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9 노무현 대통령의 영결식이 끝나고 향후 민심이 어떤 방향으로 흐를지 예측을 불허하는 상황이다. 또한 4.5 북의 미사일 발사.5.25 2차 핵실험을 계기로 시작된 한반도 정세의 급변도 점차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이에 현 정세를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진보진영의 과제를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하여 이 글을 쓴다.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면서 새세대네트워크 non.or.kr와 다양한 공간에서 토론된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 진보진영의 발전을 위해 적극적인 논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에 여타 필자의 견해에 대한 비판도 함께 진행하도록 하겠다.
1. 정세
1) 2차 북핵 실험
2차 북핵 실험은 이미 예고되어 있던 것이다. 단 그것이 예상보다 빨리 진행된 점이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핵 실험의 목적은 분명하다. 지금까지의 회담이 “6자회담에 기초해 북핵 폐기”를 최종 목표로 하는 양상이었다면 향후에는 “북미 양자협상에 기초해 핵군축(북의 핵과 미국의 핵을 동시에 의제로 하는)” 회담으로 이동하자는 것이다.(이에 대해서는 ‘민중의소리’에 기고한 장창준의 글 참조)
향후 전망은 ‘미국의 적당한 수준의 공세-북미 협상-최종 담판’의 형태로 귀결될 것이다. 쟁점이 있다면 다음과 같은 점이다.
첫째. 북의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하는 점이다.
북의 의도가 핵보유국 지위를 확보한 뒤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근본적인 질서 재편이 마무리되면 핵을 포기하는 것인가? 아니면 핵 보유 그 자체가 목적인가하는 점이다. 북의 최종 목표가 무엇이든지 향후 2~3년 안에 한반도와 동북아시아 질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대격랑속으로 빠져들 것이다. (중러가 심각하게 반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둘째. 북의 내정과의 관계이다.
북의 공세가 2012년 강성대국 선포라는 시간표에 맞춰 진행되고 있는 점은 분명하다. 문제는 7차 당대회, 후계구도,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상태 등과 현재의 공세가 어떤 관련이 있는가하는 점이다. 필자는 이를 분석할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 단 최근의 북의 행동이 이전과 달리 북의 내정 문제와 깊게 결합되어 있고, 그 방향은 북미 협상의 속도와 강도를 증폭시키는 뱡향에서 전개되고 있는 점이다.
북미 정세가 심각한 양상을 띄고 있지만 대체로 예상가능한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다면 예측을 불허하는 문제는 남북관계이다.
5.26 이명박 정부는 PSI 참여를 전격 선언했다. 이명박 정부의 PSI 참여도 예상가능한 것이지만 북의 다음 행동에 빌미를 줄 수 있고 북의 공세를 제어할 수단이 없는 점에서 위험한(?) 고육지책이다. 아마도 북의 공세는 이명박 정부의 정체성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수준까지 강도높게 지속될 것이다.
북미가 적당한 수준의 긴장 후 협상국면으로 접어든다면 이명박 정부는 심각한 딜레마에 처할 가능성이 높다. 한편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맞물려 민주당의 입지가 강화될 것이다. 국민대중의 정서는 경향적으로 대북 감정이 악화되면서도 관망 또는 양비론적인 시각을 띌 것이다. 정세의 발전속도가 상식을 초월하는 수준에서 진행되고 있는 만큼 민간진영.국민대중의 정서가 개입될 여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2) 노무현 대통령 서거와 정치지형
먼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폭발적인 대중적 분노의 실체를 정확히 할 필요가 있다.
한겨레신문에서는 “이명박 대통령 집권 이후 1년여를 겪으며...식을 줄 모르는 ‘추모의 염’에는 반성적 회고와 성찰이 담겼다”,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추모 열풍은 현실을 살아가는 ‘보통사람들’의 고통과 좌절이 투영된 현상이기도 하다”(5.28자)라고 평가하고 있다.
03~06년 미국의 부동산 버블을 최종 수요로 하는 전 세계적인 거품 국면에서 한국은 수출의 급성장, 이에 따른 펀드.부동산 열풍이 대도시 중서민층을 압도했고 이 연장선하에서 그에 가장 적합한 인물인 이명박 후보가 당선되었다.
