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2일 토요일

북핵.노 대통령 선거

현 정세와 과제(5.28)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서거, 북의 전격적인 핵실험에 따라 정세가 요동치고 있다. 이에 현 정세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진보진영의 과제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이 글을 쓴다.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면서 새세대네트워크 non.or.kr와 다양한 공간에서 토론된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

 

1. 정세

1) 2차 북핵 실험

2차 북핵 실험은 이미 예고되어 있던 것이다. 단 그것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핵 실험의 목적은 분명해 보인다. 지금까지의 회담이 “6자회담에 기초해 북핵 폐기”를 최종 목표로 하는 양상이었다면 향후에는 “북미 양자협상에 기초해 핵군축(북의 핵과 미국의 핵을 동시에 의제로 하는)” 회담으로 이동하자는 것이다.

향후 전망은 ‘미국의 적당한 수준의 공세-북미 협상-최종 담판’의 형태로 귀결될 것이다. 쟁점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점이다.

첫째. 북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하는 점이다.

북의 의도가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한 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근본적인 질서 재편이 마무리되면 핵을 포기할 것인가 아니면 핵 보유 그 자체가 목적인가하는 점이다. 북의 최종 목표가 무엇이든지 향후 2~3년 안에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질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격랑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둘째. 북의 내정과의 관계이다.

북의 공세가 2012년 강성대국 선포라는 시간표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문제는 7차 당대회, 후계구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상태 등과 현재의 공세가 어떤 관련이 있는가하는 점이다. 필자는 이를 분석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단 최근의 북의 행동이 이전과는 달리 북의 내정 문제와 깊게 결합되어 있고, 그 방향은 북미 협상의 속도와 강도를 증폭시키는 뱡향에서 전개되고 있는 점이다.

북미 정세가 심각한 양상을 띄고 있지만 대체로 예상가능한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면 예측을 불허하는 문제는 남북관계이다.

5.26 이명박 정부는 PSI 참여를 전격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의 PSI 참여도 예상가능한 하나의 시나리오지만 북의 다음 행동에 빌미를 줄 수 있고 북의 공세를 제어할 수단이 없는 점에서 고육지책의 성격이 강하다. 아마도 북의 공세는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수준까지 강도높게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북미가 적당한 수준의 긴장 후 협상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이명박 정부는 심각한 딜레마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맞물려 민주당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다. 국민대중의 정서는 경향적으로 대북 감정이 악화되면서도 관망 또는 양비론적인 시각을 띌 것이다. 정세의 발전속도가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민간진영.국민대중의 정서가 개입될 여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정치지형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또한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4.29 재보선에서 나타난 뿌리 깊은 반MB 정서의 연장선하에 있다. 즉 ‘08년 촛불시위-이명박 정부의 강권통치와 촛불의 후퇴-합법적인 선거를 통한 반격’이라는 테두리를 넘지 않고 있다. 단 그것이 전임 대통령의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와 결합되어 극적인 형태로 표출되고 있다.

5.29 영결식이 끝나면 양상은 두가지 형태로 분화될 것이다. 하나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의 대여 공세 다른 하나는 대중의 거리 진출이다.

5.25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지지율에서 한나라당이 21.5%인 반면 민주당은 20.8%(4월 13.0%에서 7.8% 상승)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의 핵심은 ‘식물정당’처럼 존재감이 없던 민주당의 지지율이 의미있게 상승한 점이다. 이는 반이명박 정서가 민주당.민주노동당으로 이동하지 않고 부동층으로 남아 있던 상황이 부분적으로 파열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향후 있을 큰 선거를 계기로 보다 명료하게 드러날 것이다.

영결식 이후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여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엎은 민주당의 공세와 수세에 몰린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방어하는 형태의 정국이 예상된다.

