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와 과제 (10.12, 민 경우: 새세대네트워크 기획위원)
- 10월, 또 한번의 역사의 변곡점
1. 정치지형
MB의 지지율이 6월 이후 새로운 행보(중도실용?, 친서민?)로 의미있게 상승하고 있다. 상승의 원인은 세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는 부동산과 주가 상승, 둘째는 소소한 친서민행보, 셋째. 중도적 이미지가 그것이다. 소소한 친서민행보로는 (보금자리 주택.소액금융지원.학자금대출.희망근로.청년인턴 내년도 연장 실시:10.2 라디오 연설) 등을 거론할 수 있다.
그러나 MB의 친서민 행보에 대한 여론의 지지는 냉정하다. 9.28~30 케이엠조사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정부의 친서민정책에 대해 '피부에 와 닿지 않는다'는 응답은 72.6%로 나타난 반면 '피부에 와 닿는다'는 응답은 17.8%에 그쳤다. 각종 여론조사를 종합하면 교육과 주거 문제에서 가장 불만이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MB의 지지율 상승은 민주당과 진보진영의 무기력과 잘못된 대응과도 연관되어 있다. 7.22 미디어법 강행 처리 이후 민주당의 장외투쟁은 별 성과없이 끝났고 국민여론이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민주당은 무조건 국회등원을 선언할 수밖에 없었다. 6.22 당대회에서 이명박 퇴진을 전면에 건 민주노동당은 그에 상응하는 별다른 대응없이 서민생계로 활동 중심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이 빈틈을 타고 서민생계라는 정세의 핵심 고리를 이명박이 선점하고 여기에 약간의 중도적 이미지를 가미하여 정세의 주도권을 잡은 것이다.
현재 정세는 대체로 10.28 재보선을 거쳐 2010년 6.2일 지방선거로 수렴될 것이다. 노무현.김대중 두 전직 대통령의 서거로 촉발되었던 반MB 정서는 서서히 가라 앉고 있다. 이에 따라 9.28 재보선과 10년 6.2 지방선거는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으로 발전해 가고 있다.
시사IN이 리얼미터에 의뢰한 여론조사(9.24~25)에 따르면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오세훈 48.9%, 한명숙 29.1%, 노회찬 12.5%로 나타났고, 경기도 지사에서는 김문수 55.5%, 김진표 24.3% 심상정 7.9%로 나타났다. 또한 내년 지방선거에서 후보자 선택 기준으로는 '지방경제 활성화 및 행정능력'이 36.9%, 후보자 도덕성 29.0% 순으로 나타난 반면, 야권이 주장하는 '정권 심판론'은 9.3%에 그쳤다(10.5 뷰스앤뉴스, 김동현)
노무현.김대중 전직 대통령의 서거라는 극적인(?) 상황이 사라진 조건에서 국민대중은 다시금 절실한 생활문제로 돌아갔고 여기에 오세훈.김문수 등 한나라당 후보의 개인 경쟁력이 결합되어 각종 선거가 만만치 않은 상황으로 발전하고 있다.
2. 경제지형
1) 세계경제
안전자산 선호경향에 따라 강세를 띄었던 달러가 미국의 재정적자 급증 등 펀더멘탈을 반영하여 약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경향은 시간이 갈수록 강화될 것이다. 각종 언론기관의 보도를 종합하면, 중국-중동-일본-GCC(사우디 등 걸프지역 산유국의 협의체) 등이 향후 석유 결제를 달러 대신 다국 통화바스켓으로 바꾸자는 비밀 회합이 있었다고 한다. 충격적인 사실이라 진위를 정확히 확인하기 어렵지만 이런 보도가 근거있는 현실로 받아들여질 만큼 미국주도의 경제 질서는 심각한 도전에 직면해 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적인 경기부양 규모로 각국이 지출한 액수가 2조달러이며 세계 주식시장의 시가총액 증가는 3.9 저점 대비 20조 1천억불 증가했다고 한다. 08년 10월 시작된 세계적인 경제위기는 각국의 금융안정화, 경기부양 조치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 들었다.
