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22일 토요일

글로벌 대기업의 성장과 실천적 함의

글로벌 대기업의 현황과 실천적 함의(7.13, 초안, 민 경우, 새세대네트워크 기획위원)

 

필자는 6.20~21 민주노동당 정책당대회에서 결의된 ‘이명박 퇴진론’의 문제점을 지적한 바 있다. 필자의 문제의식 중에서 중요하게 차지했던 부분은 글로벌 대기업의 현황이다. 아래에서는 앞선 글을 보강하는 차원에서 글로벌 대기업의 현황에 대해 말해 보고자 한다. 특히 현 경제위기 상황에서 글로벌 대기업의 향후 전망은 이후 정세를 예견하는데 중요한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분석의 대상은 반도체, 핸드폰, 디스플레이, 자동차, 조선 산업이다. 필자는 이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있지 않다. 틀린 점이 있으면 지적해 주기를 바란다.

 

1. 각 산업의 현황

1) 반도체

한국에서 반도체 산업이 본격 시작된 것은 83년 12월 삼성이 64KD램을 미국.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개발하면서부터이다.

87년 메모리 기업 순위 9위였던 삼성전자는 88~91년 사이 도시바의 2.3배에 달하는 투자를 단행한 결과 93년 메모리 부문에서 세계 1위로 부상한다. 특히 83~87년 매년 1천억 수준의 적자를 보면서도 투자를 지속하여 88년 반도체 호황을 맞아 일거에 적자를 보전하였다. 이어 94년 세계 최초로 256MD램을 개발한다. 95년 반도체 호황기에 전 세계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13.6%를 장악하고 2조 5천억원의 영업이익을 낸다.

반도체는 여타 산업과 달리 호황과 불황의 진폭이 큰 편이다. 94~5년의 호황이후 96~98년 불황기가 찾아 왔다. 97년 IMF 경제위기의 원인 중의 하나를 반도체 불황기에서 찾고 있을 정도로 당시 반도체가 갖는 위상은 큰 것이었다.

최근 경제위기 국면에서 각 기업들의 현황을 살펴보면 먼저 “07년 이후 공격적인 설비투자와 공급과잉으로 어려움을 겪어온 DRAM 산업에서도 한국과 일본 기업의 점유율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한국의 DRAM 시장 점유율은 08년의 경우 1분기 49.2%, 2분기 49.9%, 3분기 49.4%, 4분기 52.9%로 나타나고 있다. 또한 한국과 일본기업이 DRAM 50나노급 등 미세화 공정전환을 9~12개월 선행하며 생산성 및 원가 측면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

반면 “최신 기술은 해외 기업으로부터 도입하고 대규모 자본 투자를 담당해온 대만 DRAM 업체들은 불황기에 실적이 크게 악화”되었다. 대만 정부는 08년 12월말 LCD 패널 업체와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 M&A 등 구조조정을 전제로 2천억 대만달러(약 8조원)을 지원하기로 했고, 독일의 키몬다는 총 3.25억 유로 규모의 구제 금융을 지원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핸드폰

핸드폰 산업은 94년 10월 삼성전자가 애니콜(SH-770)을 개발하여 대대적인 마케팅을 통해 95년 7월 국내시장에서 모토롤라를 따돌리면서 본격화되었고, 96년에는 세계 최초로 CDMA를 상용화하였다. 핸드폰에서의 이러한 성과는 “89년부터 7년간 996억원의 연구개발비와 1000여 명의 연구원을 투입했던 과감한 선행투자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특히 2000년대 초반 종합가전업체의 장점을 살려 휴대폰에 카메라, MP3 플레이어 등을 복합화시키는 등 디지털 컨버전스를 주도하면서 시장점유율을 확대”하였다.

