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6.20~21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에서 결의된 ‘이명박 퇴진론’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필자의 문제의식를 보강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대기업의 현황과 실천적 함의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1. 80년 이후 대기업의 성장 과정(이와 관련한 보다 자세한 분석은 non.or.kr에서 같은 제목의 글을 참조하기 바람)
80년 이후 민간주도 경제성장이 본격화되면서 대기업이 본격 성장하기 시작했다. 민간 대기업의 성장은 크게 80년대 초반, 86~89년 3저호황, 90년대, 2000년대 초반 그리고 현재로 나눌 수 있다.
80년대 초반은 정부가 중심이 되어 70년대에 단행된 과잉중복투자를 정리하는 시기로 볼 수 있다. 의미있는 기술적 성과로는 83년 12월 삼성전자가 미국.일본에 이어 64kd램을 개발한 점, 86년 3월 통신분야에서 TDX(전전화교환기)를 세계 10번째로 개발한 점을 들 수 있다.
86~89년 3저호황으로 민간대자본이 독자적인 자본을 확보한 시기이다. 70년대 중화학공업은 정부주도하의 적자 출혈수출이었다면 이 시기는 엔고로 가격경쟁력이 강화되어 상당한 규모의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는 90년대 중화학공업 투자로 이어졌다.
“삼성전자는 88~91년 사이 도시바의 2.3배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 결과 93년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1위로 부상했고, 94년 세계 최초로 256md램을 개발한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는 95년 2조 5천억의 이익을 냈고 이 이익은 다시 TFT-LCD 투자로 이어져 TFT-LCD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는 성과로 이어진다.
이동통신 분야에서 94년 애니콜이 개발되고 96년에는 CDMA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된다. 이는 “89년부터 7년간 996억원의 연구개발비와 1000여 명의 연구원을 투입했던 과감한 선행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 외 자동차, 조선분야 등에서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세계적인 경쟁에서 두각을 나타낸다.
한국의 민간 대기업이 극적으로 도약한 시기는 IMF 이후 2000년대 이후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아날로그→디지털’로 이전하는 시대적 흐름을 파악하고 불황기에도 과감한 투자를 단행하여 전통의 전자강국을 일본을 밀어냈고, 조선산업에서도 ‘대형화.다양화’라는 시대적 추이를 파악하여 명실상부한 조선강국으로 부상한다. 이 시기가 되면 한국의 몇몇 대기업은 글로벌 대기업으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08년 경제위기 상황에서 한국의 몇몇 글로벌 대기업이 두드러진 성과를 내고 있다. 전 세계적인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선전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높여 가고 있는 것이다.
올 상반기 현대.기아차는 미국 자동차 시장 점유율을 7% 늘렸고, 지난 5월까지 TV 시장에서 일본 3개사의 시장점유율이 4% 감소한 반면 삼성.엘지는 1% 상승했다. LCD 패널의 경우 처음으로 50%를 상회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코트라는 올해 상반기 최대 규모인 미국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점유율이 지난해 상반기보다 8% 가량 높아진 반면, 일본은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했다”(한겨레신문 7.20자에서)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의 글로벌 대기업은 이번 경제위기를 기점으로 한 단계 도약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고 그것이 성공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2. 실천적 함의
그렇다면 위 사실이 갖는 실천적 의미는 무엇일까?
08년 11~12월 급락했던 경기가 09년 상반기 완만해진 것은 글로벌 대기업의 수출과 재정지출 때문이다. 물론 수출이 감소하고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하여 생긴 불황형 흑자지만 상반기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선 것은 한국 경제의 급락을 막은 중요한 요소였다.
또한 민간소비.설비투자 등이 극도로 위축된 조건에서 고용과 건설투자에서 더 이상의 상황 악화를 막은 것은 재정의 조기 집행이다. 건설투자의 경우 09년 1/4분기 전년동기대비 1.7%(전기 대비 5.3%) 성장하여 GDP 성장률을 전기 대비 플러스(0.1%)로 돌려 세운 일등 공신이었다. 고용의 경우 사업개인공공서비스에서 42.0만명, 20대에서 감소폭이 줄고(-5.2만명), 50대에서 고용이 는 것(16.9만명)은 행정인턴.공공근로와 같은 재정의 조기 집행으로 경기 급락을 막는데 도움(물론 단기 임시직이지만)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상반기 무리한 감세와 재정지출로 더 이상의 재정지출이 어려운 조건에서 정부가 할 수 있는 방법은 글로벌 대기업의 투자와 고용확대일 것이다. 필자는 글로벌 대기업이 경제위기가 정치적 위기로 발전하지 않는 선에서 정부의 요청을 받아들일 것으로 본다.
전체적으로 말하면 정부재정과 글로벌 대기업이 갖고 있는 경제력으로 상황의 급속한 악화를 제한적이나마 방어.관리할 능력이 있음을 의미한다.
한편 이런 상황에서 국민대중의 정서는 어떻게 변화했을까?
대한상공회의소와 현대경제연구원이 조사(6.12~19, 전화 면접)한 바에 따르면 기업호감도가 50.2로 나타났는데 이는 2003년 하반기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결과가 높았던 2006년 하반기와 동일한 기록이다. 특히 ‘국제경쟁력’(74.9), 생산성.기술 향상(65.0) 등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있고, 기업호감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던 30대(46.2에서 49.0), 40대(46.4에서 49.1), 불루칼러(43.2에서 45.5) 등에서 상승폭이 두드러졌다. ‘향후 우리 경제에 가장 많은 공헌을 하게 되는 주체는 기업이다’라는 의견에 80.3%가 긍정적으로 답하고 있다.
위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국민대중이 2000년대 이후 글로벌 대기업이 성장하는 과정과 최근의 시장 점유율 확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08년 하반기 48.1에서 09년 상반기 50.2)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 결
위와 같은 사실이 보여주는 실천적 교훈은 무엇일까?
첫째. 정부와 글로벌 대기업이 경제상황을 나름대로 관리할 능력을 갖추고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만약 09년 상반기 집중적인 재정지출과 글로벌 대기업의 善戰이 없었다면 상황은 보다 심각했을 것이다. 한국의 관료집단과 글로벌 대기업을 ‘우습게 보는’ 자민통 진영 일부의 시각은 시급히 극복되어야 한다.
둘째. 객관적인 데이터, 민심의 변화에 대한 면밀한 분석없이 근거없는 믿음(진보진영이 투쟁에 나서면 민중은 따라 올 것이다 등)에 기초한 운동 풍토를 청산해야 한다. 진보진영에서 과학이 사라지고 있는 모습은 매우 위험한 수준이다.
셋째. 현재 상당수의 국민대중은 삼성전자.현대자동차가 보여주는 세계적 수준의 경쟁력에 깊이 포섭되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형성된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여기에 편승하려는 어설픈 시도대신 중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진보진영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인 관점을 가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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