그러나 동유럽 국가파산에 의한 서유럽 금융기관의 불안, 미국의 프라임모기지 및 상업용 모기지 부실에 따른 위험 등 금융불안 가능성이 남아 있고, 소비.고용.생산 등 실물경제의 부진이 지속되고 있는 점에서 세계경제의 전망은 밝지 않다.
G-20에서 경기부양을 지속하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호주 정부가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인상하였다. 전 세계적인 경제위기를 수습하기 위해 지출했던 유동성이 인플레, 자산버블로 이동할 경우를 대비해 이른바 출구전략을 채택한 것인데 이럴 경우 세계경제는 다시금 W자형(더블 딥)이나 U자형(장기불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세계경제의 갈 길은 아직 멀고 험하다.
2) 한국경제
08년 10월 시작된 한국의 경제위기는 11~12월 제조업으로 확대되어 09년 1/4분기 최대의 위기를 맞았다. 특히 3월에는 또 한번의 금융위기가 터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3월에서 9월까지 한국경제는 OECD 국가 중에서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고 경기과열을 우려할 정도로 주식과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였다.
상황이 이렇게 된데는 다음의 세가지 요인이 결합되어 있었다. 첫째는 집중적으로 지출된 재정이다. 정부는 상반기에만 62.7%를 지출했고 30조에 가까운 초대형 추경을 편성했다. 이를 무기로 희망근로.행정인턴 등 고용, 건설.토목 등 SOC 분야에서 경기의 급냉을 막았다. 둘째는 외자유입니다. 자료에 따르면 09년 9월까지 외국인들은 주식 26조 8천억원, 채권 34조 매수을 매수하여 50조 수준의 외자가 유입되었다. 이에 따라 부동산 거품이 재연되었고, 주가는 1600~1700선까지 뛰었다. 셋째는 수출의 급증이다. 수출은 환율상승과 글로벌 대기업의 경쟁력에 기인한 것이다.
반면 정부의 재정여력이 점차 소진되고 있고, 수출에서 환율이 불리한 양상으로 돌아서고 있으며 유입된 외자가 다시금 유출될 수 있는 점에서 한국경제의 전망이 밝다고 볼 수 없다. 그리고 고용.설비투자 등 실물경제는 여전히 부진한 상황이다. IMF는 한국의 성장률이 OECD 국가 중 3위로 V자형 발전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세계경제 전망이 낙관적이지 않고 상반기 한국경제를 지지했던 요소들이 사라지면 한국경제는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 것이다.
MB 정부는 10.28 재보선에서 10년 6월 지방선거에 이르는 시기가 정국 주도권을 잡는데 결정적인 시기라고 판단할 것이다. 따라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경기부양을 시도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경제는 재정적자.자산버블이 심화되는 가운데 점차 수렁으로 빠져드는 양상이 예상된다.
3. 통일.외교안보
8월 4~8일 클린턴 방북 이후 한반도정세의 대변화가 시작되었다. ‘강석주-다이빙거’(9.19 방북), ‘다이빙거-스타인버그’(9월말 방중) 사이의 대화가 진행된 바 있다. 즉 중국을 사이에 두고 북미 사이의 대화가 진행된 것이다. 10월말 보스워즈 특사 방북 예정되어 있는 바 이 시점 즈음부터 NPT 평가회의가 예정된 5월까지가 향후 정세를 가름하는 중대한 분깃점이 될 것이다.
한편 하토야마 신임 일본 총리가 UN 총회연설에서 북일 평양선언을 기초로 국교 정상화를 지향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른바 ‘납치’문제를 계기로 사사건건 발목을 잡았던 일본이 북미 대화 진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낮아진 것이다.
남북관계는 난관이 예상된다. 북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김기남 특사조문단 방남 등으로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전향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이는 소극적인 차원에서 보면 북미대화를 발전시키기 위해서 남북관계 진전이 필요하고, 적극적인 차원에서 보면 ‘김대중-노무현’ 정부와는 다른 차원에서 남북관계를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시이다.