휴대폰 시장은 최근 장기호황을 마치고 불황기로 접어 들었다. 불황기에는 명암이 엇갈리기 마련인데 국내 업체는 “08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2,3위 업체로 부상하는 등 선진업체와 달리 비교적 좋은 실적으로 보였다” “여기에는 모토롤라 등 경쟁업체의 부진도 있지만 국내 휴대폰의 브랜드력과 제품경쟁력이 크게 높아진 점에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일본의 휴대폰 수출은 부진을 거듭하고 있으며 특히 08년 하반기 이후 수출감소세가 두드러지고 있다”(kiet 산업경제)

향후 전망은 “모토롤라와 소니에릭슨은 기존의 성공 방정식에 안주해 스마트폰과 모바일 서비스 등 새로운 트렌드 변화에 소홀했고 신흥국시장 공략도 미흡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노키아, 삼성전자 등은 방대한 공급망과 판매망을 구축해 신흥국 시장 공략에 성공했으며 스마트폰과 터치스크린폰 등 트렌드에 부합하는 제품군을 확대하면서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3) TFT-LCD

TFT-LCD 산업의 경우 96년까지 일본의 선발업체들을 모방한 catch-up형 라인을 도입하여 일본업체들이 앞서 설치한 제조장비를 모방하는 수준이었다.

삼성전자는 94~95년 반도체 최대 호황기에 제 2의 반도체 신화를 위해 TFT-LCD를 전략적으로 선택하여 기존 반도체 사업의 수익력을 cash-cow로 활용하여 과감하게 투자한다. 여기에는 반도체와 TFT-LCD의 생산공정이 유사한 점도 강점으로 작용했다.

97년 하반기에서 98년 상반기까지 공급과잉으로 불황을 겪을 때 국내업체들은 13.3인치 이상 대화면 제품에 과감한 시설투자를 단행하여 삼성전자와 LG 전자는 95년부터 TFT-LCD에 대한 양산체제에 들어간 지 4년만인 99년 각각 세계 1,2위에 올라섰다.

향후 전망은 한국 반도체.LCD 업체들은 불황속에서 시장 지배력이 보다 커지고 있어 향후 성장과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유리한 입장이다. 반면 LCD 패널의 경우 가동률이 50% 이하로 하락한 대만, 중국 기업은 공장 재가동 시 장비 조율과 수율개선 작업 등을 다시 해야 하고, 반도체의 경우 미세공정(50나노 이하) 전환을 위해서는 Immersion 장비 등에 투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현금흐름이 우수한 한국기업이 유리한 상황이다.

 

4) TV 산업

TV 산업은 70~2000년대 초반까지 일본의 소니가 68년 트리니트론 브라운관을 개발하며 TV 산업을 제패한 후 영상.음향 가전업계를 선도한 바 있다.

그런데 TV 역사상 가장 큰 변화인 디지털화.평판화가 90년대 말 이후 동시에 진행되면서 시장 판도가 급변하였다. 한국기업은 디지털 TV로의 전환추세를 감지하고 적극적인 R&D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원천기술을 확보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97년 세계 최초로 디지털 TV를 개발했고 브라운관 TV를 누르고 TV 시장의 대부분을 차지한 LCD TV에서 세계 1위로 부상했다.

삼성전자의 TV 상품에 대해 “LCD TV 650, PDP TV 550 모델은 지금까지 테스트한 최고의 제품 중 하나”(HDTV Review(09.3), Consumer Reports)라고 평가하고 있다.

 

5) 자동차 산업

정주영 회장은 “80년대 초반 GM과의 합작을 요구하는 전두환 정부에 대들면서 포니 엑셀의 대량생산-대량판매-대량 수출체제를 완성”한다. 이어 현대자동차는 83년 독자 엔진개발식을 발족하고 88년 독자엔진을 개발한다.

90년대 중반 대대적인 설비투자를 통해 95년 330만대 규모에서 97년 414만대로 늘렸다.

그러나 자동차 산업은 “지난 82년부터 미국 시장에 수출을 해왔으나 지난 해까지만 해도 계속 적자였고, 00년 들어 겨우 적자를 면하는”(주간조선 00.12.7) 수준이었다.

08년 이후 경제위기 과정에서 미국, 유럽, 일본의 대형업체가 큰 충격을 받은 반면 “남미와 아시아(한국과 일본 제외) 등 신흥시장 비중이 높은 한국과 중국 업체들은 선전 중이다. (현대와 기아는 신흥시장 비중이 각각 41.4%, 31.4%로 글로벌 주요업체 중 최고 수준)

향후 전망에 있어서도 현대, 유럽의 피아트, VW, BMW 등은 향후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은 기업”이다. “이들은 신흥시장 판매비중이 높고 경쟁력있는 소형차 제품라인을 구비하고 있어 경제위기의 충격을 상대적으로 작게 받았고”, 08년 본격적인 경기침체 돌입 이전에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와 경쟁력을 개선한 바 았다.