08년 이후 경제위기가 본격화되고 이명박 후보의 강권통치가 지속되면서 대도시 중서민 대중은 두 갈래에서 심각한 좌절감을 느끼고 있다. 하나는 재테크와 무한경쟁으로 치닫는 자기 자신과 우리 사회가 과연 올바른 것인가? 다른 하나는 소통하고자 하는 국민대중을 다시금 공권력을 동원해 가로막고 나서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분노이다.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의 시대, 거친 광야에 홀로 남겨진 사람처럼 한사람 한사람 가슴속에 깊이 내장된 ‘고통과 좌절’의 기억들이 어떤 계기마다 거대한 강물이 되어 흐르고 있는 것이다. 유사한 현상이 태안반도 기름유출 사건에서 보여준 봉사 물결, 김수환 추기경 선종에 대한 국민적 추모열기 등이다.
이명박 정부에 대한 다양하고 중층적인 갈래의 반감, 서민적이고 소탈했던 한 인물에 대한 동정, 10년만에 권력을 되찾은 보수주류의 난폭한 역류에 대한 분노가 대통령까지 지낸 한 인물의 비극적인 ‘죽음’ 앞에서 극적으로 분출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애도 열기가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에서 진행되었지만 여러 갈래의 복잡한 감정들을 하나로 묶어 주었던 ‘추모’라는 계기(5.29 영결식)가 사라지면 반이명박이라는 명료한 정치적 대오만 남을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의 강도는 4.29 재보선에서 나타난 반MB 정서의 연장선하에 있다. 즉 ‘08년 촛불시위-이명박 정부의 강권통치와 촛불의 후퇴-합법적인 선거를 통한 반격’이라는 테두리안에 있었다. 단 그것이 전임 대통령의 ‘사망’이라는 충격적인 결과와 결합되어 나타난 만큼 깊고 강한 분노로 응축될 것이다. (이렇게 보면 노무현 대통령의 서거에 대한 추모 열기를 폄하하는 일련의 평가는 국민대중의 가슴속에 깊이 내장된 좌절과 분노를 헤아리지 못하는 단견(민주노동당 게시판에 이런 류의 글이 많이 있다)이고, 이를 박종태 열사의 죽음과 동일시하며 과장했던 일부의 평가(민중의소리에 기고한 박경순의 글 참조)도 지나친 것이다)
5.29 영결식이 끝나면 양상은 두가지 형태로 분화될 것이다. 하나는 민주당을 중심으로 한 야당의 대여 공세 다른 하나는 대중의 거리 진출이다.
5.25 한국사회여론연구소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당지지율에서 한나라당이 21.5%인 반면 민주당은 20.8%(4월 13.0%에서 7.8% 상승)로 나타났다. 이 여론조사의 핵심은 ‘식물정당’처럼 존재감이 없던 민주당의 지지율이 의미있게 상승한 점이다. 이는 반이명박 정서가 민주당.민주노동당으로 이동하지 않고 부동층으로 남아 있던 상황이 부분적으로 파열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향후 있을 큰 선거를 계기로 보다 명료하게 드러날 것이다.
영결식 이후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에 대한 대여 공세를 강화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여론의 지지를 등에 엎은 민주당의 공세와 수세에 몰린 이명박 정부와 여당이 방어하는 형태의 정국이 예상된다.
대중의 거리 진출은 ‘심리적 위축-합법 공간(선거)을 통한 반대’에서 심리적 위축의 강도가 약화되고 합법공간에서 반합법 공간으로 이동하려는 경향이 강화되겠지만 여전히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정도의 대대적이고 역동적인 거리 진출 수준은 아닐 것이다.(대중은 그렇게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진보진영은 한탕주의식 발상을 버리고 대중의 마음을 깊이 헤아리고 끈질기게 대중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해야 한다)
이명박 정부의 경우 법무부 장관.검찰총장 사퇴와 같은 일종의 ‘꼬리 자르기’와 강경책을 병행할 가능성이 크다. 전자 수준으로는 국민대중의 민심을 돌려 세우기에는 역부족이고 후자의 경우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27일 서울광장 추모대회 불허, 5.30 새벽 추모장소에 대한 침탈 등이 단적인 예이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진로는 점차 불투명한 상황속으로 빠져 들고 있다.