대중의 거리 진출은 ‘심리적 위축-합법 공간(선거)을 통한 반대’에서 심리적 위축의 강도가 약화되고 합법공간에서 반합법 공간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겠지만 여전히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의 대대적이고 역동적인 거리 진출을 하는 수준은 아닐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에 따른 대대적인 추모 열기에는 ‘감성적인 요소’가 많이 결합되어 있고 정치적 기조가 명료하지 않다. (이를테면 위 여론조사에서 ‘봉하마을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특정인의 조문을 불허하는 것’에 대해 77.4%가 누구에게나 조문을 허용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사퇴와 같은 일종의 ‘꼬리 자르기’와 강경책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전자 수준으로는 국민대중의 민심을 돌려 세우기에는 역부족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27일 서울광장 추모대회를 불허한 것이 단적인 예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진로는 점차 불투명한 상황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전체적으로 요약하면 첫째. 반 MB 정서가 깊고 폭넓게 확산되지만 정부가 이를 돌파할 마땅한 수단을 찾지 못하고 둘째. 반한나라당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일부가 민주당 지지로 선회하는 양상이 나타나고 있고 셋째. 그럼에도 여전히 반MB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민 대중 다수가 무당파층으로 남아 있는 양상을 띄게 될 것이다.(향후 정국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이명박 정부의 지지기반이 약화되면서 나타나게 될 범여권 또는 범보수진영의 행보일 것이다)

상황을 위와 같이 정리하면 정치권의 대치가 날카로워지고 거리에서의 갈등이 예민해지는 가운데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5월 지방선거로 수렴되는 양상을 띄게 될 것이다.

3) 경제정세

2008년 4/4분기 외자의 이탈과 수출의 급격한 침하로 나타났던 경제위기는 3월 초를 계기로 일단 수습국면에 접어 들었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자 회귀가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유동성공급과 재정지출, 금리인하로 금융시장도 소강국면이다. 수출.소비심리.제조업 생산 등도 침하 속도가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09년 1/4분기의 호전이 정부의 재정지출(건설투자 5.3% 성장), 환율 효과에 의한 수출 증가, 투기적 성격을 갖고 있는 외자의 회귀, 주식과 강남 부동산 등 부분적인 과열 조짐 등과 연관되어 있는 반면 여전히 고용.설비투자 등이 극히 부진하고 하반기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

특기할만 점은 경제위기의 여파가 20.30대 청년층, 자영업자, 고령자 등 사회적 취약층에 집중되어 경제위기에 따른 고통분담도 양극화되고 있는 점이다. 향후 경제상황은 현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된다고 하더라도 U자형 또는 L자형 장기불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서민 생계는 경향적으로 악화될 것이다. 결국 사회적 안정망의 확충, 고용 증진, 내수 중시, 빈부격차 해소 등 구조적인 해결이 없이는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경제상황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은 미미해 보인다. 전반적으로는 심리적 위축과 기득권 위주의 경제정책이 상황을 주도하는 가운데 용산.화물연대.쌍용자동차.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 등 산발적인 투쟁이 단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2. 과제

1) 주체역량 평가

민주노동당의 치명적인 약점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대중적 지반이 취약하고 민주노동당의 노선과 감수성이 수도권 청년층과 괴리되어 있으며, 전국적 지명도를 갖는 대중정치인이 부재한 점이다. 이는 영호남의 제조업 노동자, 호남의 농민에 기반한 작은 규모의 선거에서는 나름대로 선전하지만 2010년 서울.경기 선거, 2012년 대선 등 전체 정치지형을 판가름할 큰 선거에서는 고전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내에 울산북구의 단일화가 ‘원칙없는 타협’(이런 평가의 논리적 귀결은 10월 재보선, 09년 5월 지방선거에서의 독자성 강화인데 서울.경기에 국한해 본다면 이런 류의 전술은 거의 자멸의 길이다)이라거나 진보연대 강화.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의 고수 등 비상식적인(?) 발상(노선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아예 실현 불가능하지 않은가?)이 돌출하고 있는 점은 우려할만한 사태이다.