현대의 경우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투자 확대와 공격적인 마케팅 및 M&A를 통해 향후 구조재편에서 두각을 나타낼 전망”이다.

 

6) 조선 산업

74년 현대중공업이 최초의 조선소를 건설한 이후 12년만인 86년 유럽의 총건조량을 초과한다. 87년, 93년 일본을 젖히고 세계 1위를 차지하기도 하나 이는 당시 엔고에 따른 가격경쟁력 탓이었다.

90년대 중반 이후 대규모 설비투자를 통해 94년 4월 6만톤급 LNG선 개발에 성공하고 99~00년 이후 조선산업에서 일본을 젖히고 1위로 올라선다.

2000년 이후 한국이 조선산업을 주도하는데 이는 선박의 대형화.다양화 추세에 맞춘 결과이다.

2003년 수주량, 건조량, 수주잔량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세계 1~10위까지의 조선사 중 7개가 한국일 정도로 압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한국은 고부가선인 컨테이너선 및 탱커 비중이 60%인 반면 중국.일본은 저부가선인 벌크선이 50% 이상이며, 설계인력 또한 일본의 4배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 경기 불황과정에서 08년 상반기 한국의 수주량은 전년동기대비 20% 줄었으나 시장점유율은 50.6%로 11.7% 증가했고, 08년 3/4분기 국내 조선업체의 영업이익률도 10% 내외로 양호한 편이다. 이는 일본의 IHI 조선부문의 영업이익률이 08년 4~9월 4.8%에서 08년 10월~09년 3월 -5.4% 감소한 것과 비교된다. 계약취소의 경우 08년 12월 초 중국 조선소의 벌크선 계약취소는 197척으로 세계 벌크선 계약취소의 82%를 차지하는 반면 한국의 수주 계약취소는 20여척 정도로 알려지고 있다.

조선산업은 특히 중국의 추격이 무서운데 “이번 불황으로 중국 조선산업이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입은 탓에 한국으로서는 중국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는 시간을 확보한 셈이다”

 

7) 소결

위의 사실을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다. 첫째. 86~89년 3저호황 과정에서 비롯된 잉여자금이 90년대 적극적인 투자의 배경이 되었고, IT 산업, 전통 중공업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두었다. 둘째. IMF 이후 2000년대를 전후하여 시대의 변화추세에 적극 대응하여 글로벌 대기업으로 성장한다. 삼성전자가 디지털 시대를 선도한 점, 조선업체가 대형화.다양화 추세에 호응한 점 등이 그런 사례일 것이다. 이 결과 삼성전자는 세계전자업계 상위 5대 기업(97~00 매출기준)에서 97년의 경우는 IBM, 히타치, 파나소닉, 도시바의 순이었으나 07년에는 삼성전자, HP, IBM, 히타치, 파나소닉으로 바뀌었고, 조선업은 세계적인 조선기업 중 10위내에 한국 기업이 7개를 차지하게 되었다. 셋째. 08년 이후 본격화된 경제위기에서도 큰 타격을 받지 않았고 오히려 현 경제위기가 글로벌 대기업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 실천적 함의

08년 이후 본격화된 경제위기 국면에서 범보수진영이 발휘할 수 있는 경제력은 국가 재정과 이들 글로벌 대기업이 갖고 있는 자금력이다.