전체적으로 요약하면 첫째. 반 MB 정서가 깊고 폭넓게 확산되지만 정부가 이를 돌파할 마땅한 수단을 찾지 못하고 둘째. 반한나라당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 일부가 민주당 지지로 선회하고 셋째. 그럼에도 여전히 반MB 입장을 취하고 있는 국민 대중 다수가 무당파층으로 남아 있는 양상을 띄게 될 것이다.
상황을 위와 같이 정리하면 정치권의 대치가 날카로워지고 거리에서의 갈등이 예민해지는 가운데 10월 재보궐선거와 내년 5월 지방선거로 수렴되는 양상을 띄게 될 것이다.
3) 경제정세
2008년 4/4분기 외자의 이탈과 수출의 급격한 침하로 나타났던 경제위기는 3월 초를 계기로 일단 수습국면에 접어 들었다. 경상수지 흑자와 외자 회귀가 외환시장을 안정화시키고 유동성공급과 재정지출, 금리인하로 금융시장도 소강국면이다. 수출.소비심리.제조업 생산 등도 침하 속도가 약화되고 있다.
그러나 09년 1/4분기의 호전이 정부의 재정지출(건설투자 5.3% 성장), 환율 효과에 의한 수출 증가, 투기적 성격을 갖고 있는 외자의 회귀, 주식과 강남 부동산 등 자산시장의 부분적인 과열 등과 연관되어 있는 반면 여전히 고용.설비투자 등이 극히 부진하고 하반기 구조조정이 기다리고 있는 점을 고려하면 갈 길이 멀다.
특기할만 점은 경제위기의 여파가 20.30대 청년층, 자영업자, 고령자 등 사회적 취약층에 집중되어 경제위기에 따른 고통분담도 양극화되고 있는 점이다. 향후 경제상황은 현 수준에서 안정적으로 관리된다고 하더라도 U자형 또는 L자형 장기불황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서민 생계는 경향적으로 악화될 것이다. 결국 사회적 안정망의 확충, 고용 증진, 내수 중시, 빈부격차 해소 등 구조적인 해결이 없이는 상황을 타개하기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반면 경제상황의 악화에도 불구하고 이를 개선하려는 조직적인 움직임은 미미해 보인다. 전반적으로 심리적 위축과 기득권 위주의 경제정책이 상황을 주도하는 가운데 용산.화물연대.쌍용자동차.대학생들의 등록금 투쟁 등 산발적인 투쟁이 단발적으로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이 점이 사회경제적 투쟁이 활발한 유럽과의 차이이다. 한국에서의 반정부 투쟁은 주로 부정선거.공권력에 의한 타살과 같은 정치적 계기를 통해 분출되었지 사회경제적 의제를 고리로 한 투쟁의 경험이 많지 않다)
2. 과제
1) 주체역량 평가
민주노동당의 치명적인 약점은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대중적 지반이 취약하고 민주노동당의 노선과 감수성이 수도권 청년층과 괴리되어 있으며, 전국적 지명도를 갖는 대중정치인이 부재한 점이다. 이는 영호남의 제조업 노동자, 호남의 농민에 기반한 작은 규모의 선거에서는 나름대로 선전하지만 2010년 서울.경기 선거, 2012년 대선 등 전체 정치지형을 판가름할 큰 선거에서는 고전할 것임을 시사한다.(일부에서는 4.29 재보선에서 호남의 선전을 근거로 이 흐름이 수도권으로 북상할 것으로 보기도 하지만 이는 ‘수도권-지역’으로 양분된 한국사회 현실을 간과한 판단이다)
이런 가운데 민주노동당내에 울산북구의 단일화가 ‘원칙없는 타협’(이런 평가의 논리적 귀결은 10월 재보선, 10년 5월 지방선거에서의 독자성 강화인데 서울.경기에 국한해 본다면 이런 류의 전술은 거의 자멸의 길이다)이라거나 진보연대 강화.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방침의 고수 등 비상식적인(?) 발상(노선의 타당성 여부를 떠나 아예 실현 불가능하다. 민주노총의 진보연대 가입은 불가능했다. 그런데도 09년 초반까지도 이런 무모한 시도가 계속된 이유가 무엇일까? 정작 민주노총은 양당의 통합을 주장하고 있는데:개인적으로는 무리한 시도라고 본다. 민주노총의 배타적 지지를 고수.강화하자는 주장을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이 돌출하고 있는 점은 우려할만한 사태이다.