민주노동당의 상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6.20~21 정책당대회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태도이다. 지금까지 제출된 문서(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와 관련 통일뉴스에 기고한 필자의 글 또는 레디안 참조)는 80년대 중후반의 관념적인 언술을 되풀이하거나 선언적인 수준의 정책을 나열하는 정도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민주노동당 전체가 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위 문건도 문제지만 이 문건을 읽어 본 사람이 드물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이상을 종합하면 민주노동당은 영호남의 국지 선거에서 부분적으로 선전하지만 수도권에서는 대중과 유리된 거리투쟁을 지속하고 국민대중을 설득할 전망을 갖지 못한 소수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 과제

진보진영의 핵심적인 과제는 정책과 노선, 문화와 감수성에서 08년 촛불, 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된 대중의 분출 등 국민대중 특히 수도권 개혁적 청장년층과 호흡을 같이 하는 것이다.

특히 고용.교육.주거 등 사회경제적인 영역, 외환.금융 등 국민경제의 안정성과 관련된 분야, 평화와 통일 등 몇가지 부문에서 진보적인 정책을 함축적으로 정리하고 2010~12년을 목표로 일관되고 끈질기게 전파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연대와 연합을 잘 하는 것이다. 일단 한나라당 내부의 변화를 무시하고 정치지형을 조망해 보면 다음의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민주당이 우파 성향의 후보를 내세우면 진보개혁 진영을 망라하는 단일후보를 통해 3파 구도를 만들고, 민주당내 좌파적 성향을 갖는 후보가 출현한다면 진보진영의 단합된 힘에 기초하여 연합 후보를 세워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핵심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시민민중진영+촛불 민심’이 결합된 단일후보여야 하고 정치적 포지션은 수도권 청장년층에 기반한 중도 좌파 성향이어야 한다.

진보진영이 분열되는 것은 논란의 가치조차 없는 망국의 길이다. 국민대중은 4.29 재보선(특히 인천), 5.25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 결과처럼 민주당이라는 차악의 선택을 통해 한나라당을 심판하거나 투표 자체를 거부하게 될 것이다.(이런 차원에서 보면 울산북구의 단일화가 원칙없는 단일화였다는 평가는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단일화가 늦어져 노동자계급투표.종북주의 논란에 대한 사과와 같은 원칙적인 내용이 유실된 것이 문제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역설적으로 진보운동의 단합과 발전보다는 민주노동당 후보의 당선에 목표를 집중한 데 원인이 있다)

끝으로 대학 등록금 후불제, 1인가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국민고용보험제와 같이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이며 대중적인 지지가 높은 몇가지 주제를 선택하여 큰 규모의 대중운동을 끈기있게 준비해야 한다.

 

3) 약간의 첨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결합된 국민적 추모열기는 참으로 놀랍다.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1년여를 겪으며...식을 줄 모르는 ‘추모의 염’에는 반성적 회고와 성찰이 담겼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풍은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고통과 좌절이 투영된 현상이기도 하다”(한겨레신문 5.28자)라는 평가는 음미해 볼 가치가 있다.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의 시대, 거친 광야에 홀로 남겨진 사람처럼 한사람 한사람 가슴속에 깊이 내장된 ‘고통과 좌절’의 기억들이 어떤 계기(태안반도 기름유출, 촛불시위, 김수환 추기경 선종 등이 비슷한 사례가 아닐까?)마다 거대한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 거대한 물결과 우리가 제대로 호흡하고 있는가하는 점이다.

다음으로 현 경제상황을 고려하면 불행히도 중서민 대중의 고통은 시간이 갈수록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 현재의 국면이 ‘반성적 회고와 성찰, 고통과 좌절+반이명박, 반한나라당, 민주당지지 강화’로 나타나고 있다면 진보진영의 역할은 여기에 중서민 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집약할 정치적 내용을 결합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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