반면 이명박 정부는 동북아시아와 북의 태도와 달리 완고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명박 정부는 ‘원칙적인’(강경한) 입장을 견지하면 남북관계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이는 이명박 정부가 심각한 수준에서 정세를 오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보면 남북대화는 일정한 우여곡절을 겪으며 북미.북일 대화의 진전속도에 따라 정세를 후행하는 형태로 진행될 것이다.
4. 소결
이명박 정부 이후 현재까지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08년 취임 직후 강부자.고소영 등 이명박 정부의 때이른 곤욕(?)-08년 5월~7월 초까지의 반MB 촛불시위-08년 10월~09년 3월까지 경제위기, 촛불역량의 후퇴, 미디어법을 중심으로 제도권에서의 대치-09년 3월~9월 경기회복, 4.26 총선, 김대중.노무현 서거, 이명박 지지율 회복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09년 10월부터 2010년 6월초까지가 또 하나의 시기가 될 것이다. 이 시기를 좌우하는 정세는 첫째. 북미관계에서 극적인 돌파구 또는 예상을 불허하는 상황 전개 둘째. MB와 한나라당에 대한 반감이 지속되는 가운데 지방선거로 수렴 셋째. 경기과열과 서민경제 악화 또는 또 한번의 경제위기 등이다.
5. 진보진영의 진단과 과제
노동, 농민, 학생 등 전통적인 민중진영의 침체가 지속되고 있다. 노동운동은 아직도 바닥을 찍지 않는 상태로 보이고 학생운동은 오래 전에 바닥을 찍은 상태에서 올라오는 과정인데 속도가 너무 느리다.
10.28 재보선, 10년 6월 지자제 선거를 둘러 싼 민주진보진영의 대연합이 진행되고 있지만 정세의 요구에 걸맞는 수준에서 감동(?)을 주지 못하고 있다. 국민대중이 MB와 한나라당에 염증을 느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표출되지 않는 이유는 민주진보진영의 부진과도 관련이 있다.
범민주진보진영의 과제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MB 정부가 자산거품과 ‘삽질경제’를 지속.조장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재정적자.경제안정화(금리인상 등) 등을 쟁점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통일정세와 관련하여 이명박 정부의 ‘완고한’ 정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이 필요하다. 이상의 영역은 일종의 상층 이데올로기 전선이다.
둘째. 10년 지자체 선거에 대한 대응에서 대중의 역동성을 표출하기 위한 참신한 기획과 선거공조.정책연합에 대한 논의를 시급히 발전.심화시켜야 한다.
셋째. 민주노총과 각 산별연맹 등 민중진영의 대중역량을 잘 보전해야 한다. 최근 끝난 민주노총의 각급 선거가 정파간의 대결로 치러진 것은 여전히 노동운동이 정세를 낙관적으로(?) 보고 있음을 보여준다. 당연히 통합지도부를 통해 최대한 단결의 기운을 넓혀야 한다. 학생들이 MB 불신임운동을 이슈로 내걸고 있는 것도 비슷하다. 이명박 퇴진과 같은 공허한(?) 구호가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영향력은 없으면서 ‘서민생계’라는 핵심적인 의제를 이명박에게 넘기는 중대한 편향임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냉정히 말하면 민주노총.학생들이 반MB 투쟁의 선두에 있지도 않고 선언적.상징적 수준을 뛰어 넘는 의미있는 투쟁을 할 실력도 없다. 지금은 사활적으로 집행부와 해당 대중사이의 유대와 결속을 높이고 국민적 지지기반을 넓혀야 한다. 민주노총의 경우 어쩌면 살아남는 것 자체가 목표일 수 있다.
빠르면 10년 상반기에서 10년 하반기에 MB 정부의 정권 장악력이 퇴조하며 진보진영의 활동공간이 열릴 것이다. 이 때에도 좌경한 구호와 섣부른 거리 진출을 앞세우지 말고 민주개혁진영.네티즌 등과 연대하여 최대한 국민대중의 공감과 엄호를 등에 엎고 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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