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0~21 민주노동당은 부산에서 정책 당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에 따라 당 게시판에 박경순 새세상연구소 부소장(이하 존칭 생략)의 초안과 정성희 2010위원회 상임위원의 초안이 게재되어 있다. 필자는 이에 기초해 두 사람의 견해에 평가해 보고자 한다. 초안인 만큼 지엽적인 문제는 생략하고 큰 기조를 중심으로 평가해 보겠다.
박경순은 국내외 정세를 요약한 뒤 자주적 민주주의를 민주노동당의 기치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주적 민주주의’에 대해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등 사회의 모든 영역에서 ‘민족 자주’를 수호하는 것을 핵심적 목표로 내세우는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이며, 민중들의 자주적 권리보장을 가장 귀중히 여기는 민주주의 이데올로기이자, 민중들의 자주적 참여를 통해 민주주의를 확장시키려는 민중주체 민주주의 이념”라고 밝히고 이를 민주노동당이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자주적 민주주의는 다소 생소한 개념인 만큼 이에 대한 보다 풍부한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이어 2012년 총선.대선의 목표를 “친미보수정권의 재집권을 반드시 저지하고, 민주노동당의 수권정당화를 실현하는 것”으로 설정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도로 “민주노동당은 민주노동당과 한국진보연대 강화노선을 확고히 틀어쥐고, 이에 기초해서 반한나라 반 MB 대중정치투쟁전선을 공고하게 구축하고, 대중정치투쟁을 완강하게 조직해 나갈 것이다”라고 쓰고 있다. 또한 “민주노동당의 수권정당화의 구체적 징표는 원내교섭단체 확보”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전체적으로 요약하면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고 2012년 총선에서 민주노동당의 약진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민주노동당과 진보연대를 강조하면서 “민주노동당 강화보다 진보대연합을 앞세우며, 진보대연합만이 유일한 활로라고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의 운명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비주체적인 태도이며, 이러한 입장으로는 진보대연합을 절대로 이룩할 수 없고”
“노동자 당원이 앞장서 아래로부터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을 사수하고 관철하기 위한 주동적이며 공세적인 군중운동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이를 토대로 집단입당을 확대해 나가며”
“‘새세상연구소’를 중심으로 대안사회의 상과 구체적 모델을 마련하기 위한 사업을 2011년 이전까지 완료할 것이다”이라고 밝히고 있다.
2012년 총선.대선 목표를 한나라당의 집권 저지와 민주노동당의 약진으로 설정한 것은 타당하다고 본다. 그러나 지금은 위와 같은 일반적인 목표보다는 2007년 대선, 2008년 총선, 2009년 재보궐선거 등에서 나타난 민심의 동향과 각급 정당과 단체의 역량을 판단하여 보다 구체적인 안을 제출하고 이미 실천에 들어가야할 시점이다.
그것을 실현하기 위한 방도로 제시한 민주노동당, 진보연대 강화와 민주노총의 배타적지지방침을 사수하고 관철하겠다는 생각은 비현실적이고 위험해 보인다.
박경순의 입장은 민주노동당 강화에 기초한 진보대연합으로 보인다. 후술하겠지만 정성희의 입장은 진보대연합을 중심에 두고 민주노동당이 무엇을 할 것에 맞춰져 있다. 양자의 입장 차이는 울산 북구 선거와 이후 각종 선거에서 심각하고 첨예한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두 사람 모두 초안에서는 일반적인 수준에서 자신의 논지를 전개한 만큼 필자도 여기서 그치겠다.
진보연대 강화 입장은 비현실적이다. 민주노총이 진보연대에 가입하려는 노력이 여러 차례 실패한 것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민주노총의 배타적지지 방침을 사수하고 관철”하겠다는 입장은 대단히 위험한 주장이다. 만약 민주노동당이 그런 시도를 한다면 진보신당 또한 동일한 시도를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민주노총과 각급 산별, 단위 노조에 이르기까지 분열이 고착.확대될 것이다.
박경순의 글에는 6.20~21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에서 핵심적으로 제기해야할 ‘정책’이 담겨 있지 않다. 경제 위기가 심화되고, 4.29 재보선 이후 열리는 대회이니 만큼 민주노동당이 국민에게 무엇을 제기할 것인가는 정책당대회의 성과를 좌우하는 관건적인 문제이다. 그런데 정책당대회에 제출할 문서에 정책이 없다면 이 글은 무엇 때문에 쓴 글일까?
다음으로 정성희의 초안을 요약.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정세진단은 박경순과 유사하다.
박경순이 2010~12년 계획을 일반적인 차원에서 거론했다면 정성희는 “2012년 4월 이전에 대안정치세력으로서의 진보대연합 정당과 대안사회세력 총결집체로서의 진보대연합 전선체를 건설”하고 “2012년 4월 총선에서 최소 원내교섭 이상의 의석을 확보하며, 12월 대선에서 한나라당정권을 교체하고 자주적 민주정부 또는 자주적 민주연합정부를 수립”해야 한다고 구체적으로 지적하고 있다.
앞에서 밝혔듯이 이에 대한 토론은 이후 새로운 차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좋겠다.
박경순과 달리 정성희는 ‘국가고용책임제’와 ‘공적자금 투입 은행과 기업의 사회화’,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을 민주노동당이 들고 가야할 핵심정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는 진보진영이 대체로 합의할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나 사실 정책당대회라는 이름하에 대회를 개최한다면 이런 수준이 아니라 그것이 옳든 그르든, 적합하든 부적합하든 보다 구체적인 안이 제출되어야 한다. 가령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의 ‘기본소득제’, 새사연의 ‘전국민고용보험제’, ‘등록금 후불제’, ‘보호자 없는 병원’과 같이 보다 구체적이고 실물적이어야 한다.
이런 견지에서 보면 민주노동당은 너무 발이 느리다.
박경순이 전통적인 자주와 평등을 민주노동당의 핵심가치.이념으로 지적한 반면 정성희는 자주,평등과 함께 생태를 새롭게 민주노동당의 이념으로 제시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공장식축산업.신종인플루엔자 등 이전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가 현실의 문제로 부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생태를 핵심가치로 확대하는 것은 정당해 보인다.
정성희도 박경순과 같이 자주민주주의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내용도 박경순과 유사하다.
정당이 성장.집권하는 과정은 자신이 지향하는 기치를 명확히 하고 대중을 교양.설득하며 여타 정치세력과 연대연합을 통해 가능하다. 이 중 가장 중요한 것은 민주노동당이 도대체 무엇을 하기 위한 조직인가하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열정적인 학습 기풍과 치열한 논쟁을 통해 가능하다. 이번 정책당대회가 민주노동당이 한 차원 높게 발전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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