원과 강화가 필요하다. 현 수준에서 본다면 진보대연합-민주대연합을 둘러 싼 논쟁 자체가 공허한 것일 수 있다.
진보정당의 통합을 어렵다고 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국민대중은 2004년 10석을 몰아주었던 민주노동당이 자신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일로 분당했던 사실을 기억한다. 그 이후의 과정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고 진보정당이 분당을 뛰어 넘을만한 인상적인 행보를 보여준 것도 아니다. 통합과 연대의 노력이 진심으로 배어있지 않은 어설픈 ‘이벤트’(?)로는 국민대중의 마음을 되돌릴 수 없다. 통합은 어렵지만 가야만 하는 길이다. 그리고 여기에 덧붙여 민주당을 뛰어 넘는 가치와 의제, 현대적 감각이 결합되어야 한다.
끝으로 민주노총, 전농 등 주요 대중운동의 약화 또는 위기를 주목해야 한다. 이명박 집권 이후 공안기관의 칼날은 민주노총, 전교조, 공무원노조 등을 겨누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진보진영은 대중의 공감이 넓은 사안을 중심으로 다수 대중이 참여하는 대중운동을 활성화하는 것과 함께 국민적 지지기반을 넓히는 작업에 사활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어쩌면 여기가 진보진영이 서 있는 냉정한 위치일 수 있다.
trackback from: 우직(愚直)하다. 우직(迂直)하다.
답글삭제우직(愚直) 愚어리석은 우 直곧을 직 우직(迂直) 迂에돌 우(혹은 굽을 오) 直곧을 직 대학 2학년 때, 한 선배가 나에게 이런 이야기를 해 주었다. 이야기가 나온 바탕은 당시 난 본격적으로 학생운동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를 놓고 고민하고 있었고, 군대 문제, 부모님 문제 등으로 어려움이 많았기에 한 선배에게 고민을 토로했다. 그랬더니 그 한 선배가 이런 이야기를 해 준 것이다. "올해 총학생회 선거에 후보(이야기의 주인공은 그 해 총학생회장으로..
요즘 여러가지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하는데 선배님의 결론과 비슷한 듯 하여 트랙백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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