09년 1/4분기 한국경제가 전기 대비 0.1% 성장한 것은 국가 재정을 조기에 집행하여 건설투자가 확대되었기 때문이다. 감세와 재정지출 확대로 재정적자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향후 난감한 상황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다음으로 범보수진영이 동원할 수 있는 경제력은 이들 글로벌 대기업이 갖고 있는 자금력이다.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에서 보듯 이들은 이미 각계각층의 보수엘리트층에 대한 치밀한 관리와 연계망을 갖고 있다. 또한 이들 기업에 근무하는 연구원, 엔지니어 등은 전통적인 수구세력과는 이질적이지만 이들 글로벌 대기업과 일정한 수준에서 이해 관계를 같이 하고 있다.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의 경우 이들 글로벌 대기업이 갖고 있는 경제력에 의해 조합주의에 경도되어 있다. 터놓고 말하면 이들 글로벌 대기업은 민주노총의 근간을 이루는 정규직 노동조합을 일정한 수준에서 관리.통제했던 것으로 보인다. 만약 경제위기가 심화되고 글로벌 대기업의 관리가 보다 공격적으로 전환되면 대기업 정규직 노동조합 상당 부분이 동요할 가능성이 크다. 끝으로 저학력.저소득층의 경우 삼성전자, 김연아. 박태환, 박지성 등 세계적인 차원에서 국력(?)을 신장하고 있는 기업.사람들에 대해 이데올로기적으로 깊이 편입되어 있다. 경제위기가 정치적 위기로 발전할 경우 이들 저소득.저학력층은 진보민중진영을 지지하기보다는 삼성전자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 보수엘리트에 경도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면 경제위기가 보다 심화되고 각계각층의 이해관계가 적나라하게 발전할 경우 위에서 지적한 각 세력이 어떻게 분화될 것인가를 판단해 보자.

글로벌 대기업과 보수엘리트 집단은 보수권력을 재창출하거나 마지노선으로 민주당 우파까지 지지할 수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이미 2003년 국가아젠다를 주도하며 노무현 정부를 굴복(?)시킨 바 있다.

글로벌 대기업에 종사하는 고학력층은 두가지 상이한 태도를 취할 것이다. 하나는 이명박 정부가 보여주는 퇴행적 행태에 대한 반감과 다른 하나는 이명박 정부에 대한 반감이 소통의 부재, 민주주의의 후퇴와 같은 느슨하고 제한적인 수준에 한정되리라는 점이다.

필자가 “이명박 퇴진론에 대하여”에서 지적한 점이 바로 이 점이다. 지식인.종교인.언론인 등이 주도하는 반이명박 정서는 언론의 주목을 받을 수는 있어도 이명박 정부를 거리에서 제압할만한 역량이 없고 이를 끝까지 밀고 나갈 의사가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보여주는 반이명박 정서에 편승하여 ‘이명박 퇴진’ 등의 구호를 섣불리 내거는 것은 문제라고 보았던 것이다.

가장 우려할만한 집단은 저학력.저소득층이다. 이들은 이미 삼성전자, 김연아. 박태환, 박지성 등 글로벌한 스타들이 어떻게 한국을 변모시켰는가를 잘 알고 있고, 이에 깊이 편입되어 있다. 아타간의 역관계로 보면 이들의 의식 깊은 곳에는 삼성전자의 놀라운 성공담(?)이 들어있고 진보민중진영은 잘 알지 못하거나 아직은 권력을 맡길만한 세력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보민중진영은 전자를 과소평가(아직도 진보민중진영 일부는 삼성전자를 매판자본이라고 부른다)하고 자신을 과대평가한다. 지금 상태에서 정세가 보다 심각한 국면으로 발전하면 이들 대부분은 진보민중진영에 동조하기보다는 진보민중진영에 등을 돌릴 것이다. 그것은 이들이 갖고 있는 경제적 상황이 절박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따라서 관념적인 구호를 앞세운 무리한 거리 행동전보다는 꾸준하고 일관된 스킨쉽과 구체적이고 실물적인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활동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참고)

“휴대폰 산업의 진화와 경쟁구도 변화”, 08.9.3, seri

“한국경제의 위기 극복 과정과 교훈”, 03.5.14, seri

“한국조선산업의 경쟁력 진단”, 09.2.4, seri

“한국 TV 산업의 새로운 도전”, 09.7.1, seri

"제2의 반도체 신화, TFT-LCD의 성공“, 99.9.1, seri

"불황기 반도체.LCD 경쟁구도 변화와 시사점“, 09.1.6, seri

"최근 세계 휴대폰 시장의 환경 변화와 시사점“, 김중기, kiet 산업경제

“한국 주력산업의 경쟁력 분석”, 2000년 2월, seri

“위기에 직면한 일본 전자업체의 구조적 문제와 시사점”, 09.3.26, seri

“세계 자동차시장의 구조재편 전망과 시사점”, 09.3.11, ser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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