민주노동당의 상태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은 6.20~21 정책당대회에 대한 민주노동당의 태도이다. 지금까지 제출된 문서(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와 관련 통일뉴스에 기고한 필자의 글 또는 레디안 참조)는 80년대 중후반의 관념적인 언술을 되풀이하고 있다. 터놓고 말하면 어느 때 사용해도 될 법한 그래서 시공을 초월하여 적용될 수 있는 거의 난수표에 가까운 글이다. 더욱 심각한 것은 민주노동당 전체가 정책에 대한 관심도가 현저히 떨어지고 있는 점이다. 위 문건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민주노동당 당원 대부분이 이런 문건들을 읽어 보지도 않는 점이다. (그러면서 정책정당을 지향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이상을 종합하면 민주노동당은 영호남의 국지 선거에서 부분적으로 선전하지만 수도권에서는 대중과 유리된 거리투쟁을 지속하고 국민대중을 설득할 전망을 갖지 못한 소수 정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2) 과제
진보진영의 핵심적인 과제는 정책과 노선, 문화와 감수성에서 08년 촛불, 09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된 대중의 분출 등 국민대중 특히 수도권 개혁적 청장년층과 호흡을 같이 하는 것이다.
특히 고용.교육.주거 등 사회경제적인 영역, 외환.금융 등 국민경제의 안정성과 관련된 분야, 평화와 통일 등 몇가지 부문에서 진보적인 정책을 함축적으로 정리하고 2010~12년을 목표로 일관되고 끈질기게 선전.전파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연대와 연합을 잘 하는 것이다. 일단 한나라당 내부의 변화를 무시하고 정치지형을 조망해 보면 다음의 두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민주당이 우파 성향의 후보를 내세우면 진보개혁 진영을 망라하는 단일후보를 통해 3파 구도를 만들고, 민주당내 좌파적 성향을 갖는 후보가 출현한다면 진보진영의 단합된 힘에 기초하여 연합 후보를 세워 한나라당과 1: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핵심은 ‘민주노동당+진보신당+시민민중진영+촛불 민심’이 결합된 단일후보여야 하고 정치적 포지션은 수도권 청장년층에 기반한 중도 좌파 성향이어야 한다.
2010~2012년 진보진영의 최소 목표는 ‘현대적, 대중적, 진보적,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진보정당(이를 위해서는 민주노동당을 기본으로 할 수도 있고 양당 통합을 통해 실현할 수도 있고 아니면 시민민중진영까지를 포함한 제 3지대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을 만드는 것이고 최대 목표는 민주당의 ‘좌파’와 함께 연립정권을 세우는 것이다.
진보진영이 분열되는 것은 논란의 가치조차 없는 망국의 길이다. 국민대중은 4.29 재보선 5.25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여론조사 결과처럼 민주당이라는 차악의 선택(인천선거에서 대중은 한미FTA를 추진했던 홍영표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형태로 반한나라당 정서를 표출했다. )을 통해 한나라당을 심판하거나 투표 자체를 거부하게 될 것이다.(2010~12년의 일련의 선거에서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4.29 재보선의 울산북구와 동일한 상황에 직면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울산북구의 단일화가 원칙없는 단일화였다는 평가는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단일화가 늦어져 노동자계급투표.종북주의 논란에 대한 사과와 같은 원칙적인 내용이 유실된 것이 문제이다. 이렇게 된 이유는 원칙없는 단일화가 문제였던 것이 아니라 진보운동의 단합과 발전보다는 민주노동당 후보의 당선에 목표를 집중한 데 원인이 있다)
끝으로 대학 등록금 후불제, 1인가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국민고용보험제와 같이 실현가능하고 합리적이며 대중적인 지지가 높은 몇가지 주제를 선택하여 큰 규모의 대중운동을 끈기있게 준비해야 한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